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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시국미사 “박근혜 씨, ‘민의’ 아닌 ‘댓글’ 대통령”

천주교 수원교구 “민주주의 원칙 부정선거와 양립 못해”… 보수단체, 성당 안팎 “박근혜 정권 사수” 소란
 
입력 : 2014-01-06  17:32:13   노출 : 2014.01.07  08:35:06

 

2014년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천주교 수원교구 시국미사에서 신부들이 박 대통령을 두고 “국정원 국방부에 의한 댓글 대통령이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치명적인 민주주의 위기를 방관하는 것은 독재를 정당화하는 공범”이라고 역설했다.


6일 시국미사가 열린 경기도 화성시 기산성당(천주교 수원교구) 안팎에서는 대부분 고령의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미사내내 시국미사를 규탄하는 한편, 일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와 몸싸움을 벌이는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엔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취임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날이기도 해 회견 중에 자신이 키우는 개를 소개한 발언이 시국미사 참여 신부의 말씀 가운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천주교 정의구현 수원교구사제단과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사제들 주최로 열린 ‘관권 부정선거 진상규명 및 박근혜 정권의 회개와 퇴진을 촉구하는 수원교구 시국미사’에서 수원교구 소속의 조한영 여주성당 주임신부는 박근혜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사 마지막 순서로 참석한 사제와 신부들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회개!'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 신부는 현 여당과 정부에 대해 “대의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박근혜씨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에 의한 댓글 대통령이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부정한 현 정권은 정당성이 없다”며 “이것이 5·16 군사쿠데타에 이은 12·19 사이버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조 신부는 자신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이런 치명적인 민주주의 침해를 침묵으로 방관하는 것은 독재를 용인하는 것이고, 정당화하는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는 독재와 양립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 원칙은 부정선거와 양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신부는 박근혜 정권 아래 추진되고 있는 민영화 조치를 두고 “이명박 정부와 정통성 없는 현 정권의 폐해는 정치민주주의 심각한 후퇴와 함께 경제민주주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민영화의 독단적 추진”이라며 “철도와 의료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사유화”라고 지적했다.

 
조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한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불평등은 현대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을 잉여의 존재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는 말한 것을 들어 “오이시디 국가중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꼴지인 나라에서 공공분야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공공재를 사유화해 민간부문처럼 경쟁시키고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을 배재하여 국민을 잉여로 만들겠다는 말”이라며 “하느님께서 인간에 주신 자유는 양심에 따라 살라고 주신 것이지 탐욕에 따라 살라고 주신 것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조 신부는 “탐욕은 우상숭배이며, 하느님이 주신 모든 재화는 독점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을 원칙주의자로 강조한 것에 대해 조 신부는 “박근혜씨의 원칙은 자신만의 독선”이라며 “하느님의 뜻과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도 어긋나며 당연히 인간의 양심에도 위배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심이 우리에게 연민과 측은한 마음으로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형제들을 자신처럼 여기라 하며, 공정하고 공평하고 명예를 추구할 뿐 아니라 자명한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라고 가르친다”면서도 “그러나 박근혜씨의 원칙은 힘없는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정치경제적 불공정과 불공평,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마저 종북으로 모는 정치선동, 공동선을 헤치는 사유화를 원칙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그는 “ 박근혜씨 개인의 불행이자 국가적 불운”이라며 “양심의 심판과 하느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당신을 기다린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 조 신부는 “양심에 따라 천심에 따라 회개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라며 “박근혜씨는 이미 드러난 명백한 사실에 따라 이명박 정권에서 자행한 비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며, 마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을 위한 사제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서복원 신부는 인사말씀에서 “정말 시대의 아픔을 어떤 식으로든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다한다면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이날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를 거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희망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름은 개 이름”이라며 “사람이 희망이지 개가 희망은 아니겠죠”라고 풍자했다. 

사제들은 이날 시국미사 마무리에서 성명낭독을 하는 대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 장면을 엮은 동영상을 방송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상에서 신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저 지나가는 아름다운 말에 그치지 않게 모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 동영상이 공개됐다.

“우리는 여러분과 우리 모두의 지력을 합해 연대감을 갖고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만 한다…하느님은 세상의 중심에 우상을 두길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사람을 중심에 두기 원하지만 오늘 이 체제에는 윤리가 없고 그 핵심에는 우상이 있다. 이 체제에 기대고 있는 건 경제적이고 우상 숭배적이며, 쓸모없다 여기는 것들은 모두 버리고, 노인도 폐기처분하고, 젊은이도 폐기처분한다…우리가 원하는 체제는 그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있기를 원한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7rRWIvwN2Mc

 
특히 교황은 신자들에게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말라”, “도전이 있는 곳, 삶을 살고자 지금보다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이들이 도움을 청하는 그곳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 도중 참가자들은 “관권부정선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이명박을 구속하라”, “참민주주의 유린하는 박근혜 정권은 회개하라”는 구호를 성당 본당 내에서 외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노인 미사 마무리 도중 들어와 “박근혜 정권 사수하자”고 소리를 지르다가 행사 주최측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밖에도 활빈단 등 보수단체 소속 고령의 회원 30여 명은 미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성당 밖에서 “대통령 퇴진미사가 웬말이냐”, “북한정권과 부화뇌동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을 북으로 추방하라”, “교황청은 가짜신부들을 파문하라”는 손팻말과 구호를 외치다가 미사가 끝날 무렵에 성당 마당 내로 들어와 욕설과 반말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제와 신도들에게 극우단체 회원들이 '종북신부 가짜신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rk4kpIKjA0c

이 과정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보수인사는 미사가 끝난 뒤 성당 앞 마당까지 들어와 ‘군대는 다녀왔느냐’고 묻는 김인국 신부에게 “야 나 군대 다녀왔다, 이게 종교냐, 대한민국 부정하는 종교가 무슨 놈의 종교냐”고 소리를 지르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인국 신부는 “저 사람들의 무모함 뒤에 저들이 자기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착한 사람들도 저들의 10분의 1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얼마나 용감하지 않느냐. 미사 내내 떠들 정도로 성실하다”고 촌평했다. 김 신부는 “저들에게 내가 ‘고정수입은 있느냐’ 등을 물었다”며 “저들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기산성당 인근 지하철 병점역 앞에 새누리당이 붙인 현수막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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