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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박근혜 복지 공약,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토론회] "감세 기조 철회하고 적정 부담·적정 복지로 바꿔야"

김윤나영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08 오후 4:47:44

 

 

 

 

 

 

 

경제민주화와 복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 취임 1년이 다 돼서야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복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임기 첫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을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 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상이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복지국가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며 "현재의 '저부담-저복지'에서 '적정 부담-적정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이 대표는 먼저 기초연금, 보육,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국민기초생활보장 공약 등이 축소되거나 파기됐음을 언급한 뒤,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작은 정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복지국가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 기조는 결국 공약 파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는 7일 국회도서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007년 조세 회복이 2017년 목표? 복지 자연증가분도 해결 어려워"

박근혜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을 어느 정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을까.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2012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20.2%에 불과해 북유럽 국가 평균인 33%, OECD 회원국 평균인 25%보다 훨씬 낮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는 현행 20.2%인 조세부담률을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인 2017년까지 21%로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참여정부 말기였던 2007년 조세부담률이 바로 21%였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상이 대표는 "2017년 조세부담률을 10년 전 수준인 GDP의 21%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자연증가분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박근혜 대선 캠프 수장이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조세부담률을 현 수준에 놓고 복지니 뭐니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같은 얘기'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저부담-저복지 → 적정 부담-적정 복지로 가야"

이 대표는 "남은 과제는 주권자인 국민이 복지국가의 열망을 표출하고 기꺼이 형편에 맞게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섬으로써 감세 기조를 되돌리는 것"이라며 "'저부담-저복지'를 '적정 부담-적정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2017년까지 GDP의 22~23%까지는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복지 예산의 숨통이 트이고 복지 공약을 이행할 때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계적으로는 조세부담률을 점차 올려 OECD 평균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 표준구간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7%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사실상 부자 증세'라고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 얻는 추가 세수가 연간 6000억 원에 불과해, 공약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복지국가로 가려면 비례성 강한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양당제를 넘어서는 큰 틀의 정치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 '복지국가 정치' 질서의 창출이며, 이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새 정치'"라고 주장했다.

"국가 신뢰 회복하고, 감세 기조 되돌리자"

토론자로 나선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부위원장은 '누진적 보편 증세'를 도입하기 위한 각론을 덧붙였다. 먼저 윤 부위원장은 "북유럽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타적이어서 세금을 50%씩 내고, 한국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이어서 세금 내기를 주저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가에 대한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증세나 재원 확대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또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와 유럽의 후진국인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 지출이 비슷한데 결과는 다르다"며 "단순히 재원을 늘리기 전에 한국 사회의 복지국가 상을 제대로 그리고, 그에 맞는 조세 체계와 재원 체계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복지 체계가 구축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누진적 보편 증세' 방안으로는 4단계론을 제시했다. 윤 부위원장은 먼저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국가에서는 실효세율(법인세)을 낮출 때 기업에 주던 조세 감면 제도를 철폐하는데, 한국은 둘 다 낮춘다"며 "기업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하는 것이 우선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소득세에 대한 누진성과 보편성을 강화하고, 이후 기업이 내는 사회보장세를 늘리며, 마지막으로 소비세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보편 복지에 대한 열망이 정치 이슈화되지 않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남북 분단"이라며 "종북 프레임, 분단 문제만 걸리면 무기력해지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평화 운동과 복지 운동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영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재원을 아무리 늘려도 민간 중심의 복지 전달 구조에서는 복지를 체감하기 어렵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복지 전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금 폭탄론 들고 나온 민주당, 반성해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무상 급식 논쟁을 통해) 지난 지방 선거에서 국민은 민주당이 집권할 길을 열어줬는데, 민주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틀에 갇혀버린 데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상임고문은 특히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소득 공제를 세액 공제로 바꾸면 누진성과 형평성이 올라가는 것을 눈 감고 세금 폭탄이라고 했다"며 "복지국가를 주장했던 야당이 '세금 폭탄론'을 들고 나온 건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의 철학 없음을 보여준 만큼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희망을 얻으려면 2017년에는 어찌됐건 제1야당이 대안"이라며 "민주당이 대내적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철학을 체화하고, 대외적으로 평화 체제에 대한 신념으로 무장할 때 대안 세력으로서 믿음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 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자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부위원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장영기 광명복지소사이어티 대표,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등이 참석했다.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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