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밀양 희망버스를 타고 출발한 3000여명(경찰추산 1900명)이 25일 오후 밀양에 도착해 행진, 추모의식, 집회, 문화제 등 각종 행사를 이어갔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이를 바라보던 밀양시민들도 대부분 응원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밀양시청 앞 전국 50여 곳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하나둘씩 도착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밀양시청 앞에서 1시간가량 집회를 열고, 밀양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 '송전탑 백지화 송'등을 부르고 춤을 추며 밀양 시내를 5.5.km 가량 행진해 밀양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순천에서 중3 딸과 함께 밀양 희망버스에 탑승했다는 박찬형(55)씨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환경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라며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송전탑 문제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천 옆동네 여수에서도 송전탑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며 "관심을 가지려 한다"고 덧붙였다. 
 
   
▲ 2차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5일 오후 밀양 시내에서 행진, 집회 등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서울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천세울(21)씨는 "밀양에서 송전탑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옳고 그른지 직접 판단하기 위해 이번 희망버스에 탔다"며 "송전탑 자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건설 과정에서 공권력의 폭력은 문제다. 일방적인 과정이 문제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연대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희망버스를 탑승한 이혜진(22)씨도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주민들이 차선책까지 제시하며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희망버스가 단순히 희망버스에서 끝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에너지 문제 등을 고민할 것"이러고 강조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밀양 주민들은 주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양시 가곡동 보명약국에서 만난 50대 시민은 "밀양 시민으로서 송전탑 문제가 참 안타깝고 마음도 아프다. 남의 동네 사람도 와서 이 정도로 하는데…"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미 송전탑이 들어섰는데 어쩔 수 없다. 처음부터 땅 밑으로 했으면(지중화) 좋았을 것"라고 말했다. 

옷 수선 가게 앞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한참을 바라보던 가곡동 주민 우아무개(58)씨는 "밀양 시민인 우리는 동참을 못 하는데 다른 지역에 와줘서 고마워서 보고있다"며 "저도 그곳에(송전탑 건설지역) 산다면 데모 할거다. 지금은 함께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밀양을 욕한다는데 자기들은 송전탑이 들어서면 그곳에 살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우씨는 이어 "서울은 다 지중화인데 왜 밀양은 송전탑이 이렇게 많이 들어서나. 밀양 주민으로서 기분이 나쁘다. 밀양은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곳인데, 왜 전기로 오염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민들의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노인들이 돈 몇 푼 받아봤자 어디가서 뭘 하겠나. 한전에서 대책을 세워주고 나가라고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 2차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5일 오후 밀양 시내에서 행진, 집회 등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근처 슈퍼주인 김아무개씨는 "이미 송전탑이 들어섰는데, 희망버스가 오는 것이 보기 안 좋다"면서도 "슈퍼 앞에 송전탑이 선다고 하면 나도 반대하지. 전기가 몸에도 안 좋다고 하는데.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중화에 대해 묻자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그럼 저 사람들(희망버스 참가자)이 밀양을 위해서 그러는거냐"며 "나도 데모하러 가야겠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70대 주민은 "지금 희망버스 때문에 밀양 출신들이 취업에서 떨어지고 있다. 면접에서 탈락했다"며 "오늘 희망버스 못 오게 하려고 데모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집이 5000만원인데 500만원만 보상을 해준다고 하면 손해보고 나갈 것"이라며 "국가가 하는 일을 막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밀양시바로세우기협회' 소속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도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5.5.km를 행진했다. 여수마을 유아무개(71) 할머니는 3번의 허리수술과 다리수술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유 할머니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많이 힘들다"면서도 "이제 이판사판이다.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죽는 게 두려우면 내가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겠냐"고 말했다. 

한편 참가자 중 일부는 오후 5시경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및 폭력행위 중단을 요청하며 밀양 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결국 전달하지 못했다. 이보아 희망버스 대변인은 "경찰이 항의서한 전달 자체를 봉쇄한 것은, 지난 넉 달 동안 경찰이 밀양 주민들을 어떻게 해대왔는지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 2차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5일 오후 밀양 시내에서 행진, 집회 등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