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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밤

이산가족 작별전야, 마르지 않은 눈물<1차 상봉 둘째날> 금강산호텔에서 실내 단체상봉
조정훈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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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1  19: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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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21일 오후 금강산 호텔에서 실내단체상봉이 열렸다. 한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밤, 이산가족들은 21일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실내 단체상봉을 가졌다. 관례에 따라 실외상봉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날씨를 감안해 실내상봉으로 대체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튿 날이면 다시 헤어진다는 생각에 작별전야를 눈물로 보냈다.

박태복 할아버지(86세)는 북측의 여동생 춘순 씨의 손을 잡고 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박 할아버지는 "우리는 이렇게 살아서 만났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른 동생들은 하늘에서라도 만나지 않겠니. 너 때문에 마음 고생을 얼마나 했는데..너를 만날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춘순 씨도 오빠의 손을 잡고 "오빠, 낙심하지 말아요. (북에 있는) 엄마 묘소에 가서 오빠 소식 다 전할게"라며 "통일되는 날까지 꼭 살아야 해요. 통일은 옵니다"라고 달랬다.

남측에서 온 오빠 장춘 할아버지(81세)를 만난 북측의 여동생 금순 씨는 오빠의 손을 잡고 '고향의 봄'을 불렀고, 북측의 남동생 화춘 씨는 끝내 눈물을 흘리다 조카를 보며 "형님, 잘 모셔라"라고 말했다.

60여년 만에 만난 삼 남매는 서로 손가락을 걸고 "꼭 건강하자"고 약속했다.

   
▲ 임태호 할아버지가 북측의 여동생들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의 두 남동생들을 만난 표보배 할머니(86세)는 동생들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표 할머니는 "둘 다 잘 되서 너무 좋다. 형제끼리 우애좋게 정있게 살아야 한다. 인생이 욕심대로 안된다"고 동생들에게 당부했다.

동생 달문 씨는 "말년에 이것도 큰 행복"이라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최돈명 할머니(79세)는 북측의 남동생에게 "담배 좀 덜 피고, 추운데 내가 사준 모자 쓰고 다녀. 조카들도 잘 챙기고. 와이프한테 잘해. 홀아비되지 않게"라며 60여년만에 누나의 따뜻한 정을 보였다.

실내상봉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씩씩한 모습을 유지했던 최 할머니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간다"고 말하며 동생을 껴안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오대양호 어부로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박양수 씨와 남측의 남동생 양곤 씨는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상봉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양곤 씨가 "아이고 형님"이라며 오열을 했다.

북측의 형수 리순녀 씨는 "도련님"이라며 달래며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 양곤 씨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의료진이 와 진정을 시키기도 했다.

   
▲ 남측 할머니가 부모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의 김명도 할아버지와 함께 온 부인 박현수 할머니는 "정이 더 깊어가는데 헤어지려니까 긱 막혀. 내일이면 또 못본다고 하니까 기가 막히다"고 아쉬워했다.

박현수 할머니는 "정들자 이별이라고 오늘 잠은 다 잤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해. 서로 왔다갔다하면 얼마나 좋겠냐. 우리가 나이가 많아서 이제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 뒤에 수만명이 기다리고 그 사람들한테 양보해야지. 통일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실내 단체상봉장은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이날 실내 단체상봉에는 북측에서 금강산물, 배단즙, 사과즙, 캔커피, 강정, 단묵, 코코아사탕, 과자 등 간식을 마련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상봉이 마친 뒤 각자 저녁식사를 했으며, 오는 22일 오전 9시 금강산 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끝으로 다시 헤어진다.

한편, 2차 상봉단 우리측 대상자 361명은 22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 상봉을 준비할 예정이다.

   
▲ 북측이 마련한 단체상봉 간식.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간식을 북측 가족들이 받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상봉장에 들어서는 이산가족.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금강산 호텔로 한 할아버지가 들어오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상봉장으로 향하는 남측 가족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금강산 호텔 전경.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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