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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출하는 민심, 정권 퇴진투쟁으로 확산

[박근혜 정권 1년] ④ 
 
 
 
김성훈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4/03/13 [09:26]  최종편집: ⓒ 자주민보
 
 
 

지난 2월 27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수 년 째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세 모녀 자살”사건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들에게 “남 일 같지 않다”는 공감대가 높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1> 70만원 든 봉투 생활고를 겪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모씨와 두 딸이 집주인에게 남긴 메모와 70만원이 든 봉투. (자료 : 서울지방경찰청)
  

사건을 접한 박근혜 정권은 3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에서 이 상황을 알았다면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받았을”것이라며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부족을 탓했다. 그러나 YTN에 출연한 한 복지전문가는 “세 모녀가 현행 기초연금 자격 조건에 따르면 설령 신청을 했어도 혜택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 반박했다. 
   

박근혜 정권이 보인 반응은 민생 현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오마이뉴스> 고승우 기자는 3월 5일, “박근혜 정부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수만 명이 탈락하고 빈곤층 예산이 삭감되는 등 빈곤층 쥐어짜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일고 있는 상황”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벌어지는 “자살”은 더 이상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 보는 것이 본질에 더욱 가깝다. 

  

탄압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권

서민 생활을 개선시킬 의지가 전혀 없는 박근혜 정권은 혹시라도 민심의 분출이 정권을 뿌리부터 뒤흔들까 두려워 탄압으로 일관해왔다. 
 


<그림 2> 12월 22일 경찰이 경향신문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유리를 부수며 진입 시도하고 있다.(자료 : 레프트21)
  

박근혜 정권은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철도 노조 지도부를 강제 검거하기 위해 진압용 차벽과 물대포차, 40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하여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를 폭력 침탈했다.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경찰병력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난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권력이 한 나라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 조직의 본부를 침탈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권이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는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다. 기간산업의 공공성보다, 노동자들의 진심어린 절규보다, 정권의 안위가 더욱 절실했던 박근혜 정권은 철도노조 집행부 7명을 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언론사 현관로비 문을 부수고 1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연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탄압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 노조” 통보로도 나타났다. 오랜 기간 합법화 투쟁을 거쳐 1999년 7월1일 설립신고를 마친 후 6만 여명에 이른 조합원과 더불어 14년 동안 노조로 활동해 온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 또다시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만약 법원에서 박근혜 정권의 “법외 노조 통보 처분”을 인정한다면, 6만 여명의 교사는 “불법 노조에 가입, 활동한 혐의”로 최악의 경우 강제 해직되는 운명에 처할 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권은 허가된 집회 시위마저 자의적으로 가로막아 사실상 모든 집회 시위를 불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월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민파업 대회다.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이 참가한 이 날 대회 후, 참가자들은 신고한 바대로 ‘서울광장 – 을지로입구역 – 종각역 – 안국역 – 시민열린마당’으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을지로입구역부터 방패로 길을 막아 행진을 방해했다. 오히려 경찰은 적법한 행진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의 얼굴에 “캡사이신” 세례로 화답하며 “여러분은 차도를 점거하고, 불법집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라는 방송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한편,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 서민에 대한 탄압과는 달리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심지어 방조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2월 25일 당시 쌍용차지부는 대한문 앞에 집회신고를 내 놓은 상태였지만 보수단체가 그 자리에서 집회신고 없이 ‘맞불’ 집회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쌍용차 조합원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보수단체들의 불법집회 시위 등에 대해서는 처벌은커녕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독재정권의 공안통치를 연상케한다”며 “보수단체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군복착용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의한 처벌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고 있으며 이들의 집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행위를 방조하는 것은 백색테러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탄압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이미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다.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한 대자보가 불온시 되는가 하면, 아예 학교당국에 의해 징계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로 12월 19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당국은 ‘개포고 학생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같은 학교 2학년 학생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12월 19일 경남 사천고등학교에서도 이 학교 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하루 만에 철거되었으며, 인천지역 작전여고와 하늘고, 대인고 등 여러 곳에서도 학교와 교육청에 의해 대자보가 철거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그 어느 곳보다 활발한 토론이 벌어져야 할 대학가에서도 학교당국이 대자보를 검열하고 있다. <뉴스1> 2013년 6월 1일 보도에 의하면, 세종대와 건국대, 성신여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 학생들의 대자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등의 사실이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상영금지 조치나, 인간 박근혜를 풍자한 영화 <자가당착>에 대한 상영금지 조치도 정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탄압하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 
   

가치관 붕괴 불러오는 “극우 보수화”   

박근혜 정권 1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상식이라 믿었던 가치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정권의 탄생에서부터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인 “선거”가 광범위한 정부기관의 개입에 의해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증거는 있으나 죄는 없다”는 논리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기상천외한 행태는 “법원마저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뿐인가. 부정 선거의 핵심 기관인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권에 과연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위는, 앞으로 계속될 공안탄압 국면에서 얼마든지 이와 같은 “증거 조작”과 “사건 기획”이 재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권 1년 동안 여전히 언론은 정권에 장악되어 있다. 1988년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언론보도의 흐름을 지켜본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유독 ‘일방통행’식의 동정 보도가 많은데, 그만큼 민주적 수준이 낮아진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 정권이 MB 정권 때보다 더 언론장악 문제가 심각하다 느낀다”고 말했다. 
   

정권에 의한 역사 왜곡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국사편찬위원장에 친일-독재정권을 미화하는 인식을 가진 유영익을 ‘낙하산’식으로 내정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유영익은 한동대 석좌교수 시절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강좌에서 “정치학자들이 정직하게 후진국에서 독재라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를 좀 해주기 바랍니다”라는 몰상식적인 발언을 해 비난받은 바 있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일제에 의한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여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그대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해외 언론인 <뉴욕타임스>마저 1월 14일, ‘정치인과 역사교과서’란 제하의 사설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친일 부역자 문제와 독재정권에 대한 역사교과서 기술을 꺼리고 있다고 비난하는 실정이다.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민주주의 붕괴, 언론 획일화, 역사 왜곡 시도 등은 정치권에서 포화상태에 이른 “종북 논란”에 더해져 사회 전반을 “극우 보수화”하며 가치관을 붕괴시키고 있다. 사회 전반에 억압적 분위기가 만연하면 국민 의식도 기형화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1년 동안 정의와 불의가 뒤바뀌고, 부조리를 보고도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분출하는 민심 


<그림 3> 2013년 12월 28일 민주노총 주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시청 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자료 : 서울지방경찰청)


박근혜 정권 1년 간 억눌린 민심이 분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 것이 정상인데 하물며 사람이랴.
   

1981년 발생한 “부림사건”과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른바 종편으로 불리는 JTBC 뉴스가 “답답한 시대 상황이 공감대의 폭을 넓혔다”고 하거나, 보수적인 논조인 SBS 뉴스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는 평을 할 정도로, 영화 ‘변호인’ 천만 돌파 소식은 민심을 반영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학가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 각지의 50여개 대학으로 확산되었다.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에서 처음 붙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대학생들에게 잠재해 있던 불만과 분노에 파문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의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이름의 페이지는 하루 사이 2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총체적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이 1년이 넘도록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서는 각종 민생 현안들까지 더해지고 있다. 오히려 민생 현안은 기존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으로 발전, 확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철도 민영화 문제였다. 기간산업 역사에서 23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을 만들어 간 철도 노동자들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 속에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을 이끌어 갔다. 화물연대 소속 운수 노동자들은 대체 수송을 거부하며 파업 투쟁에 연대했으며, 보건의료노조와 의사협회는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민영화, 원격진료 등을 반대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1월 1일 <문화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7 퍼센트나 됐고, 특히 20대에선 그 수치가 80.6 퍼센트나 됐다.
   

정권의 폭압 속에서도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는 촛불은 1979년 유신독재정권이 “부마항쟁”에 의해 뿌리 째 흔들렸던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왜곡하기 바쁜 박근혜 정권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고, 분출하는 민심의 요구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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