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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입국을 허하라"

 

KIN포럼, 일본과 화상연결해 재일동포 입국문제 토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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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4  13: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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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이 13일 주최한 ‘제1회 KIN 네트워크 포럼’에서 정정훈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철주 ‘Excite Worgs’ 대표, 정 변호사, 이재승 건대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여행증명서가 아예 발급이 안 되고 있다. 2008년 이후 한 번도 큐슈 동포들이 들어오신 적이 없다.”

일제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머물고 있는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들의 한국 방문이 2008년 이후 사실상 불허돼 일본 큐슈지역 동포들과 교류사업을 진행해오던 서은숙 해외동포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동포넷) 운영위원은 발만 구르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은숙 운영위원은 2005년부터 부산에서 가까운 큐슈지역 민족학교 등을 자주 방문해 교류를 쌓았고, 2007년에는 조선적 동포들이 방한해 환갑잔치를 함께 벌이는 등 동포애를 나눠왔다.

서 위원은 “실제로 돌아가실 날이 다 되어 가는 나이드신 분들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큐슈와 후쿠오카 영사관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신청하지만 거부당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분들의 애환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동포들이 영사관을 두드리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KIN(지구촌동표연대)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KIN 네트워크 포럼’의 첫 번째 주제는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문제’였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채 한국이나 조선(북한) 국적도 취득하지 않아 일본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무국적자나 다름 없는 서러움을 당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이들은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입국이 불허되고 있다.

1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무악재 ‘재한조선족연합회 문화활동중심’ 사무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인터넷 화상채팅 기술을 적용해 일본 현지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진행됐으며, 모든 과정이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 이날 포럼은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 일본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가운데 진행됐으며, 유튜브에 생중계 됐다. 일본에서 접속한 정영화 교수가 화면에 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정정훈 변호사가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 있는 정영환 메이지학원대학 교양교육센터 교수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실상 정 변호사는 정영환 교수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취소 처분’ 담당 변호사로 2009년부터 함께 법정투쟁을 벌여온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의 한국 방문이 불가능해 한 번도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던 것.

정 변호사는 “들어와서 말씀 나눴으면 좋았는데 결과가 안 좋아 죄송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고등법원 판결에서 무국적 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주는 권한 정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남북교류협력법에서 재외동포의 출입보장이라고 했던 내용과 반하는 매우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법원은 정 교수의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 활동을 문제삼아 발급 거부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조선 사람으로서 조선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며 “조선적 동포들이 조선(북한)과 함께 살아온 역사를 한국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족학교를 다니고 총련 활동에 참여한 것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역사이고 이를 포용하는 것이 분단극복의 과제라는 것이다.

법학자인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150년 동안 식민지배를 당하고 강제로 분단되고,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한민족이 각각 서 있는 위치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며 “이 문제 해결 방법은 국내법적으로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무국적 재외동포들이 단순히 외국인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를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에서 결론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고국권(故國權)’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한민족의 특수한 상황까지도 포괄될 수 있도록 ‘고국권’을 통해 UNHRC에서 보장하는 이동권, 출국권, 귀환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구상이다.

   
▲ 이날 인터넷 화상회의는 서정우 AOK(Action one Korea) 회원이 기술을 담당했다. 조선적 재일동포이자 NGO 활동가인 배안 씨가 화면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참가자들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다양한 입국 거부 사례들을 공유하고 극복 대안을 놓고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성균관대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오인제 씨의 경우, 주일 한국영사관 담당영사와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한국 국적이 아니라 미국, 중국 국적도 고민하고 있다는 기발하지만 씁쓸한 내용도 녹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김태식 씨는 고민 끝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며 “발언하기 복잡한 심정이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서 잘 해야겠다”고 심경을 전하고 “내 친구는 조선적이지만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 유학하다 문제없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며 “영사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철주 ‘Excite Worgs’ 대표는 “한 번도 방문을 못한 1세도 중요하지만, 좋았던 시절 부모님 유골을 선산에 묻었는데 제사도 못 지내는 1.5세대와 2세대의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며 “입국문제는 (한국의) 초청 주최 측에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토론에 참여한 조선적 NGO 활동가 배안 씨는 “조선적을 가진다는 것은 무조건 북을 지지한다든지 꼭 북을 따라야 된다든지가 아니라 남북과 일본, 세 나라를 이어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의도를 가진 자들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 역시 한국 방문을 못 하고 있다는 배 씨는 “그냥 우리 친구들 보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싶고, 한국 가서 공부도 하고 싶고, 그런 소원들을 그냥 평범하게 풀었으면 한다”며 “같은 민족, 같은 역사를 공유한 민족의 한 성원으로서 서로가 정말 편하게, 당연하게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면 좋겠고, 많은 생각과 사상을 서로 존중하고 살아가는 그런 아시아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배덕호 KIN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배지원 KIN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나 헌법소원 제기, 국제법 활용, 여론 환기 등 다양한 해결책들이 거론됐지만 하나의 해결책으로 모아지지는 않았다.

배덕호 KIN 대표는 “모래알처럼 입국거부 당한 재일동포들이 일본 전역에 있을 것인데, 공개적인 모임이 한 번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줄기차게 낡은 관행과 제도들을 부셔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N 네트워크 포럼’ 두 번째 모임은 4월 17일 사할린 한인 문제를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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