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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사건, 대선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간첩, 상상과 실제 ④]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서어리 기자,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14 10:50:56

 

 

 

 

 

 

 

 

간첩.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 중 하나다. 간첩이라는 말은 세 겹의 공포를 딛고 서 있다. 간첩에 의해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 내가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사람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한다. 탈북 화교 유우성 씨에 대한 간첩 조작 사태를 계기로, <프레시안>은 앞서 3회에 걸쳐 대한민국에서 간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간첩 조작극을 통해 드러난 바는 명료하다. 간첩은 국가 권력의 어떤 필요에 의해 철저히 기획·가공될 수 있다는 점, 이 조작극을 위해 국정원과 검찰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명료하다.

최병모 변호사는 지금이야말로 대공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한 국가정보원 개혁, 독립 수사전담기구 신설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 등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간 ‘조봉암 사건’을 52년 만에 무죄 판결로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뚝심 있게 파헤쳐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구성원이기도 한 그는 특히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이 현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권의 핵인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 대두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양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간첩, 상상과 실제]

④ "유우성 사건, 선거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중정 후신 국정원, ‘박정희 딸’ 돕는 게 당연"

프레시안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최병모 : 한 마디로 '조작 간첩 사건'이다. 조작 간첩 사건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정권마다 위기 국면 조성을 위해서 국민을 희생시켰다. 민주화의 결과로 1990년대 이후로는 간첩 조작 사건이 많이 줄었지만, 결국 이번 정부 들어서 또 등장했다.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 선거 부정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부정행위를 덮기 위해 국정원이 사건을 만든 것으로 보아야 한단 얘기다.

박 대통령은 거의 20년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정권을 장악해서 강압 통치를 하고, 그 사이에 10월 유신과 암살을 당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자신의 본보기가 아버지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과하거나 객관적으로 논평한 적이 없다. 국정원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집권은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만든 주체의 딸이 집권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같은 성격의 정권이라고 믿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앞장서서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모든 간첩 사건이 조작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간첩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다.

최병모 : 박정희 정권까지는 김신조 사건 같은 실제 간첩 사건이 꽤 있었다. 북한이 1980년대 전까진 적화통일 목표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적화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북한이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북한이 사회주의 성공사례로 선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남북 간 경제력이 뒤집어졌다. 1980년 북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제안했다. 남과 북이 각자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호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연방제 형태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거의 포기하면서 더불어 1980년 이후 북한의 남파간첩도 줄었다. 그런데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중항쟁을 거치면서 전두환 정권이 집권했다. 그러면서 다시 간첩 사건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 사건들 대부분이 위기 조성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작 간첩 사건들이었다.

"안기부, 변호사·피의자 가족한테 '간첩 도와주는 거냐' 협박"

프레시안 : 말씀하셨듯, 과거에도 조작 간첩 사건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재판 도중에 조작 사실이 밝혀져서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조차 사실상 시인한 전례는 없었다.

최병모 : 없었던 게 당연하다. 옛날엔 재판에서 변호사가 정상적으로 변론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1970년대 유신 때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는 변호사가 변론하려고 하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불러서 "너 변호사 계속 할래"라고 했다. 변호사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변론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하는 피의자 가족들도 불렀다. "너희 가족까지도 수사 대상이다", "간첩 도와주려고 하는 거냐"라면서 협박을 했다.

제가 1980년대부터 맡았던 제주도 강희철 씨 사건이 그렇다. 강 씨는 어렸을 적 일본에 밀항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쪽 고등학교인 대판조선고급학교(조고)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불심검문을 받아 22살 무렵 한국에 강제송환됐다. 당시 강 씨가 군 보안대의 강압 수사 과정에서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을 했는데, 그 내용이 보안대 수사관이 웃어버릴 정도로 완전 엉터리였다. 그래서 보안대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강 씨를 석방했다. 그러다가 6~7년 지난 뒤 다시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84일간을 영장 없이 얻어맞고 감금당하고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그 당시 재판받을 때, 일본에 사는 강 씨의 고모들이 한국에 와서 변호사 선임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보기관에서 "너희도 간첩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간첩죄로 조사하겠다"라고 해서 친척들이 겁을 먹고 변호사 선임을 못 했다.

 

 

▲2008년 간첩활동에 따른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희철씨가 제주지법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변호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이 최병모 변호사. ⓒ연합뉴스

▲2008년 간첩활동에 따른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희철씨가 제주지법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변호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이 최병모 변호사. ⓒ연합뉴스

 

 

프레시안 : 유우성 씨의 경우 탈북 화교 신분으로 북한에 한 번 갔다 온 기록이 있어 증거를 조작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1심 재판부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최병모 : 과거에도 똑같은 수법이었다. 심지어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간첩 후보 명단까지 뽑아놨었다고 한다. 친척이 일본에 있는 사람, 특히 그중 친척이 조총련계에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경력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사람을 만난 적 있는 사람 등. 그렇게 10~20명 목록을 만들어 놨다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간첩 사건을 만들었다. 강희철 사건에서, 검찰은 강 씨의 간첩 증거로 그의 형이 일본에서 보내 준 녹음기와 사진을 냈었다. 사진 뒷면을 통해 정보가 오갔다느니, 녹음기가 간첩하기 위한 도구였다느니 하는 주장이었다. 그런 허술한 증거들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

과거에는 조총련 계 재일교포 사회가 있어 재일교포들이 주로 간첩 사건의 타깃이 됐다. 그러다가 이제는 탈북자 쪽이 더 조작하기 쉬우니 국정원에서 중국 쪽에 살던 사람을 찾았고, 유우성 씨가 운 나쁘게 걸렸다.

프레시안 : 과거 재일교포 간첩 사건을 보면 검찰이 간첩 증거로 영사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누가 영사증명서에 도장을 찍었는지도 모르고, 담당 영사라는 사람들도 신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최병모 : 예전엔 영사증명서를 증거로 많이 냈다. 그런데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영사증명서가 재판부로 제출돼도 재판부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강희철 사건의 경우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영사증명서에 분명히 피고인이 무죄라는 증거가 있는데 무죄 정황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었다.

강 씨가 조고에 다닐 때 그 학교 서무과에 조총련계 간부가 근무했었다. 그리고 강 씨는 그 간부의 사촌 동생과 동급생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씨가 그 간부를 통해 지령을 받아 북한에 다녀왔다는 내용으로 기소를 했다. 강 씨 동급생의 사촌 형이자 조총련계 간부였던 사람은 강 씨가 조고를 졸업한 직후 조총련계에서 탈퇴해서 조련과 끊임없이 싸우고, 조총련 본부 앞에서 조총련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영사증명서에 그대로 기록돼있었다. 판사가 영사증명서만 제대로 봤어도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그냥 넘어갔다. 판사가 제대로 볼 노력조차 안 했는지, 아니면 그것을 보고도 유죄 판결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국정원, 증거 재판주의 개념 없다"

프레시안 : 국정원 협력자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증거 조작 요구를 받은 사실을 실토했고, 국정원도 사실상 문서 조작을 인정했다. 사실상 사건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최병모 : 당연히 무죄가 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무죄가 나야 맞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유무죄 여부를 떠나 유우성 씨가 간첩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병모 :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유무죄를 떠나서 간첩일 수 있다니, 그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인가? 특히나 여당 쪽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증거 재판주의(소송법상 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를 완전히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그간 얼마나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민들을 옥죄어 왔으면,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당당하고 통찰력 있는 발언인 것처럼 취급되는지 황당하다.

과거 어떤 여당 중진 간부는 '간첩은 고문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문을 하면 사건이 조작될 수밖에 없다. 유우성 씨 경우도 국정원에서 여동생을 데려다가 허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가혹 행위를 한 것 아닌가. 영장 없이 6개월씩 감금했던 것 자체가 가혹행위이고 고문이다. 헌법에선 미란다 원칙(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 선임이 자비로 어려울 경우 국가가 선임해 주도록 돼 있다. 미란다 원칙을 위배했다면, 그 이후 나온 진술은 모두 무효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국정원은 그런 식으로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갖고 비대해지니 검찰도 망가진다"

프레시안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병모 : 방금 말했듯 국정원은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는 기구다. 그래서 수사를 하면 안 된다. 정보기관이 수사권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다.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은 숨어서 활동하지, 대놓고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정보를 필요하면 만들어내기도 하고, 역정보 활동을 하기도 한다. 외국 나가서 자기들이 작전 수행하려면 정보를 일부러 만든다. 정보를 만들어내는 자들이 수사하게 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 기구 자체를 축소해서 외교부 밑에 대외정보처 정도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강대국도 아니고, 분단 상황에서 정보기관에 거대권력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 대외정보처 수준으로 해서 완벽하게 대외정보에 대해서만 처리하게 하고, 국내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 국가 정보기관이 비대해지니까 검찰까지도 예속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대공수사권 폐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못했다.

최병모 : 그 부분은 아주 잘못한 일이다. 두 정부 모두 전혀 개혁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니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유우성 씨가 '성명불상자'의 수사기관 담당자를 상대로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 건가.

최병모 : 모든 경찰의 수사권에 대해선 검사가 지휘감독을 하게 돼있다. 국정원도 수사에 관해선 검찰의 지휘감독 받게 돼 있다. 당연히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해야 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검찰도 이번 사건의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맞나.

최병모 : 물론 검찰도 조작에 대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라고 제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도 국정원과 더불어 공범이다. 검찰이 조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변에서는 특검을 이야기하는 거다. 물론 특검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다른 수단이 없다.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

사실 국가권력이 이런 식으로 상층부에서부터 부패, 왜곡을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진상을 밝힐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는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독립된 공직자 수사전담기구가 생길 필요가 있다. 그런 기구를 제5의 독립부서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선거 부정부터 유우성 사태까지… 박근혜, 소환 사유 많다"

프레시안 : 국보법 자체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는 것 같다.

최병모 : 사실 유우성 사건에서 국보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이건 조작 사건이다. 조작 가담자들은 국보법상 무고, 날조죄 혐의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어쨌거나 간첩 사건이 조작되는 걸 보니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형법에는 반란죄처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그런데도 굳이 국보법이 따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보법 7조 때문이다.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 변란을 선정·선동한 자를 처벌'(1항)하고,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한 자를 처벌'(5항)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들에 나온 개념들 자체가 워낙 불명확하고, 내용도 추상적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나왔듯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국보법 위반이라고 했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보자. 이석기가 혁명동지가를 불렀다고 북한을 찬양했다는 건데, 사실 혁명동지가는 우리나라 작곡가가 쓴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반독재 투쟁하면서 데모할 때마다 다 같이 부르던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찬양·고무'라고 한다면, 옛날과 달라진 게 뭔가. 이적표현물 목록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같은 책 몇 권 정도가 빠진 것 말고는 과거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민변에서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를 이끌고 계신다. 현 정부에서 민주주의 수준이 어떻다고 보나.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최병모 :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다. 정권 시작과 함께 터진 대선 부정 사태부터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대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거에 부정이 생겼다면, 대의 민주정은 근본부터 깨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일어난 선거 부정은 민주주의 위기라고 판단했고, 거기서 파생된 게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구 조치라고 본다. 이석기 사건의 유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당의 정당정책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해산 청구를 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본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고 본다.

일단 정부가 부정 선거 사태의 전말부터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무조건 덮고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대의정치 체제 아래서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해서 임기 동안은 무슨 짓을 하든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선출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의정치의 기본 틀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 게 주민소환제다. 뽑은 이유도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끌어내릴 때도 특별한 이유가 필요치 않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소환할 수 없게 돼 있다. 만약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소환 사유가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지금 벌어지는 사태들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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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어리 기자,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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