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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생아설’ 등 풍자...‘법 위반’ 여부 놓고 논란일 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1/18 09:39
  • 수정일
    2012/11/18 09: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홍성담 화백 ‘박근혜 출산’ 그림 파문
 
[보도비평] ‘박근혜 사생아설’ 등 풍자...‘법 위반’ 여부 놓고 논란일 듯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18 04:11:55 | 최종:2012-11-18 04:44: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유체이탈> 3부 '유신의 초상' 포스터
독재권력 하의 국가폭력과 민중의 박해사(史), 그리고 5.18광주항쟁, 일제 위안부 피해자 등을 리얼한 필치로 고발해온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의 붓끝이 최근 ‘박정희 시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향하고 있어 주목된다. 비혼(非婚)인 박근혜 후보의 출산 장면을 가상해서 그린 그림 등 최근 발표한 몇몇 작품들은 대선 정국에서 큰 논란이 될 듯도 하다.

 

전문예술 사단법인 ‘아트 스페이스 풀’(구 대안공간 풀)과 사단법인 평화박물관의 미술전시공간 ‘스페이스99’는 ‘유신 40년’을 맞아 6부작 미술프로젝트인 《유체이탈 : 維體離脫》을 공동기획 했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 8월 하순부터 12월 중순까지 4개월여에 걸쳐 ‘스페이스99’ 등에서 전시 중인데 5부의 경우 9월부터 온라인 전시를 해오고 있다.

평화박물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최측은 “‘10월 유신’이라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몸과 마음에 남은 유신의 영향을 풍자, 성찰하기 위하여 6부작 미술 프로젝트를 공동기획 하였다”며 “‘유체이탈(幽體離脫)’은 본래 ‘몸을 벗고 떠나다’라는 뜻이니 본 프로젝트의 제목인 ‘유체이탈(維體離脫)’은 ‘유신체제를 벗고 떠나다’라는 의미이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3부 ‘유신의 초상’인데 홍성담 황세준 박영균 김성룡 등 민중미술 선배세대 작가들을 비롯해 이윤엽 선무 양은주 등 후배세대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품내용은 ‘유신’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다양한 면모를 중심으로 당시 장발 단속에 사용된 ‘바리캉’ ‘국민교육헌장’ 등을 희화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는 박근혜 후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림의 내용은 박 후보가 한 산부인과 병원의 분만실 수술대에서 막 출산한 아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고, 간호사는 탯줄이 달려 있는 갓 태어간 아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왼쪽 끝에는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골든타임’의 주인공 최인혁 의사인 듯한 의사가 갓난아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고, 맞은편의 한 간호사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링거를 꼽은 박 후보의 왼손 아래 땅바닥에는 박 후보의 것으로 보이는 수첩이 떨어져 있다.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194×265cm, 캔버스에 유채, 2012 ⓒ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 두 가지일 것 같다. 첫째, 박 후보의 ‘사생아 출산설’을 상징한 것 같다. <월간중앙>은 지난 7월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인터뷰를 통해 박 후보의 ‘사생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월간중앙>은 이 보도에서 문제의 사생아는 ‘올해 30살 정도이며 일본에 살며, 야당에서도 접촉을 꾀한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았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월간중앙>은 이와 관련된 후속보도는 하지 않은 채 얼마 뒤 정정기사와 함께 박 후보에게 사과하는 글을 싣고는 이후 흐지부지 돼버렸다. 이에 박 후보측은 <월간중앙>은 물론 문제의 내용의 ‘소스’였던 김 전 대통령과 그의 차남 김현철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의혹을 샀다. 홍 화백은 박 후보를 둘러싼 이 ‘사생아 논란’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여기에다 ‘박정희 과거사’까지 이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갓난아기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누가 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박 후보가 아기를 보며 활짝 웃는 장면이나 ‘최인혁 의사’인 듯한 의사가 갓난아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도 그렇다. 이는 박 후보가 출마 전후에 5.16쿠데타나 ‘유신’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던 것을 마치 ‘박정희의 분신’을 낳는 것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을 이중적으로 비판했다고도 보여진다.

 

홍성담 화백
이와 관련해 홍 화백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근혜 출산설에서 착안한 그림’이라고 인정하고는 “박근혜씨가 독재자의 딸이다 뭐다 하는 평가와 별도로 이상스러운 박 후보의 처녀성, 몰지각한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선글라스 아기’에 대해서는 “최인혁이란 의사마저도 막 태어난 아기가 권력자와 각하를 닮았으니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유신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출산설’은 당사자가 부인하고 있고, 또 명확한 근거도 없어 현재로선 낭설일 뿐이다. 따라서 이같은 그림은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상황이어서 특정후보 비방 등의 혐의로 실정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홍 화백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하위법인 공직선거법 위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헌법에 기초해서 인간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홍 화백은 이어 “혹시 공직선거법으로 저를 고소하거나 고발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선거를 위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늠해 보려고 한다”며 “이런 정도의 자유가 없다면 국적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혀 이 작품에 대해 강한 소신을 밝혔다.

 

이밖에도 홍 화백은 ‘바리깡Ⅰ-우리는 유신스타일!’ ‘바리깡Ⅱ-우리도 유신스타일!’ 등 두 편을 추가로 출품했다. ‘바리깡Ⅰ’은 박 후보가 교수형 밧줄이 매달린 작은 탁자 위에서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다. 그 뒤로는 바리캉으로 머리 가운데 ‘고속도로는 낸’ 젊은이들이 검은색 석그라스를 쓴 채 역시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으며, 그들 맨 앞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리캉을 들고서 역시 말춤을 추고 있다. 이는 박정희 시절 장발단속을 희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홍성담_바리깡Ⅰ-우리는 유신스타일!, 194×130.5cm, 캔버스에 유채, 2012 ⓒ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홍성담_바리깡Ⅱ-우리도 유신스타일!, 162×130.5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2 ⓒ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바리깡Ⅱ’는 얼핏 봐서는 그림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자세히 보면 수십 개의 무덤들이 켜켜이 보이는데 이 무덤들은 박 정권 하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무덤들은 전부 바리캉으로 민 청년들의 머리처럼 무덤 가운데가 파여 있다. 그리고 여러 무덤 앞에는 마치 ‘T’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비석들이 서 있는데 전부 백비(白碑), 즉 아무런 글씨도 쓰여 있지 않다. 이는 ‘무언의 항의’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 두 그림과 관련해 홍 화백은 “비판적인 그림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기 마련인데, 풍자와 해학을 넣기 위해 요즘 사람들의 트랜드 코드를 따를 필요가 있다”면서 “그림의 내용이 비판적이면서도 웃고 즐기고 밟은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풍자를 시대감각에 맞췄다는 얘기다.

 

큰 논란이 됐던 '박근혜 패러디'
‘박근혜 출산’ 그림 등은 이달 10일부터 시작해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스페이스99’에서 전시중이다. 과거의 예로 보자면 이같은 그림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가 돼 논란이 됐을 법도 한데 의외였다. 포털에서 관련기사 검색을 해본 결과 18일 오전 현재 이를 다룬 곳은 세 매체에 불과했다. 아직 기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전시 개시 이틀 뒤인 12일 <시민의소리> 보도였다. 그 다음은 진보적 언론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17일 오후 5시 58분, 우파성향의 인터넷신문 <뉴데일리>는 18일 0시 30분에 각각 기사를 출고했다. <미디어오늘>은 작품 소개 및 작가 홍성담 씨와의 인터뷰를 실어 입체적으로 보도한 반면, <뉴데일리>는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고서 이를 비판하는 형태의 기사를 실었다.

<뉴데일리>는 “대선이 점차 다가오자 좌파 진영의 막가파식 ‘안티 박근혜’ 행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화가라는 홍성담 씨가 공개한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그림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좌파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이 그림을 보고선 ‘의사와 간호사들의 표정에는 특히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디어오늘’과 홍 씨는 마치 박근혜 후보의 ‘출산설 의혹’이 실재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가 기사 말미에서 “한편 홍 씨와 ‘미디어오늘’이 ‘풍자’라고 주장하는 그림에 대해 새누리당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그림이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게 되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듯이 현재로선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조만간 이 그림을 둘러싸고 실정법 위반이냐, 표현의 자유냐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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