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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잊으라 하는 자, 누구인가

[정책쟁점 일문일답] '기레기'보다 더 해로운 '저질 논객'

기사입력 2014.05.09 11:37:14

 

 

 

 

 

 

 

 

 

1.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세월호 참사로 민간소비가 둔화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지난해 여름에도 현 장관이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딴지를 걸며 경제민주화 형해화(形骸化)에 앞장섰는데요. 이번에도 세월호 잊기 운동의 선두에 서려 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 장관이 재벌의 방패 역할만큼은 재빠르게 해내고 있는데요.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일부 보수언론들은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 서민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사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 요즘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인데요. ‘기자 쓰레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최근 기레기가 많아진 것은 인터넷 언론사의 범람과 과잉경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되는데요. 1990년대 금융규제완화 이후 저질 금융기관이 범람했던 것처럼 최근 정체 불명의 인터넷 언론사들이 범람하면서 기자들의 평균 수준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레기보다도 ‘칼레기’가 더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칼레기는 칼럼이나 사설을 쓰는 쓰레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기레기의 범람이 언론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인 반면, 칼레기의 범람은 해바라기처럼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저질 논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3.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를 전후한 시기에 경제지표는 어떠했나요?
⇒ 삼풍백화점 참사는 1995년 6월 29일 일어났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 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9.4%(전년 같은 분기 대비 성장률, 이하 동일)였고, 3분기 성장률은 10%였습니다. 가계소비 부문을 보면 2분기 성장률은 10.6%였고, 3분기 성장률은 11.1%였습니다. 이 지표들은 삼풍백화점 참사를 전후하여 소비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번의 경우에는 그 때와 다른 점이 있기는 합니다. 1995년은 호경기였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또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가 그 때에 비해서 훨씬 더 크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소비위축 운운하는 정부 관료들과 보수언론의 태도는 지나치게 졸렬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들이 자주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서민경제를 팔아서 자신들의 사익을 최대화하려 하고 있는데요. 현 장관과 보수언론들이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걱정했다면,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며 그런 주장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4.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걱정한다면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추천할만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MB정부가 수퍼 추경 과정에서 추진했던 서민경제 지원책이 하나 있었는데요.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꽤 쓸모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유효기간이 3개월인 재래시장 상품권을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것인데요. 이와 같은 서민경제 지원 방식은 대공황 때 케인스가 제안했던 유효수요 창출방법 중에서도 가장 나은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현 장관과 일부 보수언론들이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걱정한다면,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며 툴툴거리기보다는 이와 같은 서민경제 지원책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5.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의 낙하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료마피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행정고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다양한 임용방식으로 고위직 공무원들을 충원하자는 주장인데요. 적절한 대안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소박한 구상은 현행 대학입시제와 같이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지난 십수 년간 정부는 대학입시제도를 개선한다며 입시제도를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들었는데요. 오히려 교육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복잡한 임용방식을 도입하면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특채가 많은 외교부의 경우 고위직 공무원 대물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6. 관료마피아 문제, 언론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나 요란하게 떠들지만 제대로 된 개혁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여러 가지 정책을 동시에 융단폭격식으로 추진해야 관료마피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첫째, 고위 관료 임용과정에서부터 직렬을 더 세분화하고, 이공계 직렬을 확대해서 비이공계의 전횡을 막아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직렬별로 고위직 공무원을 선발할 때 비이공계 출신과 이공계 출신을 절반씩 채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80% 이상을 비이공계로만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형적인 고위직 공무원 선발방식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7. 고위 관료들의 취업제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2008년 일본 정치인들은 관료개혁을 통해 퇴직관료들의 공기업과 사기업 재취업을 1회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직위 및 업무 관련성이 큰 기업에 대한 공직자 재취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고위 관료에 대해 각각 퇴직 후 3년, 5년의 재취업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영국은 까다로운 공직자 재취업 사전 승인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고위 관료들의 취업제한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할 것입니다. 
 
8. 일본도 과거에 관료마피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요. 폐해가 심했지요?
⇒ 일본의 경우를 보면 관료마피아들이 ‘잃어버린 20년’의 주범이었습니다. 이들은 1980년대에는 금융규제완화로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1990년대에는 부자감세로 국가재정을 빚더미로 몰아넣었으며, 역시 1990년대에는 거품 붕괴와 복합 불황 속에서도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기피하여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결국 일본 정치권은 2000년을 전후하여 ‘잃어버린 10년’의 주범인 대장성을 해체하고, 수상의 권한을 강화하는 정부개혁에 나서게 되었는데요. 당시 정부 개혁은 정치인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했습니다. 
 
9. ‘잃어버린 10년’의 주범이 대장성이라 했는데요. 1990년대 대장성 관료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나요?
⇒ 1990년대까지 일본 대장성 관료들 사이에는 매우 전근대적인 조직문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장성 후배 관료들이 퇴직한 선배들을 평생 충성으로 챙기는 독특한 문화였는데요. 이런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는 선배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장기간 지연시켜 일본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결국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2001년 정치인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한 정부 개혁 과정에서 대장성이 해체된 이후에야 금융청에 의해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10. ‘늘공’과 ‘어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공은 '늘 공무원'인 사람을 말하고,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을 말하는데요. 역대 정권 하에서 어공은 늘공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대다수 고위직 늘공들 행태를 보면 정치적 수완이 드라마 ‘정도전’의 ‘이인임급’입니다. 책임 회피와 조직 수호의 달인들인데요. 어공들이 이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어공들 중에서도 일부가 제법 적응을 하기도 하는데요. 대개 늘공에 잘 영합하는 사람들입니다. 늘공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책임 회피와 조직 수호에 도움이 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11. 늘공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임 회피와 조직 수호를 하고 있나요?
⇒ 자신의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최대한 정보를 은폐합니다. 반면, 자신의 승진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 앞에서는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동원하고, 달달한 언사로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포장합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인데요. 가장 실효성 있는 관료 개혁은 노무현식 ‘정보 공개 개혁’과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입니다.
 
12. ‘정보 공개 개혁’이 중요한 이유가 뭡니까?
⇒ 개혁파가 개혁에 성공하려면 악마에게도 배워야 합니다. 1961년 박정희가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것은 그의 조카사위였던 김종필이 제공하는 정보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종필은 당시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기획과장이었습니다. 1980년 전두환의 군사쿠데타도 그가 보안사령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력은 자금 동원 능력과 함께 가장 ‘강한 권력의 기반’입니다. 노무현식 ‘정보 공개 개혁’은 관료들에게 집중된 정보의 일부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한 것인데요. 이것은 정보력이라는 중요한 권력의 일부를 국민들에게 이전한 것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습니다. 
 
13. 노무현 정부 후반기 때는 각 부처로 하여금 국정감사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는데요. 지금은 유야무야 된 것 같습니다.
⇒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 기득권층의 입지가 강화된 정부인데요. 기득권층들은 원래 투명성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기득권층들이 국가경제와 서민경제를 축내는 것은 쥐들이 창고의 식량을 축내는 것과 유사한데요. 쥐들이 밝은 곳을 싫어하듯이 기득권층들도 밝은 곳을 싫어합니다. 
 
14. 실효성 있는 관료 개혁을 하려면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관료개혁은 정치인들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개혁위원회가 추진해야 합니다. 단, 이 때 개혁위원회 위원은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또 평상시에도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참여 위원회와 시민참여 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료들을 견제해야 합니다. 이 때도 위원들은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전문가참여형·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이 성공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국민이 중심인 나라’가 좀더 빠른 시일 내에 도래할 것입니다.  
 
15.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전문가참여 위원회와 시민참여 위원회를 확대한다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 국민들에게 정보가 많이 공개되어 이전될 것이고, 관료들도 과거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덜 보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 여론을 더 많이 살필 것입니다. 또 정당의 역할이 커지면 정당이 강화될 것이고, 시민단체의 역할이 커지면 시민단체도 강화될 것입니다. 
 
16. 야당들은 왜 이 좋은 대안을 추진하지 않는 겁니까?
⇒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관료개혁에 있어서 정보 공개 개혁과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관료개혁과 공기업개혁, 낙하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자신들의 집권했을 때 측근들에게 나눠줄 낙하산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초선 의원들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중진 의원들은 아마도 후자에 해당할 것입니다. 
 
17. 관료마피아 문제를 다루다 보면 낙하산 문제를 빼놓을 수 없고 공기업 개혁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포함, 이하 동일) 개혁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관료마피아 개혁에 진전이 없는 이유와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공기업 개혁을 하기 위해서도 정보 공개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관료들과 공기업들은 정보 공개를 하는 흉내만 낼 뿐, 기본적인 정보도 최대한 은폐하려 합니다. 현재 295개 공공 기관 대부분은 예산서, 결산서, 사업계획서 등을 요약본 형태로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약본 형태의 경영 공시는 공공 기관의 내부 실정을 파악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들도 공공 기관으로부터 요약본 형태 이상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국회는 법령을 개정하여 295개 공공 기관이 지난 10년 이상의 예산서, 결산서, 사업계획서 원본이나 사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회의원들, 언론사들, 그리고 국민들이 공공 기관의 내부 실정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18. 공기업 개혁에서도 ‘전문가참여형·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이 매우 중요한데요. 민간 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된다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도 허수아비 위원회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지요?
⇒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공운위는 정부 관료들이 일회용 컵처럼 이용하는 허수아비 위원회에 불과합니다. 공운위가 얼마나 황당한 들러리 위원회인지는 위원들 위촉 과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위원회가 거의 유일한 공공 기관 외부 통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위촉 과정에서 '국민 대표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대표성이라는 것은 노·사·정 위원회처럼 국민 각계로부터 대표를 파견하게 하여 어떤 위원회가 일부 기득권층의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할 때 확보되는 것인데요. 우리나라 공운위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위원을 임의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되,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 위원회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9. 공운위가 제 기능을 하게 하려면 이것을 어떻게 바꾸어야 합니까?
⇒ 첫째, 전체 위원 중 민간위원 비율을 현재의 1/2에서 2/3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위원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해서 국민 대표성이 확보될 수 없습니다. 둘째, 국회가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라 민간위원을 추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공운위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 위원회를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으로 방치하는 한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20. 마지막 주문입니다. 지금 이 시기 실효성 있게 서민경제를 살리는 방안과 실효성 있게 관료개혁을 하는 방안에 대해 요약해서 말씀해 주시죠.
⇒ 앞에서도 말했듯이 경제관료들과 보수언론들이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걱정한다면,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며 툴툴거리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서민경제 지원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재래시장 상품권 지원정책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또 실효성 있는 관료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개 개혁’과 ‘전문가참여형·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개혁’이 필수적입니다. 단, 이 개혁이 성공하려면 관료개혁위원회 위원과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두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대폭 강화하면서 동시에 관료개혁과 공기업개혁도 할 수 있는 이 좋은 대안들에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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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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