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그 지지율이 이 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다 문창극 인사파문이 결정적인 부정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선 상태다. 박 정권은 취임 초의 인사 난맥과 윤창중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 이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과 간첩혐의 조작사건 등 대형악재 속에서도 50% 중반 수준의 지지도를 유지했고, 세월호 참사 직전에는 60% 중반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 만큼 충격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최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시기의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지지율은 높은 수준이다. 보수파의 지지층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보다도 견고한 편이다. 떨어져나간 보수파 지지자들은 기본적으로 보수파와 자유주의파 사이에서 동요하는 계층들이다. 보수파 지지를 철회해도 자유주의 지지로 돌아서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박 정권은 다시 국정장악력을 높여서 이들을 지지층으로 재결집시키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취임 초 상황과는 많이 다른 상태다. 해외순방과 재래시장은 대통령의 힐링 캠프였지만, 이제는 이것으로 국정의 동력을 회복하기 여의치 않은 듯하다. 

취임 초기의 악재는 정권에 대한 결정타가 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시작도 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다른 한 편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트레이드 마크로 해서 대권을 장악하였고, 가벼운 말실수로 정치생명이 끝장나곤 하는 우리나라의 천박한 정치풍토 위에서는 비교적 언행이 신중한 인물로 평가되었다. 그 원칙과 신뢰를 시험해보기 전에는 그 지지를 철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에서는 이 덕목이 불통과 아집, 소통부재의 악덕으로 바뀌었다. 책임 없는 일에는 발언을 해도, 책임져야 할 일에는 입을 다물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정권의 대응책은 무능함과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고, 신뢰의 심각한 타격과 함께 박 정권에게는 생각치도 못한 날벼락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겠다는 2기 내각 구상은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몰개념과 왜곡된 역사인식, 그리고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 각종 비리와 자질 부족 문제로 인해 수습은커녕 또 한 번의 참사가 되고 말았다. 취임 초의 인사파문과 정부조직법 논란이 재현된 것인데, 이건 1기 내각 파동과는 다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인사 참사로 박 정권이 자멸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합의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시간을 요할 것이므로 세월호 참사에 이어 박 정권의 국정 표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1년 반이 되는 집권 시기에 박 정권은 도대체 정책의 성과를 낸 게 없는 상태다. 처음에는 창조경제와 일자리를 들고 나왔고, 그 다음에는 규제완화와 경제혁신에 목을 매더니, 곧 세월호 참사로 국가대개조를 운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경제회복과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박 정권의 정책수행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비정상의 정상화와 국가개조는 박 정권에게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박 정권의 중심 세력, 이 권력이 기반하는 계급계층이 다름아닌 비정상과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본산이었고 국가개조의 제1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가개조의 적임자요 집행자라고 내세운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은 자신들이야말로 개조와 척결의 대상임을 여지없이 증명해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문창극의 낙마에 사과도 없이 이를 청문회와 언론 탓으로 돌렸다. 신상털기식 검증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청문회 문턱을 낮추자는 제도개선을 요구하였다. 이건 결국 국가개조를 하지 말자는 것이고, 비정상과 적폐를 용인하자는 것이다. 
 
   
▲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

 

물론 박 정권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 건 전혀 아니다. 경제민주화 논쟁 앞에서 온건한 신자유주의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달리 박 정권은 경제민주화의 실종과 함께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경제혁신은 다름아닌 자본의 무절제한 이윤추구를 강력하게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표출이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될수록 대중의 빈곤과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보장과 국민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박 정권의 추락과 국정의 표류는 이런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국민과 대중에겐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