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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문철수’가 되면 이긴다

 

문재인, ‘문철수’가 되면 이긴다
 
[특별기고] 한일수 前 대전내일포럼 공동대표(대전 두리한의원 원장)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28 14:35:18 | 최종:2012-11-28 16:52: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부터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여야 후보 모두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그룹인 대전내일포럼 공동대표를 지낸 한일수 대전 두리한의원 원장이 이와 관련한 글을 한 편 보내와 소개합니다. 반론도 기꺼이 환영합니다...편집자)

“대전은요?”

안철수의 사퇴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더 솔직히 말자하면, 이대로 가면 박근혜가 무조건 당선된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쁜 일이겠지만,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60%의 유권자들에겐 절망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까?

열쇠는 안철수가 쥐고 있다고 말한다. 후보직에서 사퇴한 안철수가 얼마나 열심히 문재인 후보를 돕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틀릴 것이다. 안철수가 제 아무리 열심히 문재인을 돕는다고 해도, 문재인과 민주당이 바뀌지 않으면 박근혜가 된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야 한다. ‘문재인이 전력을 다해 구태정치를 벗어나고, 안철수가 그런 문재인을 사력을 다해 도우면 겨우 이길 수 있다’로.
 

 

현재 박근혜의 당선이 유력한 이유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박근혜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원래부터 투표에 참여하지 않던 30%에 속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바빠서 또는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30%의 사람들은 이회창-노무현 때도, 이명박-정동영 때도 투표하지 않았다. 훨씬 더 이전에 박정희-김대중 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를 지지했다가 그의 후보 사퇴로 허공에 떠버린 유권자들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해줄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강제적 무관심층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자들의 마음은 지금의 정당정치가 죄다 썩었고, 이런 체제에서 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을 때, 그는 한국 정치에서 아무도 넘지 못했던 ‘마의 50%’ 지지율을 넘어섰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라.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에 더해 이들 강제적 무관심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려면,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이들이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하나는 전술한 바처럼 구태 정치를 끝내겠다는 선언과 실천 방안이다. 그것도 구체적인 방안과 그것을 머리가 깨져도 지키겠다는 민주당 의원 전원의 동의를 함께 보여줘야만 한다. 다른 하나는 ‘복지와 정의와 평화’라는 시대정신을(이 구호는 물론 안철수의 것이었다)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이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포스터
마찬가지로 민주당 전부의 동의가 첨부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문재인이 안철수의 대리인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 문재인이 안철수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기표봉을 잡으러 투표소에 나갈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온 염홍철에게 트리플 스코어로 지고 있었다. 이 결과는 누가 와도 뒤집어질 수 없었다. 실제로 박근혜가 몇 번이나 지원 유세를 왔음에도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위 카터칼 테러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던 박근혜가 마취에서 깨어나 던진 첫마디, “대전은요?” 한마디에 이 격차는 뒤집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전시민의 민도(民度)가 낮음을 한탄하지 마라.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박근혜가 살아남아 대통령 직위 지근거리로까지 접근한 까닭이기도 하고, 정몽준에게도 뒤지던 노무현이 원조 대세론의 주인공 이회창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 이유이기도 하니까.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세대를 떠나 강한 정서적 동질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빚은 갚아야만 한다”는 부채의식이다. 박근혜가 왜 대구-경북에서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는지 아는가. 불쌍해서 그렇다. 부모도 죄다 흉악하게 돌아가시고 시집도 못간 박근혜에게 정치적인 빚을 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을 떠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그러하다. 그래서 박근혜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인 것이고, 설사 그녀가 그 누구의 사생아를 낳았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그 지지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성에 앞서는 감성의 코드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지만, 안철수 사퇴로 투표는 하기 싫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보낼 방법도 동일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안철수에게 느끼는 부채의식을 문재인에게 투사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문재인과 민주당이 정말 뼈를 깎는 마음으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안철수를 실천하는 길뿐이다. 문재인이 안철수가 되어야지, 안철수가 문재인이 되어선 승리할 수가 없다. 안철수의 지지와 헌신은 필요조건일 뿐이지, 열쇠는 결국 문 후보와 민주당이 갖고 있다.

 

▲ 필자 한일수 원장
장담컨대, 민주당 의원 중에는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려고 구태정치를 청산하자는 안에 반대표 던질 인간이 꽤 될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기 때문에 안철수를 사퇴시킬 수는 있었겠지만, 그런 민주당으로는 절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주당을 바꾸고 안철수의 공약을 자기 것으로 삼아 실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안철수 지지자들이 마음을 돌린다.

 

그러니 문재인 후보여, 안철수의 헌신은 걱정하지 마시라. 그는 미친 듯이 도울 것이다. 물론 문 후보가 바라는 방식대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도울 테니 제발 도와 달라고 징징대지 말고 당신이 해야만 할 일을 하시라. 그리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될 것이고, 반대로 안철수만 바라보고 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된다. 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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