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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

'글루텐'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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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TEN

 

글루텐(gluten): 보리, 밀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

더 쉽게 말하자면, 밀가루 특유의 쫄깃하고 찰진 식감을 만들어주는 성분이다. 쫄깃한 면과 빵을 탄생시키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글루텐을 '만병의 근원'처럼 인식하고 있다. 소화장애, 비만, 피부 트러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되도록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는 게 건강과 아름다움에 좋다는 것이다.

'글루텐 프리' 제품, '글루텐 프리데이',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 등등, 가히 '글루텐 프리 열풍'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글루텐에 대해 반박도 만만치 않다.

 

1. 글루텐 때문에 배가 아프다?

사람들이 글루텐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셀리악병과 같은 '소화장애'를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발병사례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글루텐보다는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셀리악병 등 글루텐이 문제돼 발병한 사례가 전혀 없는 국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글루텐 기피현상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다소 의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종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셀리악병은 국내에서 거의 진단사례가 없다”며 “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서 글루텐 섭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밀 혈액검사 후 소장까지 관찰할 수 있는 위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해도 확진이 어려운 것이 셀리악병”이라며 “글루텐보다 탄수화물 중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은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글루텐 섭취를 피할 필요가 없다”며 “소화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탄수화물, 당류 섭취가 문제가 된 사람이 많다”고 했다.(한국일보 7월 28일)

 
 

하지만 정작 글루텐으로 생긴다는 장내 염증은 동양권인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선 발병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 신진영 가정의학과 교수/삼성서울병원 ▶ 
"셀리악병(장내 염증) 예측해서 글루텐 프리 식품을 드시는 것보다 탄수화물을 적게 복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개개인 체질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밀가루를 기피하기 보다는 균형 있는 식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MBC 7월 17일)

글루텐 질환으로 알려진 병들이 실제로 글루텐과 관계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셀리악병 환자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결과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글루텐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식품 속 다른 단백질이나 심지어 탄수화물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 2010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글루텐 민감성으로 알고 있는 사람 32명을 대상으로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을 실시한 결과 불과 12명만이 증상이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60%는 글루텐 민감성이 아니고 따라서 효과도 없는 식이요법을 한 셈이다.(동아사이언스 7월 7일)

 
 

하지만, 글루텐 민감 체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빵을 먹으면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는 사람들도 많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밀가루 속 글루텐이 문제가 아니라 빵을 제조하면서 넣는 수십가지 첨가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늘날 빵을 먹고 탈이 난 많은 사람들이 글루텐을 원망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글루텐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지 않은 빵을 먹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수십 가지 첨가물을 잔뜩 집어넣어 속성을 대량생산한 빵을 먹으면서 깊은 풍미를 잃고 대신 글루텐민감성을 얻게 된 건 아닐까.

다음은 20세기 초 ‘사기 억제를 위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gress for the Suppression of Fraud)’가 소집한 전문가 집단이 제시한 빵의 법적 정의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빵은 빵이 아니다!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은 빵이라는 단어는 오로지 밀가루, 사워도우배양액(발효종) 혹은 맥주나 곡물로 만든 효모, 식수, 소금을 섞은 반죽에서 나온 산출물에만 사용된다.”(동아사이언스 7월 7일)

2.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을 유발한다?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을 유발한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증명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25일 한국제분협회 주최로 열린 '밀가루의 영향학적 가치와 안전성' 세미나에서 365mc비만클리닉 대전점 김우준 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밀가루가 탄수화물 중독의 원인물질이라는 속설과 밀가루를 끊으면 건강할 수 있다는 속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두 속설은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에서 기인하는데, 글루텐은 밀에 포함된 단백질 중의 하나로 글루텐 성분이 많아질수록 쫄깃하고 찰진 식감이 강해진다. 글루텐은 위산에 포함된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 의해서 엑소핀이라는 물질로 전환되는데, 엑소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화학구조식을 가지고 있어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마약성 진통제인 엔돌핀과 달리 엑소핀은 음식에 포함된 단백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식품을 통해서 외부에서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엑소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exorphine = exogenous + morphine like compound). 음식 단백질에서 엑소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처럼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뿐만 아니라 우유의 카제인, 쌀의 알부민, 혈액 속의 알부민과 헤모글로빈 등에서도 엑소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소화 효소에 의해서 마약으로 바뀌어서 탄수화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면, 우유, 쌀, 시금치, 선짓국 등도 음식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주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식품저널 2013년 10월 25일)

 
 

Q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의 원인이라는데.

증명되지 않았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글루텐은 위산에 포함된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 의해 엑소르핀이라는 물질로 전환된다. 엑소르핀은 아편성 진통제인 모르핀과 유사한 화학구조식을 하고 있어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마약성 진통제인 엔도르핀과 달리 엑소르핀은 음식에 포함된 단백질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뿐 아니라 우유와 쌀·시금치·혈액 속 알부민과 헤모글로빈에서도 엑소르핀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유·쌀·시금치·선짓국에 중독됐다는 주장은 없다. 또 밀가루 500g을 먹었을 때 혈액에 녹아 드는 엑소르핀은 0.7㎎인데 이 정도의 엑소르핀이 중독성이나 신경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중앙일보 2013년 12월 16일)

 
 

보그걸(2010년 9월호)에 따르면, 한의사 김성현 박사도 "일부에서는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탄수화물 중독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식품 자체의 영양만 비교하면 이 둘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보다는 어떤 가공을 거치고, 어떤 음식과 곁들여 먹는지가 건강과 더 직결되는 문제죠"라고 지적했다.

3. '글루텐 프리', 먹으면 건강하고 날씬해진다?

'글루텐 프리' 제품도 글루텐이나 밀에 예민한 사람에게만 의미있을 뿐 일종의 '건강식'이라거나 '다이어트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글루텐 대신 들어가는 탄수화물 등의 성분으로 대사증후군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 '글루텐 프리' 제품을 찾기보다 균형적인 식단을 먹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글루텐 프리' 열풍의 배경에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6월 23일자에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뉴스가 실렸다. 오히려 탄수화물과 당분의 함량이 높아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 높다는 것. 현재 미국에서만 글루텐 프리 시장이 233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라고 한다. 어쩌면 대형 식품회사들은 진실의 미묘함을 알면서도 건강 염려증이 지나친 현대인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모든 문제를 글루텐으로 몰아 마케팅 컨셉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동아사이언스 7월 7일)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루텐을 넣지 않은 이른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이어트나 소화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인기지만, 글루텐을 함유한 식품과 영양학적으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중략)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글루텐 프리 제품의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과 달리, 시판 제품 중에선 글루텐의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나 탄수화물은 되려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유명 파스타업체 바릴라의 ‘글루텐 프리 스파게티’ 제품은 같은 중량의 ‘통밀 스파게티’와 비교했을 때, 칼로리는 같으면서도 지방과 나트륨, 당류는 더 적었다. 글루티노의 ‘글루텐 프리 사과ㆍ시나몬 시리얼’은 일반 제품과 달리 칼슘, 철분, 비타민 A와 C를 하나도 함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고 우탄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 영양정책담당 대표는 “이젠 정크푸드도 ‘글루텐 프리’로 포장돼 유통되면서 이 글루텐 프리 유행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도넛은 글루텐 프리든 아니든, 여전히 도넛일 뿐”이라고 우려했다.(헤럴드경제 6월 24일)

 
 

Q 글루텐프리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과 방법은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루텐을 먹었을 때 복통이 오고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는 등의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밀에 알레르기가 있어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과민해서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이다. 이들은 밀·귀리·보리가 포함된 음식은 피한다. 대두·쌀·옥수수·감자는 안전하다. 유화제나 안정제가 첨가된 가공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와인이나 증류주는 안전하지만 맥주는 위험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밀가루 섭취는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열량 섭취가 현명하다.(중앙일보 2013년 12월 16일)

 
 

글루텐프리 제품은 글루텐·밀에 예민한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도 일종의 건강식으로 오해받는다. 실제 글루텐프리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평균 30%씩 성장세다. 식품회사들은 앞다퉈 글루텐프리 식품을 내놓는다. 글루텐프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밀가루가 건강을 악화시키고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고 잘못 생각해서다. 일부 엄마는 아이에게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이유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가루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김경수 교수는 “쌀과 감자는 주로 밥으로 먹거나 쪄서 먹는다”며 “반면 밀가루는 그 자체로 먹는 게 아니라 설탕과 버터를 듬뿍 넣은 케이크·도넛·쿠키 등으로 가공해서 먹는 식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중앙일보 2013년 12월 16일)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석중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출시되고 있는 ‘글루텐 프리’제품이 비만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를 하고 있는데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제품에 의존하지 말고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했다.

그는 또 “밀가루 음식에 과민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될 수 있지만 일반인에게 글루텐 프리제품은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제품이 인기를 끌자 맹목적으로 국내에서 ‘글루텐 프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한국일보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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