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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 녹여 어떻게 20억원을 벌었을까요?

등록 : 2014.11.19 11:07수정 : 2014.11.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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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을 녹이고 있는 모습. 사진 포천경찰서 제공

[뉴스 AS]
은행에서 산 10원짜리 7억을 녹인 일당이 잡혔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산 돈을 녹였는데 왜 처벌을 받을까요?

돈을 녹여 돈을 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관련 기사 : 10원짜리 동전 녹여 20억원 챙긴 주물기술자 붙잡혀)

 

이들은 전국의 은행에서 사들인 10원짜리 동전 7억원 가량을 녹여 동괴를 만든 뒤 금속업체에 팔아 20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동전을 녹여 3배가량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어떻게 돈을 녹여 돈을 벌었을까요?

 

이들은 왜 돈을 녹였을까요? 자신이 돈 주고 구입한 돈을 녹였는데 왜 경찰에 붙잡혔을까요?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녹였습니다.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10원짜리 동전 가치보다 훨씬 올랐기 때문입니다. 동전의 원료는 구리인데 구리 값이 오르다 보니, 10원짜리 동전의 원가는 10원보다 더 높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동전 1개당 5∼8원을 더 주고 산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10원짜리를 가려서 녹였습니다.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2가지 종류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일당들이 녹인 것은 옛 10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이 동전은 1966년 8월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지름이 22.86㎜, 무게가 4.06g입니다. 성분은 구리가 65%, 아연이 35%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2006년 11월 이후 동전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지름이 18.0㎜, 무게가 1.22g의 작은 동전으로 줄어든 것이죠. 성분도 조금 달라졌는데요. 구리가 48%, 알루미늄이 52%입니다.

 

한은이 크기와 무게를 줄인 동전을 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액면가를 넘는 제조비용 탓입니다. 10원짜리 동전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입니다. 옛 동전은 원가가 30~40원에 이릅니다. 구릿값이 올라 돈을 만드는데 돈이 더 드는 셈입니다. 하여 한은은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볍게 만든 동전을 만든 것이죠. 원가는 22원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액면가는 여전히 10원을 뛰어넘습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만드는데 돈이 더 들고 쓰지도 않는 10원짜리를 왜 만드냐는 얘기를 합니다. 저 역시 요즘엔 10원짜리 동전을 쓴 적이 없네요. 그래서 한은에 물어봤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이 아직도 쓰이나요?” “네.” 지금도 쓰임새가 있다고 한은 쪽은 얘기합니다. 채홍국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대형 마트나 병원에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거스름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엔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해 거스름돈을 주고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분은 거스름돈을 주고받기 위해 10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만든 동괴. 사진 포천경찰서 제공

 

돈 주고 산 돈을 녹였는데 왜 처벌 받을까요?

 

이들은 자신이 산 돈을 녹였는데 왜 처벌을 받을까요?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동전 액면가보다 훨씬 비싸지면서 이렇게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일당 이전에도 이런 사례가 여러 차례 더 있었습니다.

 

이에 한은은 2011년 9월16일 ‘한국은행법’을 뜯어 고쳤습니다. 동전을 훼손하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새로운 내용을 한은법에 담은 것입니다. 한은법 52조2를 보면 ‘누구든지 한국은행의 허가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주화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융해·분쇄·압착, 그 밖의 방법으로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제105조의2(벌칙)에선 ‘제53조의2를 위반하여 주화를 훼손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처럼 10원짜리 동전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고 구리로 전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올라 10원짜리로 살 게 없으니까요. 돈의 존재이유는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그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은이 만든 경제통계사이트인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ecos.bok.or.kr)’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해 봤습니다. 이 지수는 품목별로 가중치를 매겨 계산한 뒤 2010년=100을 기준으로 물가지수를 산정한 것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05였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이 나온 1966년 8월은 3.423입니다. 약 32배가량 올랐습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면 돈 가치는 떨어집니다. 1960년대에 10원으로 붕어빵 5개를 사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10원으론 아무것도 사먹을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10원짜리 동전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10원의 ‘동생뻘’인 1원과 5원은 10원과 같은 날인 1966년 8월16일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1원과 5원은 이제 더 이상 한은에서 만들지 않습니다. 1원짜리와 5원짜리 동전은 상거래에서 지급수단으로 쓰임새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10원짜리 동전은 1원과 5원의 전례를 따라갈까요? 아니면 살아남을까요? 지금으로선 단언할 수 없지만 10원이 사라진다면 또 다른 뉴스AS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퀴즈 하나 …답은 ‘한겨레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지금 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이 있는 분이 절대 유리합니다. 10원짜리 동전의 앞면은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요? 답은 ‘한겨레 페이스북’에 올려주세요. 참고로 동전의 앞면은 그림, 뒷면은 숫자임을 알려 드립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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