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에서 동아일보가 국가정보원과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는 국정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적인’ 보도를 내놨기 때문이다.  

유씨 사건을 최초 보도한 곳도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 2013년 1월 21일 <단독 北탈출 주민 서울정착 지원업무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이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모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과 한국 정착 상황, 생활환경 등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파장은 컸다. 국정원 합동심문센터 심문 과정에서 간첩으로 적발되거나 검거된 경우가 아닌 첫 사례로 꼽힌다는 분석이 나왔고 서울시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간첩이 잠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다. 관련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됐다. 

특히 당시 대통령 선거 개입 사건으로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동아일보 보도는 국정원 입장에서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동아일보 보도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인 ‘간첩 잡는 곳’이라는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충분했다.

   

▲ 유우성씨 간첩 사건을 첫 보도한 동아일보. 문서 조작 의혹이 짙어지자 동아일보는 ‘유씨가 북한보위부에서 일했다’고 증언한 탈북자 A씨를 인터뷰했다. 또한 문서 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권모 과장이 자살을 기도하기 몇시간 전 단독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다음날 사설을 통해 “탈북자로 위장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나날이 진화하는 북한의 대남공작에 비해 우리 공안기관의 대공 시스템이 한심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정원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보도는 피의자 사실 공표에 해당되는 내용이었지만 기사의 파급력 때문에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한 부분은 주목받지 못했다. 동아일보가 보도했듯이 당시 유씨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을 뿐이었는데도 ‘공안당국에 따르면’이라는 인용 문구를 통해 유씨의 구체적인 피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동아일보는 <2013한국 탈북자 간첩 딜레마>라는 기획 시리즈 기사를 통해 “위장 탈북 못 가려내는 시스템” 등 탈북자 검증 시스템을 질타하는 보도까지 내놨다.

하지만 유씨 사건과 관련해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2013년 4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국정원이 유씨의 여동생을 회유, 협박, 폭행 끝에 허위 자백시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고 폭로했고 그해 8월 유씨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유씨를 사실상 간첩이라고 보도한 기사에 대해 어떤 사과나 정정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특히 2014년 1월 외교문서(출입경 기록)까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씨 사건은 본격적으로 간첩 ‘조작’ 사건이 됐다. 검찰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 기록 등 3건의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 영사부의 회신 내용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되면서 국정원의 간첩 조작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중국과의 외교 분쟁을 우려하며 “변호인 측 자료는 사실이며 검찰이 제출한 서류는 위조”라는 중국대사관의 사실조회 신청 회신 내용에 대해서도 “그동안 국정원의 중국 내 정보수집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중국 측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2014년 2월 17일자)고 분석했다.

문서 조작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자 동아일보는 문서 조작을 ‘논란’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 최우열 기자는 지난 2월 20일 기자수첩을 통해 “문건을 놓고 공개 공방을 벌이면서 그동안 닦아 놓은 인적 정보망이 훼손되고 있다”는 공안 당국자의 말을 전하면서 “이번 사건은 정보전이라는 국익의 입장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굳이 서울고법이 받아야 할 중국 측의 회신을 입수해 법정이 아닌 장외로 끌고나가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유씨의 출입경 기록은 북한에서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핵심적인 증거였고 이를 변호인이 조작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진위 여부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변수였다. 국가기관의 잘못된 수사 행태가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동아일보는 단순히 인적 정보망 훼손 운운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이상한 보도행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국정원의 유씨 여동생 가혹행위 폭로, 1심 무죄 선고에 이어 항소심에서 문서 조작 파문이 제기되고 공소 사실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동아일보가 탈북자 A씨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다.

동아일보(최우열 기자)는 2014년 2월 24일 A씨 인터뷰 기사에서 ‘유씨가 북한보위부에서 일했다’는 발언을 전했고, A씨의 증언은 문서 조작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간첩인 것이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 같은 A씨 증언도 전 남편이었던 탈북자 B씨에 의해 허위 증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동아일보 인터뷰는 국정원이 주선하고 국정원이 A씨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밝히면서 국정원과 동아일보의 커넥션은 한층 더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B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A씨를 인터뷰했던 동아일보는 국가기관에 유리한 내용을 확산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에도 벗어난다. A씨 주장에 대한 상대방의 반론권도 보장해야 한다. 더욱이 인터뷰를 국정원이 마련한 것이라면 A씨의 주장을 의심했어야 했다.

A씨 인터뷰는 큰 파장을 낳지 못했다. 국정원이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반박할 문서를 구해달라고 의뢰하고 돈을 지급해 문건을 건네줬다는 조선족 김모씨의 검찰 진술 내용이 나오면서 문서 조작을 덮기 위한 조작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국정원 권모 과장 단독 인터뷰도 국정원과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검찰은 국정원 권모 과장이 문서 위조 과정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던 권씨는 지난 3월22일 검찰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 기도를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3월 21일 밤 동아일보는 권씨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동아일보는 검사와 언쟁 끝에 검찰청을 뛰쳐나갔다며 서울 근교 모처에서 만나 권씨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권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서 위조에 대해 “사건의 실체는 (국정원)김 과장이 협조자 김 씨에게 속은 것이다. 문건의 진위는 김 과장과 김 씨만 알겠지만 우리는 ‘진짜 문건’을 입수한다는 전제하에서 관련 활동을 했다”고 해명했고, 간첩 조작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놈(유우성씨)이 간첩이니까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해 왔다. 간첩이 나라를 팔아먹고 기관은 쑥대밭을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끝까지 문서 조작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핵심 연루자를 그것도 자살 기도 몇 시간 전에 인터뷰한 것이다.

국정원 요원이 기자와 접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기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신분 노출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법상으로도 언론과의 인터뷰는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언론계에서도 권씨의 동아일보 인터뷰가 나오자 어떻게 접촉이 가능했는지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유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는 것도 어려운 언론 접촉을 그것도 자살 기도 몇 시간 전에 했다는 것은 국정원이 동아일보에 조직적으로 인터뷰를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러 정황을 보면 동아일보와 국정원 사이 커넥션이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정부가 원하는 내용을 보도하는 쪽으로 연결이 돼 있다면 결탁이라고 할 수 있고 80년대 권언 유착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가기관은 언론의 감시 대상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이용해 항상 의문점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상호간 견제와 감시의 관계가 돼야지 협력의 관계가 되면 안 된다. 심하게 말하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