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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노동자의 외침 : 내가 전광판에 올라간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11/25 17:27
  • 수정일
    2014/11/25 17: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미디어 바로미터] 임정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입력 : 2014-11-24  18:07:10   노출 : 2014.11.25  13:40:26
임정균 희망연대노조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정책부장 |media@mediatoday.co.kr  
 
지난 12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소속 케이블설치기사 두 명이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 올랐다. 원청 씨앤앰과 하청 업체의 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광판에 오른 두 명 중 한 명, 임정균씨가 미디어오늘에 자신의 심정이 담긴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이곳에 올라온 지 벌써 14일이 지났다. 처음 올라왔을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우리들의 모습을 봐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에도 다른 이들이 우리 문제를 그저 순리처럼, 당연한 법칙처럼 여기는 것에 화가 났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이 희생을 당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보였을까?

생태계 최고의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생태계 최고의 존재는 물과 풀이다. 물과 풀이 없다면 모든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이 사회의 물과 풀은 노동자다. 노동자가 없이 이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자본은 본인들이 잘돼야 우리가 잘 되는 것처럼 교육시키고, 아직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된 물과 죽어가는 풀을 먹는 동물들이 건강할까. 그 병든 동물을 먹는 또 다른 동물들은? 아주 쉬운 생각인데도 저들은 어렵게 설명한다.

씨앤앰은 업계 3위의, 240만 가입자로 구성된 케이블 방송이다. 씨앤앰의 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로 사모펀드다. MBK 파트너스는 2014년 씨앤앰을 매각하여 수익을 내려고 시도하였으나 매각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유한 건물의 매각을 시도하고 2013년에 체결한 단체협약 파기와 노동조합 탄압을 시작했다. 총 109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이는 씨앤앰 원청과 노동조합이 체결한 2013년도 단체협약과 노사상생협약을 파기하는 행동이었다.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 각계각층과 지역사회까지 나서서 씨앤앰에 사태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씨앤앰 경영진은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의 승인 없이는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하고 있다. 

결국 사모펀드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의 ‘먹튀’ 의도와 씨앤앰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130여일이 넘는 노숙농성과 생존권 위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미터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됐다.

   
▲ 지난 18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소속 케이블설치기사 두 명이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 올라간 모습이다. 이들은 원청 씨앤앰과 하청 업체의 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서 전광판에 올라갔다. 사진=이치열 기자
 

선진국에서 이렇게 해고를 쉽게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 주장하면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규제가 없고, 있다 해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다. 우리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했고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배려도 있었다. 사모펀드가 이사회에 자리 잡고, 노동자 삶을 갉아 먹으면서 그것이 사라진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것이 씨앤앰 정규직 지부였고 정규직 지부는 아웃소싱 된 비정규직 지부에게 같이 살자며 손을 내밀었다. 진심은 통했다. 난 이 과정을 처음부터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고공농성 3일 차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점점 많은 대오와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가슴 속에 불안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터져 버려서 종일 울었다. 

8일차 되던 날 저녁문화제 때 씨엔앰 쟁의부장이 했던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아래는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위 두 분은 저희를 믿고 편히 쉬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정규직지부가 있을까. 난 또 하나를 배웠다.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부가 같은 동지라고, 연대가 아니고 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있을까.  

고공농성을 선택했을 때 나에 대한 원망, “왜 당신이여야만 하나” 물어보던 집사람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했다. 내가 이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그 누군가가 나라서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할 수 없었다.  

   

▲ 임정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둘째 딸이 아빠 보고 싶다고 극성이란다. 음식을 먹을 때도 한두 개 정도는 아빠 줄 거라고 안 먹고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내가 너무 밉고 심장이 아프다. 다른 표현을 못하겠다. 정말 아프니까.

MBK와 씨엔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까지의 싸움의 방식이 기다림과 대화였다면 지금부터의 싸움은 육탄전이다. 둘 다 죽느냐 아니면 같이 사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싸움이다. MBK와 씨앤앰이 이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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