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3차 오체투지 행진 시작..!!

기사 관련 사진
▲ 끝내 막아선 경찰···오체투지 행진단 걱정하는 시민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6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에 막혀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밤을 보내자, 시민들이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모포를 덮어주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4시간 30분. 

지난 1월 12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던오체투지 행진단이 광화문 일대에서 보낸 시간이다. 행진단 50여 명은 전날(11일) 오전 10시 30분께 덕수궁 앞 대한문을 출발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까지 약 2km를 행진하는 것으로 4박5일의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발 직후부터 경찰과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체투지 행진은 24시간 '농성'으로 바뀌었다. 

이날 경찰은 행진단이 대한문→ 서울광장→ 일민미술관→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하는 내내 '횡단보도에서는 걸어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행진단이 이에 응하지 않자, 일부 구간에서는 참가자의 사지를 들어 직접 인도 위로 옮기기도 했다. 애초 행진단이 인도 행진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행진단은 "차도로 집회 신고를 내려고 했지만 경찰이 거부해 인도로 낼 수밖에 없었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10분도 배려하지 못하느냐고"고 항의했다. 

같은 날 광화문 곳곳에서 비슷한 풍경이 반복됐다. 행진단이 대한문 앞에서부터 정부종합청사 앞까지 약 1km를 이동해 오는 데 5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경찰들은 정부종합청사부터 한 걸음도 허용하지 않고, 해산 명령을 계속했다. 행진단은 그 자리에 엎드린 채 버텼다. 최저 기온 영하 7도의 날씨 속에서 경찰과 행진단의 밤샘 대치가 이어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차 행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청운동사무소 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던 행진단은 광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6시간을 엎드린 채 버티다 돌아갔다. 당시 행진단 관계자는 "두 차례나 집회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길목이 좁고,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해 주지 않았다"며 "어제까지는 합법이었던 오체투지 행진이 왜 청와대 앞에서만 불법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왜 청와대 앞에서만 금지?"... 경찰, 3차 행진에도 '금지통고'
 
기사 관련 사진
▲ 오체투지 행진단 "오늘은 기어이 청와대 가겠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 앞에서 경찰들의 저지로 행진이 막히자, 경찰들 사이로 땅을 기어가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5일 시작한 3차 오체투지 행진도 청와대까지 갈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다. 행진단은 첫날 목동 CBS사옥과 여의도 국회 앞을 시작으로, 이튿날 종로 SK서린빌딩 등을 거쳐 마지막 날에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둘째 날 보신각 일대 길목은 '주요도로로, 교통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금지통고를 내렸다. 이미 두 차례 금지통고를 받은 행진단은 재신고를 해둔 상태다. 

앞서 두번의 행진 모두 유독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데다 이번에도 보신각 일대에서 금지통고를 받자 행진단 측은 '청와대 인근은 성역화됐다'고 비판했다. 행진 시작 전날인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유흥희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행진 전 구간 집회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유독 4대문 안에서만 주요 도로라는 이유로 허락을 안 한다"며 "건널목에서 한 줄이 아닌 여러 줄로 빠르게 걷겠다고 신고해도 안 통한다"고 토로했다. 

직접 집회 신고를 낸 오진호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또한 "경찰은 주요도로에서 교통소통 장애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겨우 200여 명이 지나가는 것"이라며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4일에 재신고를 했지만 아직 답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많아야 200명인데"... 금지통고 남발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 

경찰의 청와대 앞 성역화는 이미 통계로도 증명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광화문 주변 집회시위를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로부터 제출받은 '집회시위 신고건수 대비 금지통고 현황'(2014년 7월 기준)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접어들면서 이 일대 집회시위 금지통고가 크게 증가했다. 

정부 1년 차인 지난 2013년에는 신고된 집회시위 3102건 중 47건(1.5%)만 금지통고 했으나, 2년차 접어들어 2815건 중 151건(5.3%)을 금지통고 했다. 금지통고 비율로 따지자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기사 관련 사진
▲ 울분 삼키는 백기완 소장 비정규직 법 철폐를 위해 오체투지를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참석자들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저지로 막히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소장이 울분을 삼키고 있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이날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서 출발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에 막혔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제12조)'에 따라 경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을 때만 해당되며,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금지할 수 없다.  

때문에 경찰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단순히 주요 도로라는 이유만으로는 경찰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없다"며 "시위의 규모 등에 비춰 봤을 때 뚜렷한 교통 방해를 일으킬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 인원의 평화로운 오체투지 행진을 교통 방해로 금지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1998년 고등법원 역시 "단순히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