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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마주보며 뺨때리’는 남북한

분단 70년 ‘마주보며 뺨때리’는 남북한

2015. 03. 31
조회수 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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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80년대 군대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기합(얼차려)을 경험했는데, 상당수 기합이나 체벌은 당사자에게 심한 굴욕감을 주는 등, 인권적 차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각종 체벌 중 가장 악랄한 것의 하나가 바로 두 사람을 지정하여 ‘서로 마주 보며 뺨을 때리게 하는 벌’이다. 아무 원한도 감정도 없는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의 뺨을 어루만져주는 수준에서 가볍게 시작한다. 그러다 그 중 한 사람이 좀 세게 뺨을 때리기 시작하면 상대방도 이에 보복하는 듯이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얼마 안 있으면 두 사람은 상대에 대해 정말로 화가 나기 시작하여 교관이 멈추라고 할 때까지 서로 인정사정없이 뺨을 때리게 된다.

 

강대국에 의한 분단에서 완벽한 적으로 변한 남북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에 따라 해방을 맞이한 한반도는 주인인 한민족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승리를 주도한 미국과 소련의 합의에 따라 분단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미소 분할점령에 의한 영토적 분단이 오랜 정치적 분단으로 이어진 데에는 한민족 내부의 분열도 큰 몫을 했다. 해방정국에서의 좌우 분열과 이어진 한국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1990년대 초에 공개된 소련자료에 따르면 김일성과 박헌영은 남한을 무력으로 적화 통일할 계획을 갖고 스탈린과 모택동을 여러 번 방문하여 수일 내에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다고 설득하였으며, 특히 미국의 개입을 두려워한 스탈린에게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과 각료들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북진통일’을 외치면서 미국에게 군사원조를 요구하였고 전쟁도발을 우려한 미국이 무기를 지원하지 않아 북진론은 허세로 끝나고 전쟁 초기 남한은 패퇴를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UN의 개입이 없었으면 아마 전쟁은 당초 김일성이 기대했던 대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전쟁을 통해 남북은 서로 완벽한 적이 되었다. 5백여만 명의 사상자와 천만 이산가족을 남기면서 남북의 형제들은 남보다 못한 남이 되어 상대를 죽이고 저주하였다.

 

우려되는 신냉전 전선 형성과 한반도의 발칸화 

 

  이렇게 시작된 남북한 간의 ‘마주보며 뺨때리기’는 분단 70년이 넘도록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북(北)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권의 생존을 위해 귀중한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고 있으며, 남(南)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마다하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北의 도발을 염려하여 안보를 더욱더 미국에 의존해가고 있다. 南은 北의 전쟁도발을 억지한다는 명분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北은 이를 전쟁연습이라 간주하며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힘을 과시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성장동력이 저하되면서 미래 세대의 삶과 꿈은 무너져가고 있는데, 무상급식 재원이 없다며 예산타령을 하는 나라에서 비싼 무기 구입을 당연시하며 계속 미국 군산복합체의 최우수고객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南의 일각에서는 충분한 검증도 없이 미국이 개발한 사드를 배치하여 北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하여야 하지 않겠냐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이에 이웃 중국은 외교경로 등을 통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北은 더욱 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자신들의 핵개발을 정당화하려 할 것이고 핵문제 해결은 요원하게 될 것이다.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자칫하면 한·미·일 남방 삼각동맹 대 북·중·러 북방 삼각협력이라는 신냉전전선이 형성되고 ‘한반도의 발칸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치달을지 모른다. 남북 사이에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면서 통일 환경은 악화되어 마침내 한반도는 마주보며 뺨때리기를 주문한 주변 구경꾼들의 기대(?)에 철저히 부응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아마도 미국의 매파들이나 일본의 극우세력 등은 이를 반기며 서로 싸우는 우리 민족의 무능과 자질을 비웃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남북 지도자의 대오각성과 南의 포용력 있는 자세전환을 요구한다

 

 ‘한민족(韓民族)’이라는 이름으로 수 천 년 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왔던 같은 형제들이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어 언제까지 이렇게 마주보며 뺨때리기를 계속할 것인가? 이것이 과연 현명하며 이성적인 행동인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타의에 의해 주어진 분단을 자주적이며 평화적으로 극복하려는 자각이나 노력보다는 대결과 증오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외세에 의해 주어진 분단을 평화적 방법으로 극복하기 위한 남북 지도자들의 대오각성과 형(兄)인 대한민국의 포용력 있는 자세전환을 요구하는 필자의 생각을 치기(稚氣)어린 한 낭만주의자의 꿈과 환상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개나리가 피어나며 새로운 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봄기운 만연한 이 시기에 새로 출범한 내각과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긴 동면을 마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서 5월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남북관계 복원의 전기를 마련하고, 6월에는 남북이 함께 6․15 선언 15주년을 기념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8월에는 온 민족이 함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를 치룰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오랜 기간 닫혔던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다시 열고, 5․24 조치도 해제해 남북이 다시 본격적인 교류협력을 재개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그래서 올해 말쯤에는 남북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더들이 더 이상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대외적으로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남북 간 대화분위기 조성을 저해하고 남남갈등마저 야기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줄 것을 관련 당사자들에게 정중히 요청한다.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와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버릴 줄 아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로 뺨때리기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남북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만다.

 

 *이 글은 남북물류포럼의 Kolofo 칼럼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kolofo.org/data/data04.php?code=h2b_column&mode=view&uid=282.00&page=1&pnt=1&f=&q=&g=&c=&lm=&column_name2=&aa=1

 

 추원서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경기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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