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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사람이 어떻게 죄인입니까?

 
 
[현장]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구입니까
 
김용택 | 2015-05-07 11:01: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역사에 가장 아픈 곳, 우리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일, 우리역사에 가장 잔인한 사건… 우리 역사가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이라면 그것은 바로 세월호 참사가 아닐까요? 살다 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어디 세월호참사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일찍이 나라를 잃고 왜놈들의 종이 되어 참혹한 아픔을 겪기도 하고, 동족상잔이라는 생각도 하기 싫은 비극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픔과는 또 다른…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눈을 뻔히 뜨고 지켜봐야 했던… 구하지 못하게 했던 사건이기에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 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굽니까?

‘가만 있어라’는 선장만 죄인이 아닙니다. 그런 여행이 수학이 아니라고 귀가 아프도록 말해도, 눈도 끔뻑하지 않던 교육당국이며 위기상황을 만나면 열 일 젖혀놓고 나서야 할 대통령이며 진실을 밝혀야 할 사법당국이며 경쟁교육에 눈먼 학부모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던가요? 절대로 일어나서도, 일어날 수도, 믿어지지도 않는 사건… 세월호 참사… 304명의 고귀한 목숨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것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꿈많은 아이들입니다. 가만 있으라는 말에 순종할 줄밖에 모르는 착하디착한 학생들이 죽어갔는데 진실조차 밝히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안타까운 일은 자식 잃은 부모들이 무슨 죄인이기에 그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왜 죽어야했는지 그 이유라도 밝히자고 그래야 제 2, 제 3의 세월호를 막을 수 있다고 피맺힌 절규를 해도 자식잃은 부모들에게 온갖 못할 말로 가슴에 못을 박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음모가 있기에… 죽어간 아이들 앞에 죄인이 된 어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가로막고 있을까요? 믿고 싶지 않지만 정말 이재명성남시장 말처럼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라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믿고 싶지 않은 의문이 점점 사실처럼 들리는 이유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이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강한 의문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정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대통령을 만나 억울하게 숨져 간 아이들 진상이라도 밝히자고 애타게 절규하면서 단식농성에 삭발도 하고 철야농성에 온갖 하소연을 해 보았지만 정부는 남의 얘기처럼 외면하고 조사받아야 할 대상자를 조사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유가족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정부요, 나라이겠습니까?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가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로 왔습니다. 자식잃은 부모마음이 어디 다른데가 있겠습니까? 그 아픔에 동참하는 소중한 분들이 십자가를 지고 함께 뜨거운 시멘트길위에 3보 1배를 하고 지나갑니다. 마치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는 중죄인처럼… 이 행렬은 세종시를 지나 서울광화문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어제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세종시 국세청까지 3보 1배를 하면서 지나가는 중에 세월호 참사 특별법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수학여행 간다고 마음이 들떠 잠도 설치며 뛰어 나간 아이가 5천만 국민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 보고 있는 가운데 바다 속에 잠겼는데 왜 그랬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지난 해 참사를 겪고 울분을 토하는 유족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할 말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며 “국회에서 그 법(특별법) 갖고 토론할 텐데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유가족들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세종시 첫마을에 사는 참샘초등학교 2학년 박치우 학생도 동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힘들다고 주위 사람들이 만류해도 기어코 함께 하겠다며…

초등학교 2학년… 이 어린이가 세월호의 아픔을 알기나 할까?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발 이 어린이가 어른이 됐을 때는 정말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   

세종시 한솔동에 산다는 이 주부는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러 가는 중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도 팽개치고 모자간에 4Km가 넘는 3보 1배길을… 그리고 초등학생은 그 중의 3분의 1코스를 3보 1배를 하며 함께 했습니다. 어디 이 아픔이 이모자만의 마음 뿐이겠습니까?  

세상은 그래도 생각보다 각박하지는 않는가 봅니다. 
밥통……!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소외당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찾아가는 밥통이 있습니다. 3보 1배가 끝나고 이분들이 만들어 온 정성스런 저녁밥을 함께 했습니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덮고 감춘다고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반드시 세월호 진실을 밝혀 유가족의 아픔을 풀어줄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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