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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최저임금 동결 주장 경총의 ‘괴담’ 3가지

9년째 최저임금 동결 주장 경총의 ‘괴담’ 3가지

생계비로 충분하다? 매년 급격히 올랐다? 일자리 줄어든다?

정웅재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5-06-28 15:34:56 이 기사는 현재 건 공유됐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oooo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낸다. 앞자리의 연도수만 다를 뿐, 해마다 내는 이 보도자료의 내용은 주요 내용이 똑같다.

매년 동결 주장하고, 인상되면 급격한 인상 비판
청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줄어든다고 엄포

경제사정도 어려운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을 했다고 비판하며, 존폐 기로에 있는 영세사업장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구체적으로 청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마침표를 찍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을 받는 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역설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알바노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앞에서 2016년도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한 경총을 규탄하며 연좌농성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며 피켓을 빼앗기고 있다.
알바노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앞에서 2016년도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한 경총을 규탄하며 연좌농성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며 피켓을 빼앗기고 있다.ⓒ양지웅 기자

매년 최저임금 인상 후 똑같은 반응을 내놓는 경총이 똑같이 반복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초 제시안으로 동결 주장을 내놓자, 언론에서는 9년째 동결주장을 했다고 썼는데, 정확하게는 8년은 동결을, 한 해는 삭감을 주장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동결안을 내놨고, 2009년에는 -5.8% 삭감안을 내놨다. 2010년부터는 매해 동결안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이 동결 주장을 하는 배경은 이렇다. 첫째, 경제 사정도 어려운데 매년 급격한 인상을 해왔다는 것, 둘째 최저임금 수준이 생계비로 충분할 정도로 올랐다는 것 등이다. 과연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마련해 근로자 기본생활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점에 비춰보면, 사용자위원들의 주장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해 중요한 제도인데, 최저임금이 근로자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여기에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해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하도록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샌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돼 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기본적으로 반영해 매년 반복되는 노사간 논란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괴담 1. 최저임금, 생계비로 충분하다?

지금 당장 시급 5580원(월급으로는 116만원) 언저리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생계비로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제 정신이냐'는 반문이 돌아올 것이다.

한번, 통계로 살펴보자.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논의에 참고하기 위해 미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산출한다. 2015년 자료의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는 150만6179원이었다. 2015년 최저임금이 월급으로 116만원이니, 미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보다 34만원 가량 부족하다.

그런데 사용자위원은 뭘 근거로 현행 최저임금이 생계비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편 것일까?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1인 최저생계비 기준인데, 이 금액이 약 61만원이다. 이를 근거로 사용자위원은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의 두 배에 달해 미혼단신노동자의 생계비는 이미 최저임금으로 충족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의 최저임금위원회 참관기에서 인용.)

터무니없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는 잣대를 기준 삼아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생계비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펼치니 황당할 따름이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최저임금보다 수준이 높은 '생활임금'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최저임금이 생활 불가능 임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홈플러스 동수원점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장경화(48)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두 자녀를 키웠다.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인 그는 딸이 꿈이 없다고 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최저임금을 받아 가정을 어떻게 꾸려왔는지는 보려면 기사 맨 하단의 관련기사를 보면 된다.
홈플러스 동수원점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장경화(48)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두 자녀를 키웠다.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인 그는 딸이 꿈이 없다고 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최저임금을 받아 가정을 어떻게 꾸려왔는지는 보려면 기사 맨 하단의 관련기사를 보면 된다.ⓒ장경화 제공

괴담 2. 최저임금 매년 급격하게 올라 더 올릴 수 없다?

최저임금이 매년 고율로 인상됐다는 경총의 주장은 어떨가? 주장의 근거를 보자. 다음은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연평균 최저임금이 평균 8.8%씩 오른데 반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5.5%씩 올랐다. 물가는 2.9%씩 올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노동생산성도 연평균 4.8%씩 밖에 오르지 않았다. 생산성에 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너무 높다. 유사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비교해도 최저임금이 유사노동자 중위 임금의 50.9%로 절반을 넘었다. 이 통계는 1인 이상 사업장의 전체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다."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의 최저임금위원회 참관기에서 인용.)

사용자위원의 주장은 제 논에 물대기식이다. 우선, 물가는 언급하면서 경제성장률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최저임금과 유사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할 때 기준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할지,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할지,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할지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 노동자의 평균임금을비교 잣대로 삼느냐, 중위임금을 비교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저임금 노동자가 많고, 소득 격차가 크면 중위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낮다.(*중위임금은 노동자가 100명 있다고 치면, 임금순위에 따라 1등부터 100등까지 나열했을 때 50등 노동자의 임금이다./평균임금은 1등부터 100등까지 노동자의 임금을 모두 더해 평균을 낸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슈페이퍼 '최저임금 적정수준과 고용효과'에서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을 분석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1989~2014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시급 기준으로 9.8%(월환산액 기준 9.2%)였다. 같은 기간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임금 인상률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9.5%(월정액급여 기준 8.8%)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은 9.4%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 등 본연의 역할을 다 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성장에 겨우 상응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매년 고율로 지나치게 인상됐다는 경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른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노총여성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노동·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의 바람아 불어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른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노총여성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노동·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의 바람아 불어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촉구했다.ⓒ김철수 기자

괴담 3. 최저임금 인상하면 취약계층 일자리 줄어든다?

최저임금을 자꾸 인상하면 청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총의 주장은 어떨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영에 부담을 느낀 사용자들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것인데, 김유선 선임연구원은 "1980년대에는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통계로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자영업자는 565만 명인데, 이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0만 명이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5만 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영업자 155만 명의 부담이 느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골목상권 보호, 적정 하도급 단가 보장 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며,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 생활하는데 필요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정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어려움!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인가? 원하청 불공정거래, 대기업 착취구조가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의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현재에 대한 진단과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출발점은 '최저임금제가 중소기업을 도산하게 하는가'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도산을 걱정하는 현재의 사회구조적 요인은 무엇인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힘의 열세 속에서 노동자들이 생존 수준 이하의 임금을 받을 가능성, 경험이 최저임금제를 등장시켰다"라며 "노동자와는 달리 중소기업이 직면하는 교섭은 다차원적이므로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체의 어려움은 오로지 임금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토론회에서 김철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납품단가 인하 등 원하청불공정거래 문제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짚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전과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해지면서, 대기업 자본이 비용 절감을 통한 '단기수익 확보'에 치중한 결과 하청기업인 중소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에 부담이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최저임금 현실화는 원청 대기업이 낮은 인건비를 활용하고자 비정규직과 외주화로 비용을 떠넘기는 수익추구 전략을 상당 부분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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