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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강지영 회장, 무얼 말했나?

강지영 “정세관리를 잘 해야 된다” ‘난공불락’ 강지영 회장, 무얼 말했나?
금강산=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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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2  16: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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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영 신임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은 9,10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종교인모임에서 기자들의 인터뷰 공세를 받았지만 공식 발언 외에는 모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남측 7대 종단 수장과 북측 4대 종단 수장이 참석한 가운데 9,10일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종교인들의 모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역시 강지영 신임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강지영 북측 단장은 10월 이 직책을 맡기 전까지 노동당 대남사업 담당부서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맡았고, 2013년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이기 때문.

강지영 회장은 남측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인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시종일관 이번 모임을 주도했으며, 여러 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를 요청한 남측 기자들에게 그는 “모임에서 연설한 내용 그대로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고, 기자의 남측 종단 수장들과 실무진까지 동원한 이틀 동안의 인터뷰 압박과 권유에도 요지부동, 난공불락의 자세를 견지했다.

결국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세관리를 잘 해야 된다’는 최종적 메시지를 던졌다. 강지영 회장의 공개 발언을 따라가 보자.

○ “반통일세력의 책동이 머리를 쳐들고 있어”

   
▲ 강지영 회장이 남북종교인모임에서 축하연설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지영 회장은 9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종교인모임 본행사에 첫 연설자로 나서 축하연설을 했다. 남북의 합의하에 미리 준비한 연설문이기 때문에 가장 공식적인 북측의 입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남측 종교단체 대표들을 환영한다고 인사하고 “북과 남 사이에 관개개선의 전환적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시기”에 만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산상봉과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성사된 사례를 들며 “일련의 접촉과 통일회합이 진행되고 대화와 관계개선의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달가와하지 않는 반통일세력의 책동이 머리를 쳐들고 있으며 대결과 전쟁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통일 세력의 책동’과 ‘대결과 전쟁의 위협’을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적시한 셈이다.

그는 해법으로 8.25합의를 상기시키면서 “우리 민족끼리 입장에서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불신과 대립을 해소하고 평화와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며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며 힘과 지혜를 합쳐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7.4부터 6.15까지의 남북합의들을 “존중하고 귀중히 여기며 철저히 이행하려는 확고한 입장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주 만나야 한다”, 장소.규모 구애 없어

   
▲ 10일 남북 종교 수장들의 회동에서 강지영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0일 오전에 열린 남북 종교 수장단 회동에서는 남측 7대 종단 수장들이 돌아가며 발언했고, 이를 모두 청취한 강지영 회장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측의 방북 요구 등에 대한 북측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어느 종단이냐를 막론하고 이만큼도 덜거나 더하거나 할 것 없이 우리 마음은 완전히 일치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민족을 위해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실 결의적인 내용들과 함께 ‘이제는 앉아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자’ 이런 내용이 기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요약했다.

이어 “첫째는 지난 8월 극적으로 북남관계 개선에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걸 잘 이끌어 나가야겠다”면서 “서로를 비방하거나 위협하거나 자극하는 일들이 없도록 해서 이 분위기가 계속 통일이 되는 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관리’를 강조한 셈이다.

둘째로는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들어 “이미 북과 남이 합의한 이런 문제들을 귀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그 다음에 철저히 이행해나가는 확고한 입장을 가질 때 북과 남의 종교인들의 모든 일이 잘 되겠다 생각했다”고 축하연설을 되풀이했다.

마지막으로 “자주 만나야 한다”며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좋고, 글로 써서 통신연결로 할 수 있고”라고 말하고 “둘이 손을 꼭 잡아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앞으로 모든 통일운동에서 연대연합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방도의 하나로서 북으로도 올 수 있고, 남쪽으로도 갈 수 있고, 여기 금강산에서 또 만날 수도 있고”라고 제시하고 “규모가 구애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15명이 만날 수도 있고 150명이 만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만날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결국 남측 종단들이 여러 교류사업을 제기한데 대해 정세를 잘 관리하고 공동선언을 이행한다는 전제 위에서라면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며, 장소나 규모는 얼마든지 융통성있게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 “북의 인민들 격분 안 할 수 있겠느냐”

   
▲ 한국천주교회와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가 종단별 모임에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강지영 회장은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공식적인 축하연설과 수장단 회동 마무리발언 외에도 강지영 회장은 10일 오전 종단별 모임 중 카톨릭 모임에서 좀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비판적 입장을 제시해 주목된다.

그는 “지금 북남 간의 정세는 완전한 평화적인 이런 게 못 되고 불안정한 상태”라며 “우리가 서울에 나가는 것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 그리고 남측 분들 평양에 오시겠다면 얼마든지 초청하겠다. 단지 어디서 총포소리가 나고 그런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8월 합의 이후에도 우리는 ‘합의했으면 하자’하는데, 신중론, 속도조절론, 작전계획 5015...”라고 지적하고 ‘참수작전’ 발표를 강도높게 성토했다. “우리 북의 인민들이 아무리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좋은 마음을 먹고 있어도 그런 걸 들으면 격분 안 할 수 있겠느냐”는 것.

또한 “통일준비위원회, 통일헌법, 통일항아리, 이게 다 기조에는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외교무대 이런 데서도 울려나오는 소리를 보면 남측의 인사들이 나가서 하는 게 동족을 헐뜯고 체제대결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단별 모임이 끝나고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인 김광준 신부가 내년 4월 서울 ACRP(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집행위원회와 5월 1일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에 북측 종단 대표들이 방남해달라고 하자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미루라. 그렇게 하면 가겠다”라고 답하고 “능력 검토”라고 농반진반 웃음을 날렸다.

마지막까지 인터뷰 공세와 남북 당국대화 전망 질문에 그는 최종적으로 “정세관리를 잘 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 강지영 회장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인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으로부터 평화의 종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강지영 회장은 조선카톨릭협회 부회장과 조선종교인협의회 상무위원 등을 맡다 2011년 10월 조평통 서기국장에 발탁됐고, 2013년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으로 나섰지만 남측이 ‘격’을 문제삼아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4월까지 베이징에서 남측 종교단체들과 실무접촉을 가진 장재언 전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건강악화로 물러나자 지난 10월 회장을 맡게 됐으며, 조평통 업무에서는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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