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북한에 경의를 표한다’
<분석과전망>패배한 적장의 담대한 실토 그리고 오마마의 침묵과 북미평화협정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왜, 북한과 북핵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지?
이에 대해 누군가 ‘무시전략’이라고 분석을 했던 모양이다. 연합뉴스가 보도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반북적이라는 점에서 선동성은 나름 있었지만 신빙성은 형편없이 낮았다. 현실적이지 않은 분석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 당신이 오바마라면, 심경이 어떻겠는가?
북한의 2차 핵시험이 2009년 5월 25일이었다. 당신이 취임한지 불과 4개월만에 생긴 일이었다. 재선에 성공해 2기 행정부를 출범시킨 한 달 후인 2013년 2월 12일, 당신은 또 다시 북한의 핵시험을 맞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지 않는가. 당신은 급기야 임기 막바지에 이르른 지금에 와서 또 다시 북한의 핵시험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당신이 대통령을 하는 동안 북한이 세 번에 걸쳐 핵시험을 하는데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당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에 대해 당신은 뭐라도 한마디 정도는 해야되지 않는가?
당신은 지난해 초, 북한을 두고 머지않아 붕괴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무시하는 것이라고? 아니면 관심을 접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바보거나 천치란 말인가! 핵시험이 애들 장난이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소형화된 수소탄이라 하지 않는가!
당신이 침묵하는 그 사이, 당신 나라의 일각에서 어떤 말이 나오고 있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1- 위트, “아무튼 북한에 경의를 표한다”
'조엘 위트'
미 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이다. 현재 미국에 최고가는 대북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문성에 현실성과 객관성을 잘 섞어 융합시킨 결과다. 북한의 이번 4차핵시험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전망을 내놓았던 것으로 인해 그 명성은 더 치솟고 있다.
위트는 18일 뉴욕타임즈에 “북핵 위기의 주범은 미국의 잘못된 대북관”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길지 않음에도 글은 자기성찰로부터 그 시작을 떼고 있었다. “지난 25년 간 미국 정부와 학계를 오가며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 것이다.
위트의 현실인식은 냉철하다. “북한의 핵무기는 양적으로 늘어났고 질적으로 정교해지고 있으며 중국과 에티오피아 등 다수 국가와 꽤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등 많은 국가가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 것이다.
“아무튼, 북한에 경의를 표한다”
두고 두고 회자시켜도 될 만큼 대단하거나 흥미로운 말이다. 미국의 최고가는 대북전문가에서 나오는 말인 만큼 씌워진 권위도 상당히 두껍다.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적장의 담대한 실토다.
위트는 북핵 위기의 주범역할을 한 미국의 잘못된 대북관의 한 예로 북한지도자를 “미치광이”라고 묘사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북한 관리들이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주의적 판단에 따라 외교 현안을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 관리들과 만날 때마다 그들이 중국·한국·일본의 현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도 곁들이면서다.
위트가 글에서 결론적으로 강조한 것은 주먹구구식의 전술적 대응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북한의 위협을 중단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게 된다면 미국은 또 다시 “2~3년 뒤 북한의 다섯 번째 핵실험을 목도하고도 발만 동동 구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베테랑 포 피스, ‘평화협정은 한국 미국 세계에게 윈윈’
베테랑 포 피스(Veterans For Peace)
미국의 주요 재향군인들이 주측이 된 평화 기관이다. 참전 군인 특히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평화운동을 벌이는 주체가 전쟁을 실제로 경험하고 치룬 사람이라는 점은 누구에게나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평화운동이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과 지속되고 있는 북미대결전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도 당연히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된다.
‘북한의 이번 소형 수소탄 시험은 미치광이의 짓이 아니라 미국이 끊임없이 취하고 있는 적대적 행위에 대한 반응이다’
VFP가 발표한 성명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19일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가 보도했다.
VFP는 미국의 그 적대행위 중에 최근에 있었던 ‘세가지 행동’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2015년 11월 13일, 미얀마 북한 대사와 북한 회사에서 일하는 세 명의 관료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을 그 첫 번째로 꼽았다. 두 번째로 든 것은 12월 8일 북한의 금융기관 관계자 6명과 해운사 3개사 및 인민군 전략 로켓 부대에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이었다. 또 하나는 12월10일 미국이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의장으로서 북한인권문제를 유엔으로 끌어와 대북인권공세를 한 것을 들었다.
VFP는 북한의 4차핵시험 이후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한껏 세웠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B-52 폭격기를 한국에 파견하는 것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중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 비판에 힘을 실었다. VFP는 미국이 1952년 마샬군도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한 것을 포함해 1천 회 이상의 핵시험을 해 왔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나토 동맹국들과 핵무기를 공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상기를 시켰다. 아울러 핵무기 및 핵산업 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 모든 것들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위반하는 미국의 행태라는 것이라고 했다.
VFP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경제제재, 군사 위협 그리고 심리전에 대해 각별한 방점을 찍었다.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한 것인데 이는 단순히 법리적 해석과 판단을 통해 미국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북적대가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그 핵심문제의식이었다. 대안 제시로 나아가기 위한 문제의식이었다.
VFP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지난해 북한이 제안한 두 가지를 들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핵시험을 중단하겠다는 것과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VFP는 끝으로 평협에 대해 “모든 한국인들과 전 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의 해결 방안”라고 강조를 했다.
강조할 것도 없이 정확한 주장이다. 북핵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20여년 간의 북미대결전 역사는 VFP가 제시하는 평협이라는 대안이 특별한 것이 결코 아니며 그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가히 철리처럼 보여준다.
위트 연구원은 물론 미국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지그프리트 헤커박사 더 나아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바보나 천치가 아니며 더구나 미치광이 또한 아니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도 바보나 천치나 미치광이에게 평화상을 주지는 않는다.
오바마는 자신 역시 대안이 평화협정 체결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 그리고 북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오바마라면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당신, 비명처럼 외치라. 그렇다라고
위트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튼 북한에 경의를 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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