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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 다음에는?


<칼럼>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정영철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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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0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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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로켓 발사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 안에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고 급기야 대통령이 북한의 ‘폭정’을 반드시 멈추도록 하겠다고 선언해 나섰다.

이쯤 되면 남북의 대화로의 출구는 사실상 막힌 것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도 출구 하나 쯤은 열어놓는다는데, 아예 출구를 막고 덤벼드니 ‘사생결단’이란 말은 이럴 때를 두고 쓰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우리 역시 출구를 막았으니, 우리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도 풀릴지 않는 것은 바로 그래서?(So what?) 그런 다음에는?(and then?)이다.

북한의 수소탄 시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응분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비군사적 제재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제재안으로 인해 북한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인민생활 향상을 최고의 과제로 제시한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이번의 제재로 인해 경제 여러 분야에서의 타격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미지 재고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의 제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근본적인 뿌리를 도려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하나는 안보리 제재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보았듯이, 러시아 역시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최근 년 간 북한과 러시아간의 여러 방면에서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한반도에의 깊숙한 개입은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였던 우리의 대북정책을 다시금 돌아보도록 하게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제재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협상으로의 유인 등의 출구 등이 아울러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방적 제재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구를 슬며시 열어놓은 것과 같다 하겠다. 이후 실제로 대화 국면으로 움직일지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적어도 출구마저 꽁꽁 막아버리는 극단적인 처방은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일정을 보면 단기간 내에 제재 국면의 종식되고, 대화 국면이 열릴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대화 국면의 출구를 고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향후 큰 차이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조만간 개시될 군의 대북 삐라 살포, 그리고 유일한 통로였던 개성공단의 폐쇄 등으로 우리 스스로가 조그마한 출구마저도 봉쇄해버렸다. 여기에 대통령의 ‘북한 붕괴’를 연상시키는 ‘폭정’을 끝내겠다는 발언은 아예 대결을 공식화한 것처럼 들린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조만간 개시될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이에 대응한 북한의 반발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주변국까지 관계되는 복잡한 동북아시아의 셈법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게 될 것이다. 결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원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취하게 될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로서는 기분만 잔뜩 냈지, 실리는 챙기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바로 so what? and then?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비용과 편익을 따져야 하며, 정책 이후의 결과에 대한 대응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혹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교훈을 찾고, 차후의 개선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정책은 지금 당장의 우리의 편익만을 따지고 있다. 편익과 동시에 발생하게 될 비용은?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누누이 지적했듯이, 무엇을 하겠다는(what)것은 풍성하다 못해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 어떻게(how) 하겠다는 것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여기에 덧붙여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도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의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의 경우에도 그렇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는 뚜렷하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우리 역시 개성공단 폐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자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 수반되는 비용은? 그리고 만약 이러한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이미 이번 유엔 결의안에 대해 너무 많은 구멍이 있어서 실질적인 제재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 기관 등에서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의 근원을 도려내기 위한 제재라고 하지만, 슬그머니 출구를 열어놓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도 제재와 함께 협상으로의 복귀를 차후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에게 한쪽 출구를 열어놓고 선택을 은근히 종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이러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당면의 응징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제재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장치를 남겨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표현처럼, 북한과 미국이 ‘바람이라도 피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또 한번 so what? and then?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정세 지형을 보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시험에 따른 ‘응징의 국면’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고, 북한에 유엔안보리 제재가 그러했듯이 각 국가의 이익이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언제까지나 매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미국의 협박에 중국의 양보가 아니라 전 세계를 이끌고 가는 G2로서의 위상과 역할이었다. 즉, 미국과 중국은 표면상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및 전 세계에 대한 지도국가로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에 대해 상호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동시에 이번의 미중간 합의, 그리고 러시아까지 발언권을 높이는 과정에서 ‘비핵화-평화협정’의 동시 병행추진이 이야기될 수 있었고, 미국마저도 이에 대해 절대적인 거부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핵화-평화협정’의 병행추진은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협상이 재개된다고 가정할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과거의 평화협정 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높이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으로서는 제재와 동시에 병행추진의 의제를 던져놓음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상의 주도권을 행사하거나 적어도 미국, 북한 그리고 한국에까지 여러 가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를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제재와 충돌, 갈등과 긴장의 고조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재의 국면에서 우리 정부와 언론은 단편적인 몇 가지 정보와 제재의 효과를 놓고 정책의 정당성을 선전하게 될 것이다. 이미 단둥이나 중국에서의 몇 가지 소식을 통해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행되고 있고 북한이 그만큼의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 다음에는? 그런 다음의 ‘신의 한 수’를 고민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적어도 ‘제재 이후’에 대해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제재에 올인(All-in)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문학박사, 2001)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방문연구원(2002-2003)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위원(2004-2006)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원(2007)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중
 
주요저서로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2004), 김정일 리더십 연구(2005), 서울과 도쿄에서 평양을 말하다(2008), 북한과 미국: 대결의 역사(번역서,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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