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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바다와 만나야 독성을 잃는다

 
김정욱 2017. 03. 02
조회수 980 추천수 0
 

강물의 음전하가 바닷물의 양전하 만나 중화, 침전 빠르고 독성 완화

하굿둑 터야  수질오염 문제 근본 해결…낙동강, 금강, 영산강 시급

 

 

크기변환_L1010665.JPG» 한강 하구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모습. 여기서 한강은 임진강, 예성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든다. 4대강 가운데 한강의 오염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의 하나는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윤순영 한국조류보호협회 이사장

 

1991년에 일어난 낙동강의 페놀 사태 이래로 우리 정부는 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50조 원을 훨씬 웃도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 돈으로 많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여 오염을 줄였고 오염배출을 규제하는 법령을 만들었으며 수변구역을 지정하여 빗물이 땅바닥을 씻어 강에 들어가는 오염을 줄이는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는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배출량을 추가로 95% 더 줄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도 강물은 더 나빠졌고 해가 갈수록 더 악화되고만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댐을 줄줄이 만든 데 있다.

 

 

강 하구에 둑을 건설하고 난 뒤 수질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 것은 시화호, 새만금,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의 사례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시화호는 방조제를 쌓기 이전에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3ppm 미만이던 것이 담수화한 지 1년이 지나자 8ppm으로 오르고 2년째에 24ppm, 3년째에 30ppm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자 할 수 없이 둑을 터 해수유통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림 1, 그림 2 참조).

 

그림 1. 시화호의 수질 변화

 

그림1-1.jpg» 시화호는 제방을 막아 담수화를 시작한 뒤 해가 갈수록 수질이 악화되어 3년 만에 해수유통(그래프의 보라색 선)을 하기에 이르렀다. 자료= 환경부

 

그림 2. 시화호의 담수화 후의 위성사진 (1996년)

 

그림2.jpg» 방조제 안 검게 썩은 물이 바깥은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새만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방조제를 막기 전인 2000년 만경강 수역에서 COD 3.5ppm, 동진강 수역에서 1.8ppm이던 것이 2015년까지 수질 개선대책에 3조 7천억원 가까이 쏟아 부었으나 수질은 오히려 급격히 나빠져서 두 수역 다 11ppm으로 악화됐다(그림 3 참조).

 

그림 3. 새만금의 수질변화

 

그림3-1.jpg»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물대책비로 3조 6883억원을 들였으나 물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자료=환경부)

 

 

그마저도 수문을 다 막지 않고 다른 수계에 있는 용담댐과 금강호에서 많은 물을 희석수로 끌어 쓴 상태에서 그렇다. 낙동강도 하굿둑을 건설한 후 담수호의 수질이 해가 갈수록 나빠져 4년 만에 오염도가 3∼4배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 해수를 부분적으로 끌어 들이게 되었다(그림 4 참조).

 

그림 4. 낙동강 하굿둑 건설 후의 수질변화

 

그림4.jpg» 담수화를 시작하지 4년 만에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총이(TP), 총질소(TN)의 오염도가 3∼4배가 올라 등외의 수질이 되었다. (자료=환경부)

 

 

영산호도 썩은 냄새가 날 정도가 되어 결국은 호수 바닥에 고인 오염물질을 외해로 빼내고 있다. 4대강 사업 후에 벌어진 녹조를 비롯한 모든 문제도 이들 하구의 담수호에 생긴 문제가 상류로 번진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대부분이 바다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하굿둑으로 막혀 있다. 특히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중요한 강들은 거의 다 막혔는데, 이들은 조석 간만의 차가 커 갯벌 습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강이다.

 

 

특히 넓은 갯벌을 만들어내는 강이 다 막혔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넓은 갯벌이 간척지가 되어 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구 갯벌은 지구 생태계에서도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갯벌을 간척지로 만들어 농사를 지으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과학적인 사실이고, 이는 어민들도 체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강을 막은 동기는, 방조제를 건설하여 생기는 간척지를 시공한 회사가 소유하게 하여 이들에게 큰 경제적인 이득을 안겨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는 13개의 국가하천과 315개의 지방하천과 기타 134개의 소하천 등 모두 463개의 하천이 있는데, 그중 거의 절반인 228개의 하천이 하굿둑으로 막혀 바다로 흘러가지를 못하고 있다.

 

 

특히 간척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1611개의 방조제가 건설되어 있는데, 갯벌이 잘 발달한 서해, 즉 전라도와 충청남도에 집중되어 있다. 간척은 처음에 식량안보를 목적으로 농지를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진행되었다가 나중에 보다 땅값이 비싼 공업용지나 도시용지로 전용이 되곤 했다. 현재는 61.5%만 농지로 남아 있고, 공업용지가 28.4%, 도시용지가 8.2% 등으로 전환되었다.

 

 

함안보.김봉규 기자.JPG» 낙동강 함안보에서 녹조가 번창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하굿둑을 건설한 후에 하구호는 담수호로 만들어졌는데, 그 목적은 이 물을 간척지의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담수호에서는 물이 걸쭉하게 될 정도로 녹조가 번성하고 있는데 남조류가 녹조의 주종이다.

 

 

남조류가 번성한 물을 마신 가축과 새가 떼죽음을 하고 사람도 이로 인하여 사망한 기록들이 있는데, 그 원인은 남조류가 분비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소는 물고기와 농작물에도 측적이 되고 사람도 비록 미량이라도 계속 섭취하면 만성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0.001ppm으로 정하고 있는데, 물고기는 그 1/10 수준에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 4대강에서 측정한 바에 의하면 기준치의 400배가 넘게 검출되었다. 이런 물은 사람이 마시기는커녕 농업용수로 써서도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하굿둑을 터 해수를 유통시키는 것이다. 한강의 신곡보 상류에 그렇게 번성하던 녹조가 신곡보 하류에서 씻은 듯이 사라진 사실을 보면 그 효능은 명확하다. 비록 해수를 유통시키더라도 하굿둑의 수문을 요령 있게 조절하면 무거운 바닷물은 강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농업용수를 취수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게 관리할 수가 있다.

 

 

방조제를 만들어 간척을 하고 그 기술을 우리나라에 가르친 나라가 네덜란드인데, 이 나라는 벌써 이런 문제들을 경험하고서는 하굿둑을 터서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방조제의 수문은 통상 열려 있다가 간혹 외해의 해일을 막을 때에만 닫는다 (그림 5 참조).

 

 

그림 5. 네덜란드의 간척지 오스터스켈드의 하구둑 개방 현장 위성사진

 

그림5.jpg» 개방 후 물이 맑아졌다 (시화호의 사진과 비교해 보라). (자료: 전남대 전승수 교수)

 

하구를 막아 물이 흐르지 못하게 하면 강뿐만 아니라 연안의 생태계에도 큰 피해가 나타난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되었던 연안 갯벌이 갑작스런 조류의 변동으로 안정이 되지 않아 갯벌 생물들의 서식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연안은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여 생산성이 떨어진다. 하굿둑을 막은 뒤로 연안에서 생산하던 김이 벌겋게 변하고 조개와 물고기 생산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뱀장어와 웅어 같은 물고기들이 강으로 회귀하지 못하고 하구의 재첩들도 다 사라졌다. 실뱀장어가 금값보다 비싸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들이 강으로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굿둑 안 담수호의 오염과 연안 생태계의 문제는 둑을 트기만 하면 한 번에 다 해결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강 하류에는 유역에서 온갖 오염물질이 다 떠내려와 부유물이 많고 탁하다. 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하면 이 오염물질은 강바닥에 서서히 가라앉아 쌓이고 썩으면서 오염은 갈수록 더 악화된다.

 

 

그러나 강물의 길이 열려 바닷물과 만나게 되면 오염물질들은 곧 앙금이 되어 침전하게 된다. 미세한 부유물질들은 대개 음전하를 띠는데 민물에서는 같은 전하끼리 서로 밀기 때문에 떠 있는 생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바닷물에는 양전하를 띤 미네랄이 많이 녹아 있어서 부유물질의 음전하를 잘 중화시키기 때문에 서로가 잡아당겨 앙금을 이뤄 가라앉게 해준다.

 

 

그래서 강물이 바닷물을 만나면 금방 깨끗하게 맑아진다. 중금속이나 농약이나 그밖에 유해한 유기물질들이 담수호에서 전하를 띤 상태로 있을 때에는 독성이 크다. 더욱이 물이 썩으면서 산소가 고갈되면 환원상태가 되어 그 독성은 아주 커진다.

 

 

그러나 바닷물을 만나면 착염을 형성하여 독성이 가장 낮은 상태로 떨어져 침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 침전물은 퇴적층 아래로 이동을 하는데 수십 센티미터 아래로 묻히면 더는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된다.

 

 

강에서 오염의 대표적인 지표로 삼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독성이 없는 유기물질을 말하는데, 이들은 앙금이 되어 가라앉아서 수많은 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살찌우는 구실을 한다. 강의 하구에 가장 많은 영양이 모이기 때문에 하구 생태계가 지구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한강하구 환경부.JPG» 한강 하구에는 습지가 발달해 철새 등 다양한 생물이 깃든다. 환경부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나라가 막았던 하굿둑을 텄고 더 이상 하구를 막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하굿둑을 터야할 때가 되었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과 이들 강 하구 연안의 어민들이 모두 둑을 트라고 요구하고 있고 부산시, 전라남도, 충청남도와 같은 해당 지자체들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한강에는 하굿둑은 없지만 신곡보를 건설한 후에 다른 하구호에서 나타났던 수질오염문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살고 또 가장 산업 활동이 활발한 곳이기 때문에 한강 하류는 어느 강보다도 오염이 심하다. 신곡보는 아주 작은 댐이어서 정체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도 최근에 나타난 극심한 녹조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도 이들 지자체들과 함께 이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굿둑을 트라고 하면 댐 건설업계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국토부가 경기를 일으킨다. 국토부가 우리나라 강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은 하늘이 그 유역의 주민들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유역민에게 권리를 넘겨주고 그 주민이 하굿둑을 트라고 요구하면 그에 따르는 행정적인 봉사를 충성스럽게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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