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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들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위해 새로운 투쟁 시작”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가장 큰 적폐는 국보법·종북몰이”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06-10 17:30:10
수정 2017-06-10 2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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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함세웅 신부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함세웅 신부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해 10일 열린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정부가 주최한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이어 열렸다. 추모제는 1990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이 시민들과 함께 참여했다.

올해 추모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혁명 원년'에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부여된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6월 항쟁과 촛불혁명을 완성해내자"고 결의했다.

국가폭력 희생자 백남기 농민도 추모 대상 포함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생사를 오가다가 지난해 9월 25일 운명한 백남기 농민도 올해부터 추모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백남기 농민 외에도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한광호 열사와 올해 3월 운명한 서경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등 모두 16명이 추모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추모 대상은 총 650여명에 달한다. 특히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박근혜 퇴진' 촛불을 키운 백남기 농민은 모두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 범국민추모위원회 명예대회장인 함세웅 신부는 대회사에서 "정치권력이 폭력을 행사해 타살을 당한 분들이 계신다"며 "가정과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우리는 타살 당한 분들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문화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스위스의 유명 신학자인 한스 큉은 예수 그리스도를 정의할 때 '30대 청년으로서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 특히 종교의 모순에 항거하면서 타살 당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함 신부는 또 "후손인 저희들이 다른 행업을 통해서, 그분들의 행업을 계승하면서 다시 그분들의 삶을 부활시키고 있다. 6월 항쟁 30주년이 된 올해는 1987년의 모든 희생자들과 아픈 삶을 다시 부활시킨 한 해라고 한다"며 "올해 민족민주통일 열사들에 대한 추모는 이런 의미에서 부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하진 않지만 돌아가신 노동자· 농민 등 많은 분들의 뜻을 이어 받으면서 촛불을 통해 불의한 정권, 폭압 정권을 몰아내고 국민의 정권을 이룩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촛불 시민이 만든 정부'라고 겸허하게 고백하고 있다"며 "저희들이 더 힘을 모아 돌아가신 분들이 못 다 이룬 뜻을 이룩해낼 수 있도록 정권을 격려하고 밀어주고 감시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당부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가장 큰 적폐는 국가보안법과 종북몰이"
"열사·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해 투쟁해야"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해 나서자는 호소도 이어졌다.

함 신부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적폐, 1차적인 청산 대상은 국가보안법"이라며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이것을 실현하기까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우리가 힘을 모아 보충해주면서 당대 정권에서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위대한 촛불항쟁은 박근혜와 국정농단 세력을 척결하면서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던 친일·친미·수구세력의 기반을 허물어내는 대변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으려는 수구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분단을 악용해 아직도 종북몰이와 빨갱이 놀음에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도 종북·빨갱이요, 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과 행동도 종북이라 몰아대고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지난 70년 동안 유지돼온 적폐 중의 적폐, '분단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위대한 국민들의 민생민주대장정은 이제 수구세력의 분단 적폐를 허물어내는 범국민운동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천명했다.

한 대표는 특히 "이제 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군사훈련 중단, 반전·평화투쟁에 매진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온전히 실현하는 국민운동을 힘차게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이 과거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현재의 투쟁으로 되살아나 민주주의의 튼튼한 터전이 되고, 희생과 열사가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 완성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행은 "우리가 부끄러운 마음 감출 수 없는 이유는 열사들의 절절한 외침과 그들의 정신을 이어 민중이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한 것과 열사와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통해 역사적으로 단죄를 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열사와 희생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이 반드시 처벌 받는 그날까지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장남수 공동추모위원장(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추모제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현명했다. 촛불을 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나라를 다시 세웠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잘 가꾸고 북돋아 줘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만발할 때 저기서 떠들고 있는 수구적폐세력은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촛불항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최저임금 만원 인상 ▲비정규직 철폐 및 노조 권리 보장 ▲백남기 농민 살인사건 책임자 처벌 ▲밥쌀 수입 즉각 중단 ▲청년 일자리 해결 ▲6.15, 10.4 선언 이행과 사드 배치 반대, 평화협정 체결 ▲공안탄압 중단과 모든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한일 '위안부' 합의안과 한일군사정보협정 폐기 등을 촉구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백남기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백남기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마련된 영정들을 한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마련된 영정들을 한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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