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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이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의 비밀

 
[평화통일시민강좌] <2> 강주원 인류학 박사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2015년과 지난해에 이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새정부 통일정책, 이렇게 가야한다'를 주제로 7월 1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합니다. (☞강좌 소개 바로 가기)

10.4 선언의 주역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지난 10년간의 남북대결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정부가 시급하게 취해야 할 정책들이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고 다시 6.15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냉전의 적폐를 해소하고 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여론형성의 장이 될 ‘평화통일시민강좌’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강연은 강주원 인류학 박사의 강연입니다. 강 박사는 '대륙의 시작 한반도, 남북경제협력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남북한과 중국이 어떻게 경제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강 박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단둥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중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도 아우르는 접경 지역의 현황을 연구하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강연 내용입니다.  
 

▲ 강주원 인류학 박사 ⓒ평화통일시민행동


2년 전(2015년),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신한반도 경제지도'를 발표했습니다. 물류를 중심으로 한 이 지도는 나진, 부산, 남포, 인천 등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도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1998년부터 존재하였고 앞으로도 남북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천-단둥(중국) 노선이 빠져 있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 전후로 단둥에서 남북의 사람들이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1주일에 3번 인천에서 단둥으로 배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한반도 경제지도"에 인천-단둥이 빠져 있다는 것은 남북 경제교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한국사회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에 대해서 저의 졸저인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에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발표한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 ⓒ문재인 대통령 공식 블로그

 

▲ 2006년 단둥의 한 택배회사에는 서울-평양-중국의 택배 범위가 선명하게 표현되어있다. 약 10년 전 아니 최소한 단둥페리가 취항한 1998년부터 단둥은 삼국 물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다. ⓒ강주원


북한 사람이 만든 'MADE IN CHINA'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노동자 5만 명 중 3만 명이 봉제 쪽에 일했고, 개성공단이 한창 잘 돌아가던 2010년대 이후 한국에 판매되는 속옷의 90%, 의류의 30%가 개성에서 만들어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만 명의 노동자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단둥에서는 이런 일들이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졸저인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에서 언급한 바 있는 삼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단둥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5.24조치 이전에 한국의 봉제, 의류 쪽 회사들이 옷을 만들기로 결정하면 단둥에 있는 회사한테 하청을 주었고, 그 다음 단계로 단둥에 있는 한국 사람이 북한 사람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면 며칠 뒤부터 평양에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옷은 단둥을 거쳐 배에 실려 인천으로 들어옵니다.  

그 옷들은 'MADE IN DPRK'도 있었지만 대부분 'MADE IN CHINA'로 들어왔습니다. 이런 제작 단계를 거친 의류들은 한국의 홈쇼핑에 소개되고 사람들은 중국산으로 알고 사 입곤 하였습니다.  

라벨과 통계에는 보이지 않지만 북한 사람들이 만든 옷들이죠. 이 옷들이 팔리다 안 팔리면 땡처리로 길거리에서 팔리고 그러다 안 팔리면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서 인천에서 단둥으로 그리고 평양으로 들어갑니다. 평양사람들은 자기 친구들이 만든, 한국까지 갔다온 이 옷을 중국산으로 알고 입었습니다.  

남북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릅니다. 통계로는 잡히지 않지만 인류학의 참여관찰로 보면 보입니다. 단둥에 있는 한국 회사 중에 10위권에도 들어가지 않는 회사가 한해 옷 약 80만 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얼마나 많은 옷을 만들었을까요? 개성에는 3만 명의 봉제 노동자가 있지만 평양에는 더 많은 노동자가 옷을 만들어 왔습니다. 신의주에도 봉제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만큼 남북교류에 영향을 끼친 곳이 단둥이고 남북을 연결하는 물류가 존재하는 곳이 단둥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휴전선만 놓고 남북관계를 봅니다. 거기서 '북한 퍼주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우리가 퍼주었다는 금액의 50~60%는 인건비에 해당이 됩니다.  

이것의 대부분은 단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북한은 단순히 퍼주기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우리가 이득을 보면서 살아온 '교류'의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한국사회는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남북관계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 중국 지안쪽에서 바라본 압록강변의 북한 모습(2017년) ⓒ강주원


북한은 '개성공단'을 5개 이상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북한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폐쇄된 국가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단서가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생각하는 만큼, 북한은 폐쇄된 국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제 규모나 남북관계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휴전선만 폐쇄하면 북한은 전체적으로 폐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성공단만 막으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달러박스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개성공단을 막으면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무지한 시각이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개성공단 5만 명의 노동자가 약 100달러를 받고 일했습니다.  

그러나 단둥에서는 2만 명의 노동자가 약 300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 인건비만 놓고 보더라도 단둥이 개성보다 더 많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개성공단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둥에도 개성공단이 하나 더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해외 진출 북한 노동자 수가 터키, 중국, 러시아 중동에 1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와 몇 가지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개성공단을 최소 5개 이상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한국사회가 주지하지 않은 채, 앞으로 한국은 개성공단을 북한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면서, 개성공단을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협상에 나오는 북한을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단둥은 2만 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2000명의 주재원(무역일꾼)이 있습니다. 단둥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하루에 약 600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 볼 때 한사람이 100만 원치의 물건을 사들고 간다고 치면 하루에 6억 원, 한 달 180억 원, 일 년 2000억 원입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인건비는 약 1000억 원 이었습니다. 단둥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기차만으로도 개성공단 2~3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중 무역 규모를 약 70억 달러라고 추정하는데 위의 예에서 설명한 경제교류 모습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압록강의 밀무역에 해당이 되지도 않습니다. 북·중 국경무역은 통계를 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러니 통계 안에서만 북·중 경제교류를 들여다보면 북한 경제를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중 관계는 지원과 원조의 관계가 아니라 경제교류의 관계

한국사회는 북·중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죠? 그 가운데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중국이 북한과 교류를 끊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생각의 바탕은 북한과 중국을 지원과 원조의 관계로만 보는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석유만을 원조한다고 판단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를 할 수 있고 북·중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중 관계는 경제교류의 관계, 공생하는 관계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대북 유엔제재에 대해서 '민생'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이 민생은 '북한사람' 뿐만 아니라 '중국사람'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100개 이상의 업체가 피해를 입고 파생피해액이 1조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북한과 무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중 경제 차단을 원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대북제재를 한다면, 압록강, 두만강의 국경도시에서 북한과 무역하는 중국사람들이 받을 피해액은 100조 원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점만 생각해보아도 한국은 중국에게 자국 국민의 100조 이상의 피해를 입더라도 대북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것을 중국이 어떻게 들어줍니까? 
 

▲ 중국 단둥에서 북한 여권은 제재의 대상이 아닌 선물을 받는 기준이다(2017년) ⓒ강주원


단둥발 북한 가짜뉴스 깨기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저는 단둥에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자들이 단둥으로 몰려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저 신의주 강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저 모습이야말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국경선이 엄격하게 봉쇄당하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 내용을 반영한 방송이 뉴스 화면을 장식했습니다. '북·중 국경 엄격하게 단속, 신의주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라고.  

이러한 보도는 작년 2,3월 대북제재가 한창일 때도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기자들한테 뭐라고 설명을 하였을까요? "기자 선생님, 지금 압록강과 신의주는 영하의 날씨인데 누가 나와서 놀까요?" 

기자들은 북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의 철조망을 넘어온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이 철조망 안에서 중국 사람들은 산책도 하고 빨래도 하고 농사도 짓습니다. 탈북자가 목숨을 걸고 넘어온다는 곳에서 말이죠. 압록강의 철조망은 만들어진 지 10년 정도 되며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 철조망은 여기까지가 중국 땅이라는 표시입니다. 강 전체가 국경이므로 홍수나 가뭄일 때 늘 국경이 바뀝니다.  

북한 붕괴 징조와 경제 어려움의 증거로 많이 쓰이는 사진 중에 하나가 압록강 유람선에 쪽배를 타고 들어와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북한 사람들이 대낮에 대놓고 밀수를 한다며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증거로 쓰입니다. 하지만 쪽배를 탄 사람들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중국 사람입니다. 한국말을 하니 기자들과 한국 여행객들은 북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죠. 검증만 하면 금방 알게 되는 가짜 뉴스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작년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통일부가 해외의 북한식당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며칠 후 KBS가 단둥의 문 닫은 북한 식당을 보여주며 북한의 식당이 망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망한 것이 아니라 백 미터 옆에 새로 문을 연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은 대북제재의 효과가 없는데, 단둥에 가서 검증하지도 않고 혹은 가짜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 단둥에 갑니다.  
 

▲ 2017년 신의주 풍경에서 한국 사회가 놓치고 있는 시각과 역사는 무엇일까 ⓒ강주원


다르게 보면 지금의 북한이 보인다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에 대해 한국은 일반적으로 '인권' 문제로만 다가갑니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보여주듯이 한국사회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한국 근대화의 선봉장으로 생각합니다. 그 인원이 모두 합해도 2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가르칩니다. 여기에서 한 번쯤, 맥락상 다른 면도 있지만,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이런 시각으로 보면 북한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단둥에는 연인원 2만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합니다. 이 노동자들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단둥 북한 노동자 임금 300달러 중에 100달러를 노동자가 가져갑니다. 이 돈을 1~2년 모아서 물건을 사서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이 물건들이 장마당을 활성화되는 배경입니다.  

2010년 5.24조치가 발표되었을 때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남북관계와 북한을 주로 TV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북정책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대북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활약이 뛰어난 대북전문가는 '북한 붕괴론'자였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2~3년 전부터 한국의 커피믹스가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고 북한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 한국의 자본이 들어가고 있고 북한에 돈주가 늘어나면, 그들이 봉기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때문에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라고 예언합니다. 

그러나 한국산 커피믹스는 2~3년 전부터가 아니라 단둥을 통해서 20년 전부터 평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왜 안 망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의 북한은 커피믹스가 아니라 커피믹스 만드는 기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변해 왔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 국경도시 신의주에 20층 아파트가 10채 이상이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실효성 없는 대북제재만을 주장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미래 통일 담론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우리는 이것을 연구하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북한‧중국인과 북한화교‧조선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단둥

단둥은 20년 전부터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만났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제외하고 연인원 2000명의 북한 사람과 북한화교 2000명 이상, 경제활동 인구인 조선족 4000명 이상, 한국 사람 2000명 등 전체 1만 명의 사람들이 남북을 연결시키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5.24조치 이전에는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직접 교역을 했지만 5.24조치 이후에는 남북의 직접 접촉이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북한화교와 조선족을 매개로 북한 사람과 간접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구조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24조치 때문에 한국기업의 마진을 떨어뜨렸을 뿐입니다. 5.24조치 이전에는 한복이나 이불에 들어가는 수예도 북한산이 사용됐습니다.  

지금은 북한 사람이 만든 것을 북한화교나 조선족이 사와서 한국 사람에게 팔고 이것이 서울에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단둥의 호텔에서 숙식하는 북한 주재원들은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한국 뉴스를 봅니다. 하루 종일 압록강 유람선에서 나오는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신의주 강변을 지나는 사람도 봅니다. 단둥에서 한국사람들은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북한 사람들은 서울우유를 마실 수 있습니다.  
 

▲ 한국사회가 대북제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안 어둠의 대명사였던 신의주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한국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됨을 보여주는 것일까(2017년) ⓒ강주원


개성공단도 재개하고 5.24조치도 해제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 재개를 북한이 동의한다고 가정할 때 공장이 정상화 되는 것만으로도 몇 개월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5.24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말하자마자 북한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 다음부터 남북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곳이 단둥입니다. 여기에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북한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이익이 남지도 않는데 남북교류를 할 한국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단둥은 지난 20년 동안 남북교류의 중요한 메카입니다. 단둥을 알아가는 과정이 남북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남북교류가 단절되어 있는 동안 북한은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아직도 '고난의 행군', 그러니까 20년 전의 북한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교류 재개 만큼이나 북한을 선입견 없이 제대로 볼 수 있는 한국사회의 스스로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개성공단은 다시 열려야 하고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상징이기도 합니다만, 개성공단이 닫혔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모두 닫혔던 것은 아닙니다. 단둥이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북의 만남이 중단되었다고 너무 강조되다 보니 남북교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단둥을 놓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사회가 단둥을 단순 사례로만 보거나 간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최소한 단둥을 개성공단과 더불어 남북교류의 한 축임을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 가운데 하나는 "신한반도 경제지도"에 인천-단둥-평양"을 이어주는 물류의 흐름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완성된 지도는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렇게 보완된 신한반도 경제지도에는 5.24조치 해제에 대해서 한쪽만이 주장하는 명분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다양한 이유와 근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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