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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쟁점 : 누가 대북정책 주도권 확보하나

 

문 대통령, 북한과의 대화국면 주도할 수 있을까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06-27 07:28:51
수정 2017-06-27 07: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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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홍구, 문 대통령, 한덕수, 홍석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홍구, 문 대통령, 한덕수, 홍석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대치 국면을 안정시키고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데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사실상 자유롭기 힘든 한국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 대북정책에서 주도성을 보일 수 있다면, 이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한미 양국의 공동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북한과 대화 반드시 필요"
'핵 동결'→'핵 폐기' 2단계 접근법 한미 공감대 강조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면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을 뒀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이 서로 다르지 않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적극 해소하려고 한 모습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전에 북한과 대화한다는 구상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미국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같은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저도 그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폐기'라는 양국의 공동 목표가 달성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최고의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며 "저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그런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15 남북공동성명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문재인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민중의소리/뉴시스


이러한 입장은 문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2단계 접근법'으로도 나타난다. 2단계 접근법은 '핵 동결'과 '핵 폐기'로 단계를 구분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말한다. 대북압박과 제재로만 이어진 지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과 달리 북한과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춘 방안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 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며 이 역시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한과의 대화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연일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웜비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는 등의 행보도 미국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북핵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큰 틀에서 단계적인 접근법에 합의할 경우 향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에 미국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민간 교류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향후 국면에서 미국보다 더 넓은 보폭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매진'
사드 배치 문제 등 쟁점도 산적

그런 만큼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밑에서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출국을 이틀 앞둔 26일 전직 주미 한국대사들과의 초청 간담회에서 "성과 도출에 연연해 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애와 신뢰를 쌓을 예정"이라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한미정상회담은 외교력의 첫 시험대라는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실제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주도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외교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26일 이홍구 전 주미대사 등 7명의 전직 주미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라는 이슈도 겹쳐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 문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라며 겉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한미 양국의 핵심 쟁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군이 애초 한미 양국 간의 합의 사항과 다르게 서둘러 사드를 배치했다며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터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한미 합의에는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돼 있는데, 벌써 사드 발사대 2기가 대선 전에 기습 배치된 것도 모자라 4기가 추가로 몰라 배치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한미 합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절차들이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차원의 조사까지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2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30일 백악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연 뒤 그 결과를 직접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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