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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을 깨버렸다

 
[최창렬 칼럼] 촛불 민심을 성찰할 때

 

 

 

안보의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사드배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안보 현실은 사드배치 강행을 결과했다. 한반도를 둘러 싼 안보 상황논리에 의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석론'의 약화와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사드의 조기 배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를 마냥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성주 군민들에게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사드배치의 불가피성과 향후 대책을 설명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의 대국민 약속도 결과적으로 지키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성주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추가 배치 강행을 "박근혜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적폐"로 규정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여론이 우호적이라고 해도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노출되어 있는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설득해도 주민들은 사드 배치를 적극 저지하리라는 판단에서 밀어붙였다면 정부는 더 이상 소통을 말할 자격이 없다. 더구나 새벽에 공권력의 강제 진압이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 설득을 통해 자발적 동의를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었다. 그러나 사드는 새벽에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이라는 과거 정권의 방식에 의해 배치가 강행됐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이라는 요인도 감안되지 않았다.  
  
상황논리에 쫓겨도 최소한의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북핵 위기에 대해 주관과 냉철함을 잃으면 안 된다. 트럼프는 연일 안보위기를 무기로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미FTA 폐기를 운위하고, 트위터에 우리 정부의 안보정책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 무례함과 '개념적 승인'(conceptual approval)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무기판매를 압박하는 둣한 정치적 수사도 서슴지 않는다.  
 

▲ 발사대 진입 후 연달아 올라 온 공사장비 차량(2017.9.7) ⓒ평화뉴스(김지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도 여전히 논란이다. 물론 미국의 요구라는 사실상의 강요가 사드 배치의 원인이며, 미국의 전략적 이해라는 큰 그림을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감안해도 외교·안보에서 중심을 잃어버리고 강대강 구도와 무기 증강이라는 외곬로 치달으면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안보위기의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비록 소수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합의제 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적폐는 국민의 의사를  강압적으로 묵살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전제가 된다. 국민여론이 특정사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도 이를 반대하는 소수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절차적 정의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는 착근되지 않는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강고한 보수야당들의 공세와 미국 군산복합의 압박에 정권의 초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 마저 집권여당과는 정책의 결과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제1야당은 공영방송 사태와 안보를 명분으로 민심과는 완전히 유리된 국회 등원 거부라는 시대착오적 행보에 몰입하고 있다. 결국 과거 청산과 사회적 격차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지향하기 위해서 시민적 지지를 국회의 정치과정에 투영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단 안보문제 뿐만이 아니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의 유신을 긍정하는 보편적이지도 않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가진 인물의 국무위원 후보 내정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정권의 적폐청산은 추동력을 얻을 수 없다.   
 
선거민주주의 자체를 형해화시킨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일탈과 탈선을 응징하는 청산작업 등이 안보정국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북핵 위기 해법이 아님에도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급기야 현실성 자체가 전무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기 등 안보국면과 인사에서 촉발된 실망이 지지층의 이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촛불혁명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정부 출범 100일이 넘은 지금, 촛불민심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ccr21@hanmail.net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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