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끝까지 하겠습니다”

 

7차 촛불법회 성료…9월 14일에는 '범불교도대회'

합장한 채 연신 고개를 숙인 수좌회 용상스님.

4일째 단식을 이어온 전국선원수좌회 용상스님은 조계사 앞에 모여든 대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사진 찍을 새도 없이 한 마디로 발언을 마쳤다. “끝까지 하겠습니다.”

간결하지만 촛불 대중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에 박수 환호가 터졌다. 입을 꾹 닫은 스님은 합장한 채 연신 고개를 숙였다. 범불교도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7차 촛불법회를 용상스님은 그렇게 점안했다.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진행된 이날 법회에는 스님 50여명을 비롯한 1,000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했다. 지난주보다 다소 저조한 참여율. 이에 대해 주최 측은 “다음 주 대규모로 진행될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자는 차원에서 참가 독려를 최대한 자제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불자들이 광장을 메워주신 부분에 크게 감사드린다”고 귀띔했다.

법회에는 스님 50여명을 비롯한 1,000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 자유발언으로 진행된 7차 촛불법회

이날 촛불법회는 기존의 법회와 달리 1, 2부에 걸쳐 주제발언 및 참가자 자유발언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ㆍ소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1부 주제발언에 나선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이도흠 교수는 ‘자비로운 분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방편경을 인용한 이 교수는 “500명 가운데 499명을 죽이려던 한 선원을 죽이고 그 업보를 짊어지겠다고 나선 선원의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의 전생인 대비선장의 이야기”라며 “탐진치 삼독을 이야기할 때 보통 ‘불자들은 분노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이처럼 경전에는 자비에 근거한 분노가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이도흠 교수.

이 교수는 “폭행당한 적광스님의 고통, 언론탄압을 받고 있는 불교포커스ㆍ불교닷컴의 고통, 하루아침에 제적당한 명진스님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비로운 분노를 기반으로 우리는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열사람의 한 걸음으로 반드시 자승 총무원장을 몰아내자”고 소리쳤다.

바통을 넘겨받은 허정스님이 촛불 대중의 5대 요구사항인 △직선제 시행 △종단 내 적폐청산 △자승 총무원장 즉각 퇴진 △종단 재정 공영화 △승려 수행 환경 보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수행 환경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은 “가사비, 의료비를 비롯한 기초 생활비 보장 없이는 아무리 우리가 주인이라고 외쳐도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내가 주인공,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종단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허정스님이 가루라 보살과 함께 촛불 대중의 5대 요구사항인 △직선제 시행 △종단 내 적폐청산 △자승 총무원장 즉각 퇴진 △종단 재정 공영화 △승려 수행 환경 보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

종은스님 "종단 운영에 재가자 적극 참여해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스스로를 ‘단식 중인 용상스님의 사형’이라고 소개한 종은스님은 “종단 운영에 재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재정의 관리와 집행을 재가자들이 하고 최종 결정 및 감사를 승려들이 한다면 종단 적폐의 70% 가량이 해결 가능하다”면서 “종회 역시 출가와 재가를 나눠 운영함으로써 전문성과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육조사 주지 현웅스님은 “쫓아내고자 하는 마음에 앞서 우리가 먼저 변화하자는 마음으로 저들을 지켜보자”고 당부했으며, 조장래 전 대불청 국제위원장은 종단 내 교육 부재의 현실을 우려하며 “배우지 않고 수행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늘날 적폐가 쌓이게 된 원인에는 (스님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비구'가 직책 독점하는 종단…성차별 해소하라"

1부 순서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이 ‘교단 내 성차별’을 주제로 2부 주제발언을 이어갔다. 옥 소장은 총무원장을 비롯한 3원장, 교구본사 주지 및 중앙종회의원 등 주요 교역직 종무원의 여성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교단 현실을 꼬집으며 “불교는 바깥에서 성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차별이 극심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종단 현실이 성차별적 가치관을 퍼뜨리는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힌 옥 소장은 “종헌종법 내 ‘비구’만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부분을 ‘승려’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종단 내 심각한 여러 성문제를 일소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명스님은 과거 자신이 폭력을 겪은 일화를 거론했다.

지속되는 폭행 피해 증언…"폭력승 즉각 퇴진시켜야"

지난 촛불법회에 이어 이번에도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승스님을 사회법에 제소했다는 이유로 ‘공권정지 8년’의 징계를 받은 뒤 올해 5월초 사면ㆍ복권된 봉곡암 각명스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력 총무원장 후보 설정스님의 학력 위조 의혹을 비롯해 과거 자신이 폭력을 겪은 일화를 거론했다. 앞서 지난 6차 촛불법회에서는 백양사 청량원 무선스님이 "2010년 호법부 관계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공개 증언한 바 있다.

각명스님은 “과거 은사에게 바른말을 했다는 이유로 사제에게 무참히 얻어맞은 경험이 있는데 현재 그 사제가 종단의 요직을 맡고 있다”고 했으며, 충청지역 모 사찰의 선원장을 맡고 있는 A스님은 거론, “A스님이 봉곡암 관련 문서를 고치라며 사람을 떼로 보내 뚜드려 맞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스님은 “불교가 이래서는 안된다”며 “종단은 폭력승을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희선 새로운 불교포럼 공동대표도 자유발언에 나섰다. 논어에 나오는 정명(正名, 명칭을 바로잡다)을 거론한 이 대표는 “이름이 그 이름에 걸맞지 않으면 그것은 곧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비구는 그 말에 ‘탐욕을 버린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반대로 탐욕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곧 비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화합의 요체는 계율이다. 반대로 규율 없이 화합은 불가하다”고 덧붙인 그는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이, 계율을 지키지 못하는 이에게 더 이상은 보시와 공양을 하지 말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밖에 불교문화연구소 윤소암 스님, 용주사 신도비대위 김대식 씨 등이 무대에 올라 각각 자유발언을 펼쳤다.

9일간의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뒤 최근 퇴원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전 의장 효림스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9.14 범불교도대회 홍보 및 동참 당부

이날 현장에는 9일간의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뒤 최근 퇴원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전 의장 효림스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효림스님은 “진실이 잠들면 요괴가 눈을 뜬다는 말이 있다. 적폐가 쌓인 오늘날의 현실에 그간 눈감고 침묵한 대중 또한 책임이 크다”면서 “바람이 불면 깃발이 살아나고 작은 촛불이 모여 횃불이 되듯, 다음 주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7일째 단식 중인 대안스님.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은 ‘범불교도대회’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필두로 조계사까지 행진에 나섰다. 6일째 단식을 진행 중인 대안스님, 4일째 단식을 이어 온 용상스님이 대중을 맞이했다.

대안스님은 “자승 원장 8년만에 종단이 완전히 무너질 지경”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하고 징계하는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용상스님은 “(단식을) 끝까지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두 스님을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 주 목요일인 9월 14일에는 ‘8차 촛불법회’를 대신해 오후 4시 서울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전국의 불자들이 결집해 ‘조계종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린다. 또 같은 날 저녁 7시에는 조계사 인근 서울 청계광장에서 불교계 비롯해 언론계, 교육계, 공무원 사회의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대규모 문화예술행사 ‘한바탕’이 펼쳐진다.

범불교도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7차 촛불법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  
  •  
  •  
  •  
  •  
  •  
  •  
  •  
  •  
  •  
  • 김정현 기자
  •  
  • 승인 2017.09.08 03:17
  • 댓글
  •  

 

관련기사icon승려대회ㆍ범불교도대회 개최 결의…불붙은 ‘종단개혁’ 발걸음icon수좌스님과 함께하는 촛불법회…범불교도대회 선언icon“불교 중흥의 횃불 들 시점” 5차 촛불법회 성료icon조계종 탄압에도 타오른 촛불…명진스님 단식 선언icon조계종 탄압에도 4차 보신각 촛불법회icon[영상] 조계종 적폐청산 3차 촛불법회icon조계종 적폐청산 1000개의 촛불…‘실시간 검색 1위’ 기록icon3차 보신각촛불법회, 수좌스님들 참여 ‘관심’icon[영상] “불교에 적폐 있다는 그 자체가 부끄러움”icon조계종 적폐청산 2차 ‘촛불법회’ 3일icon[화보] 조계종 적폐청산 제1회 촛불법회icon“평범한 종도들의 작은 촛불이 거대한 횃불 되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