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최규석, 도가니, 100도씨

아침에 매노를 보다가 최규석 인터뷰를 봤다. 요즘 다음에서 연재하는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 흠뻑 빠졌는데 그 소설에 최규석이 삽화를 그린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소설의 이해를 돕는 삽화 한컷 한컷이 예술이다. 최규석의 대한민국원주민을 선물로 받아 읽어제끼고 나서 만화에 대한 생각이 바꼈는데 (모..만화는 다 꽃보다남자같은 내용인줄 알고 살았던...) 매노에서 6.10항쟁을 만화로 그린 100도씨를 말하길래 단숨에 찾아 다 봤다. 최규석 쫌 짱인듯!!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광주에서 온 선물

생일 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대학 후배녀석이었다. 선생님공부를 시작하면서 고향인 남원으로 내려간 녀석이 지금은 광주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받으면 집어던지고 싶은 선물을 사무실로 보냈으니 다음주 정도면 받아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물과 진배없는 엽서가 광주에서 날아들었다. 한지에 붓으로 쓴 "MB방송, 저만 나올라고, 쥐만 나올라고~" 쓴 직접만든 봉투안에 5. 18 추무관 기획전시 엽서 한장이 들어 있었다. 광주에 내려갔다며, 이용석 열사의 묘를 봤다며. 그때 그 자리에서 나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이용석 열사의 타는 살 냄새가 생각났다는 후배가 보낸 엽서... 언젠가 행동으로 보이는 후배가 되지 못해서 내 앞에서는 말이 많아진다는 그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언젠가 우리도 그때 그 풍경을 사랑할수 있는 날이 오겠지. 후배의 마음이 고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뭐야...

이제 완연한 28이 되었다. 엄마가 열달을 배가 아파 나를 낳은 날이 지났으니 해가 바뀐 28이 아닌 완연한 28이 되었다.

 

숫자 따위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냥 별거 아닌 냥  한해 한해 세는것이 번거로와 나이를 잊고 살고 싶다만은 아직 나는 20대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지 30대가 두해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벌컥 겁이 났다.

 

지난 주, 술을 먹지 않으려 대학로 주변을 뱅뱅거리다 들어간 어느 허름한 라이브 카페(?)에서

주인장인듯 보이던 남자분이 기타하나로 연주하던 서른즈음에가 가슴속에 확 박히더니,

 

이건 뭐. 내가 서른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좌절하고 뭔가 서른이 되기전에 해야할것만 같은 것들이 뇌리를 스쳐가는것이...

 

내가 하고자했던 일과, 하려던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원하던 바람이 뭐였는지도 헷갈리고

 

 

5년을 몸담았던 조직이 해산을 하려는 참에

내 머리속에 남는건 아무것도 없고 아무 감흥도 없지만

마음은 조급하고 왠지 낙오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뭐야...

 

 

 

선거에 당선되냐 안되냐가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간사들에게 고용보장의 문제가 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중앙에서 일하던 언니가 나는 나가도 동지는 남을수 있겠지라는 위로(?)의 말에

 

내가 그토록 하고 싶지 않아했던 일을 스스로 그것도 잘 참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재수없고 또 편하면서도 짜증나는건

 

뭐야...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답답한 기분때문에 스타킹 신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 중고딩때 한겨울에도 맨살로 다니기를 즐겨했던 내가

 

오늘 위 아래 내복을 껴쳐입은 현실은 나이 때문이야 뭐야...

 

 

 

뭐야. 왜이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별이한테 세금을??

애완견에게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뉴스를 보다가,

 

별이를 쓰~윽 쳐다봤다.

 

배를 천장으로 까고 흰눈동자가 약 1/4정도 보이며 입은 약간 벌린채

코를 골골거리며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별이를 보자니...

 

참..기가막힌 노릇이었다.

 

 

이리도 예쁘고 앙증맞으며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에게 그것도 종부세 폐지로 메울수 없는 지방세를 메꾸려고 세금을 물린다는 생각이 도대체 어떤 개새*(아..아이러니하게도 이 욕설이 적절하다 느끼는건 뭐냐..) 머리에서 나왔는지...

 

 

나중에 이 방안이 실질화 되면 난 별이를 데리고 데모질하러 다닐꺼야.

 

훗...

 

생각만해도 우리 별이 빨간머리띠 어울리겠는데...좋았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끄적

#. 날이 뭐 이러냐...

이건 뭐 하늘이라고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내 머리에 쿵하고 닿게

생겨가지고..

 

덕택에 삼십분 지각...진짜 출근하기 싫었다..

 

 

#. 금요일의 분위기가 다시 연출되고 있다. 총사퇴. 히꾸무리죽죽한 하늘같은 삼실 분위기.

 

 

#. 내가 만약 조합원이었다면 활동가였다면 나는 부결표를 던졌을까? 찬성표를 던졌을까?

아님 부결운동을 했을까 찬성을 조직했을까?

쉽사리 답할수 없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애초부터 난 그런것 따위는 별로 상관없었는지도 모르지...

 

 

#. 내가 돌아올때까지 잠을 안자고(아니, 꾹 참고) 있던 엄마가 물었다.

 

"잘했니?"

 

자신의 딸이 커가는 모습에, 또 떠나버릴 모습에 불안해하면서도

또 그런게 인생이라며 체념하는듯한 단 한마디...

 

 

#. 가을은 타지 않고, 겨울은 타나?  

 

 

#. 휴가를 이틀이나 썼는데도 휴가가 또 필요해...

 

 

#. 무리를 해서라도 연말에는 꼭 어디든 놀러가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원래...

원래 안좋은일은 겹쳐서 오나?

 

 

몇 주전 막말을 해대던 그들 때문에 맘이 불편했는데

그 탓인지 점점 안좋은일 생기기만 하는데...

 

 

가을은 안타더니 추운 겨울에 마음이 싱숭생숭...

 

 

집에 들어가기는 죽을만큼 싫고...하..근데 갈곳이라곤 집뿐이고..ㅜㅜ

 

 

오늘은 완전 어용이 되거나 완전 맛탱이가 간 운동권이 되거나 완전 좌파가 되거나의 고민에 빠지고...

 

 

원래 안좋은 일은 겹쳐서 오나?

 

 

참 살기 쉽지 않다...아이 씨..이제 뭐먹고 사나... 에잇 짜증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힘여성활동가들은 집단성폭력을 당해도 되는가?

거북이님의 [성폭력이라 말함에도 자격이 존재하는건가?] 에 관련된 글.

 

지난 금요일 이글을 쓰다 미처 게시판에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처참하게 테러를 받은 지하조직의 글과 거북이의 글을 보았다.

 

처참하다. 여성주의 제기가 아직도 이따위로 치부되는 운동권에 내가 잔존해있었던 게 새삼 후회스럽다.

 

고 류기혁 열사의 잘못은 백번을 반성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이다. 현대자동차노조라는 거대 권력을 가진 노힘이 좌파 운동이랍시고 원칙도 소신도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현대자동차노조 뿐이 아니다.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따위의 성폭력적 제기를 받을 이유는 하등없다.

 

고 류기혁 열사때 노힘의 잘못으로 노힘 여성활동가들을 집단 성폭력을 당해도 좋은가? 그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김광수씨는 자기의 마초적 역사를 되돌아보는 철저한 자기 되돌아 보기를 통한 사과를 공개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해야 한다.

 

 

--------------------------------------------------------------

 


김광수씨의 글을 읽고 분노했다. 그가 쏟아낸 말들은 가히 성폭력적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에 문제제기 하는 글에는 말도 안되는 댓글들을 달렸다.

 

 

 

#. 아가씨와 건달들 (08년 10월 20일), 김광수

 


김광수씨는 지난 10월 20일 해방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나라 바람둥이들의 특징은 현장을 들켜도 왕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미덕”(미덕이란다. 참으로 아름다운 처사다.)인데, 그게 가능한 것은 아내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그런 남편을 기꺼이 용인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여기서 김광수씨가 가지고 있는 여성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알 수있다. 그는 여성은 가정을 지키는 내조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부와 다름 아니며,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혼자 살아갈 수조차도 없는 다시 말해 사회에서 주체적 역할이라고는 가정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바람을 피고도 왕오리발을 내미는 미덕을 부리는 남편을 기꺼이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광수씨가 노힘과 민투위 관계를 말하려고 했든 뭐든 그건 상관없다. 김광수씨가 말하려던 것이 노힘이 가지고 있는 아주 나쁜 더러운 정치라고 했다 손 치더라도 그는 여성비하적 비유를 들어 설명하려 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광수씨가 아주 정당하고 백번일계 맞는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는 명백한 성폭력적 발언을 했다. 그래서 김광수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수많은 여성활동가들에게 미안하다 죄송하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자기반성을 해야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녀온 운동권 마초이즘에 대해 스스로 비판해야한다.    

 

그 글의 마지막 단락이다.

 

“노힘아가씨들이 전국에서 벌이고 있는 정치적 재조직화에 얼마나 많은 건달들이 꼬이고 있는지는 확인할 도리는 없지만, 아무튼 참 수고 많으시다.”

노힘아가씨들에게 얼마나 많은 건달들이 “꼬이는지”란다. 김광수 씨는 여성은 남자를 꼬이고 유혹하고 그래서 다시 훈육하고 용서하고 용인하는 비주체적 삶을 사는 것으로 낙인찍고 있다.

 

 

 

#. 노힘 활동가들은 정치적 수치심은 느낄 줄은 모릅니까? (08년 11월 18일),  반관료주의

 

 

김광수씨의 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해방연대 자유게시판에 띄어진 후, 댓글도 몇 개의 글들도 올라왔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러한 글 속에서는 그동안 운동권 마초들의 대응방식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반관료주의는 일단, 노힘 여성활동가들의 문제제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관류주의가 정말 지지하는지는 알 수 없다. 쓴 글을 곰곰이 보면 그는 전혀 지지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반관료주의는 (성적수치심은 느끼면서) 정치적 수치심은 느끼지 못하냐며 “구토유발자”로 노힘여성활동가들을 몰아넣었다.

 

반관료주의는 성적수치심을 느끼면서 정치적 수치심은 느끼지 못하는 노힘활동가들은 자기몸에 있는 오물을 먼저 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오물구덩이인 노힘에서 탈퇴해서 여성주의적 문제제기를 하던지 아니면 입 다물라는 거다. 반관료주의는 여성주의 논쟁 대응방식에서 제기되는 가장 전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흥분해? 왜 이리 감정적이야? 너는 안 그랬니? 너는 사회주의 운동은 제대로 안하면서 왜 이렇게 여성문제에만 매달려?”

 

좌파 페미니스트들이 지독하게 들어왔던 레파토리다.

 

 

 

#. '노힘아가씨와 건달들' 별 문제 없다. 본질을..(08.11.20), 주시자

 

 

그는 밝힌다. (그인지, 그녀인지 알수 없지만) 김광수 글 별 문제 없다. “영화에 비유해 솔직담백하게 쓴 것이다. 그간 해방연대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민투위론'을 영화에 비유해 솔직담백하게 쓴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노힘아가씨'라는 말꼬리가 잡혔다는 건데 '민투위'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그것도 차마 시비걸 일이 아니었다.”

 

여성주의 문제가 제기되는 될 때마다 운동권 마초들은 말한다.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하라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라고 한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고 감성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한다.

몰성적 인식접근으로 성차별 언행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감성적이고 개인적이며 말꼬리를 잡는 것인가?

 

논제와 무관한 여성피해자론을 들이대고 있다고? 그래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닌가. 왜 김광수씨는 논제와 무관한 여성비하적 비유로 노힘과 민투위 관계를 설명했냐고. 김광수씨가 말하는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이 장황한 글(어디서 본듯한 글들, 어디서 베껴온듯한 그글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반여성적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눈꼽만큼의 반성없이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줄기차게 써놓은 메마른 그 글이 여성주의에 대한 김광수씨의 진정성 있는 입장이라 읽혀지지 않을뿐더러, 그런 글은 누구든지 얼마든지 쓸수 있다. 김광수씨가 사과를 하려 했다면 그는 그 글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반여성적으로 살아왔는지 그래서 지금의 이 논란이 얼마나 잘못된것인지 자신을 반추하여 진심어린 자기 되돌아보기를 했어야 했다)을 봐도 그가 왜 노힘과 민투의 관계를 노힘 아까시와 민투위 건달로 설명하려 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왜 김광수씨는 주시자의 말대로 논제와 전혀 상관없는 아가씨와 건달들로 노힘과 민투위를 설명했는가? 왜 노힘(아가씨들)을 매번 나쁜짓에 바람피고도 집에 돌아와 왕오리발을 내미는 민투위 건달을 용서하고 용인한 것으로 표현했는가. 이게 노힘(여성활동가들)에 대한 성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주시자는 또 말한다.

 

“남한사회 좌파들의 금기는 NL과 페미니즘이다.
민노당 건으로 NL에 대한 금기는 깨졌고 지금도 깨지는 중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그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페미니즘 지형 자체에서 답이 워낙 지난한 형세인지라 가끔 외곽에서 발원한 충격파가 조금 전해지는 정도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과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가 요구되는 현시기, 그 다양하다는 페미니즘 세계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혹여 있다해도 좌파운동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과도한' 비계급적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과도한 비계급적 현상. 주시자에 의하면 여성은 좌파에 끼지도 못하고 계급에 끼지도 못한다. 주변자일 뿐더러 비주체적이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더구나 사회변혁을 이룰 계급에 여성 따위는 없다. 사회주의 운동이 전면화 되는 시기에 귀찮게 시리 피로도만 가중시키는 짜쯩나는 여성들만 있다.
 
그 따위 입장을 가진 주시자의 입장에서 보면 노힘여성활동가들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막연한 감성과 말꼬리 잡기일 것이다.

 

 


#. 열사의 대한 도리를 잊지 않았다면 노동자의 힘 회원은 공개비판과 탈퇴를 단행하십시오,( 081120), 문창호

 


좋다. 난 문창호씨의 글에 동의한다. 노힘은 썩은 정치의 극날함을 고 류기혁 열사를 둘러싼 민투위 과정에서 드러냈다. 노힘은 잘못했다. 그리고 반성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비판하며 떠났고 노힘의 정치적 강제력을 떨어져갔다. 사실이다. 지금도 민투위를 둘러싼 이견이 내부에 팽배하지만 난 분명히 그것은 노힘이라는 조직이 민투위라는 권력을 가진 집단을 통해 표출한 썩은 정치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문창호씨의 혹은 해방연대의 그 문제제기를 받아았는다 치러라도, 그래서 내 마음 깊숙이에서 전해져 오는 썩은 정치의 뿌리를 잘라내어 피를 철철 흘린다고 해도 지금 김광수씨의 성폭력적 발언에 대해 노힘을 탈퇴하지 않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막무가내의 고집을 피우는 문창호씨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문창호씨 말대로 (모든)노힘(활동가들)이 비계급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치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사람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되더라도 어쩔수 없는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사람들은 우선 정치적으로 올바름을(자신의 좌파로서 열사의 도리를 잊지 않았음을) 확인해줘야만 성폭력 가해사실을 밝힐 수 있는가? 왜 그것이 선후의 문제여야 하는가. 

 

난 고 류기혁 열사를 둘러싼 민투위 동지들의 오류와 노힘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성폭력 가해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된다고는 결단코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은 도리를 다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에 앞서서 문제제기 하고 바로잡으려 투쟁할 때 가능한 것이다. 난 도덕주의자가 아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곰들의 434일...

뉴코아노동조합의 투쟁을 엮은 책이 나왔다. 오랫동안 하고싶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조차 없었던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권미정동지가 더 신랄하게 말해주길 바랬는데, 역시 참한 성격탓인지 너무 조곤하게 말씀하셨다. 왜 뉴코아노조가 곰이였는지, 왜 아무말없이 묵묵히 투쟁만 하고도 매번 투쟁의 성과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지, 무엇이 이 투쟁을 이리 만들었는지 더 구체적이고 신랄하게 말해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권미정동지의 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맘의 짐을 덜었을 것이다.) 지난 8월, 남아있던 백여명의 정규직들을 현장으로 들여보내면서 더 이상 이싸움을 이끌어갈 최소한의 동력마저도 잃었던 그/녀들이 피눈물로 사인해야만 했던 그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그저 연대해 줬던 동지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그/녀들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선두에서 투쟁했던 간부들이 갈갈이 찢어져 막막한 생계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을 지금도, 새로운 집행부로 선출되어 패배감으로 억룰진 현장을 다시 추스려야 하는 새로운 간부들도 지난 434일의 투쟁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추억하지도 않는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가 우수교양서적으로 지정됐다는 소리는 듣고는, 또 다시 절망에 빠져든다. 책으로 엮은건 추억도 지난날의 회상도 아니었다. 지나가버린 모험담을 주저리 담은 것도 아니다. 아직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직도 타오르는 의지를 하지만 숨겨야 하고 억눌러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담은거다. 그래서 '곰들의 434일'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더 아프고 더 주먹을 질끈 쥐게 만든다. 뉴코아노동조합 동지들. 고맙습니다. 그대들때문에 434일동안 나는 혼자서는 느낄수 없었던, 어디서도 가져볼 수 없었던 해방감을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오빠!

오빠는 필요없다를 보고있다. 속이 아주 시원해 죽겠다. 아주 그냥 너무 신나게 읽고 있다. 그러다 미주처리된 시 한편을 봤다. 문정희 시인의 [오빠]라는 시였다. ----------------------------------------------------------------- 오빠/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라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 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들을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볍게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어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 캐듯 캐내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주 사 주고 싶어 가슴 설레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용케도 알아버렸다


딸아! 연애를 해라!/문정희 딸아! 연애를 해라!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몹시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사람을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 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 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신사임당의 그 우아한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 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기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해서 누구를 카페에서 만나고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 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의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딸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발 이제부턴 다이어트를 멈추어라. 자본주의 상인의 줄자나 저울에나 맞는 그 나약한 몸으로 21세기를 어떻게 살아내려고 몸무게를 줄이느냐. 날씬한 허리, 균형 잡힌 몸매를 원할 때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생각을 할 때 딱 한 가지뿐이다. 땀 흘려 일하고 입을 쩍 벌려서 상추쌈을 먹고 늑대 같은 야성의 힘으로 아이를 낳고 또 사랑을 하는 그런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여성이 되거라. 탐스럽고 비옥한 대지와 무한한 생산성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힘이요, 미의 원천이란다. 다가오는 세기의 진정 아름다운 여성은 그렇듯 넘치는 야성과 넓고 순수한 힘을 지닌 여성일 것이다. 20세기의 업적의 하나로 남녀 차별과 고정관념이 무너진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이제 말라깽이가 아름답다는 고정관념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얼굴이 검은 여자도 아름답고 뚱뚱한 여자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보아라. 얼마나 시원하고 편하고 멋있느냐. 몸이란 원래 그 자체의 음악을 가지고 있다지 않니? 자신의 몸을 자본주의 상인들이 만든 유치한 옷걸이로 전락시키거나 짧은 수명의 유행 상품으로 변장시킨 줄도 모르고 끝없이 몰려다니는 가련한 미인군이나 막무가내의 소비의 인질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딸아!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집, 헤어짐, 진득함?

#. 거진 30년을 함께 살아왔던 언니가 일주일 후 시집을 간다. 혼을 맺는다는 결혼이란 말이 새삼 섬뜩해, 시(媤)집 간다고 표현했더니 더 가슴아프다. 어쨌든 언니는 시집을 간다. 함께 있어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함께 사는 것이 언니입장에서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겠지만은 사람이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더니(그말이 적절하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서운한건 사실이다. #. 3살 터울인 언니한테 맞으며 자랐다. 청소기로 맞은적도 있고, 회초리를 가장한 두꺼운 나무막대기로 인정사정없이 맞기도 했다. 내가 왜 그렇게 미웠는지 언니는 내가 제대로 타지 못하는 자전거에 나를 싣고는 내리막길에서 그냥 두손을 놓아버리기도 했다. 그 이후에 골격도 큰 내가 언니를 체력적으로 앞서면서 서로 치고받으며 싸웠다. 더 치열하고 피볼일도 더 많았다. 하지만 아마도 언니가 떠나 혼자가 되면, 아마도 그 시절이 매우 그리울거 같다. #. 언니는 시집을 가면 형부를 따라 충주로 내려가 살아야 한다. 형부가 다니는 회사가 충주로 이전을 해가는 바람에 둘중에 하나가 직장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서 언니가 과감하게 일자리를 포기, 충주로 둘의 삶터를 꾸리기로 한거다. 물론 언니는 아직도 절규하며 자신의 어쩔수 없었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사실상 어쩔수 없다고는 했지만 아는사람 하나 없는 그 곳에 언니도 가고싶을리 없다. #. 언니가 찍어온 웨딩 사진을 보더니 엄마가 한참을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다 나에게 말했다. "둘째야, 느낌이..이상하다." 엄마도 언니같은 시절이 있었을테고, 엄마의 엄마도 엄마같은 시절이 있었을테고, 엄마가 시집을 가던날 엄마의 엄마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 결혼식 돈 엄청 든다는건 알았지만, 두번 결혼식을 하는 일보다 더 돈을 버리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만을 들여서 결혼식을 하면 더 잘사나? 그 관계가 더 좋은가? 더 행복한가? 흠...흐음 #. 어찌됐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울언니는 시집을 간다. 언니가 가부장제에 옭매어 살아야 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지금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언니없이 또 다른 가족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뿐이고, 언니 없이 지내야할 집안에서의 생활이 두렵고, 언니를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서운하고 쓸쓸한것 뿐이다. #. 영영 못보는것도 아닌데, 참 그렇다. 언니와 동생으로 맺어진 유대관계가 참 진득했던 모양이다. #. 사람 사는게 언제나 행복할수 없고 언제나 웃을수는 없지만, 언니는 적당히 불행하고 적당히 울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잘살겠지 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