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송여사님의 작업일지>였다.
나비는 대학원 다니던 시절 알게 된 학부생 중 한 명이었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얘네들과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비는 느릿느릿 걷고, 실실 쪼갠다.
돌이켜보면, 눈이 커진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맨날 실실 쪼개서, "야가 커서 뭐가 될라고 이리 웃나" 싶었는데,
아니, 글쎄, 영화감독이 된 것이다!
그녀의 영화는 자기 삶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점이 좋다.
평택 대추리 투쟁에 참여하면서 방송했던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
자기 세대의 문제를 다룬 <개청춘>,
노조를 만드시겠다는 어머니의 얘기를 다룬 <송여사님의 작업일지>.
이제 앞으로 어떤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자세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여사님의 작업일지> 중에 (나비를 알고 있는 자로서) 웃겼던 장면 중 하나는
"나는 운동권이다"라는 감독의 나레이션이었다.
이 사회에서 저 말을 다중이 보는 영화에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덤덤하게
말하는 게 좀 웃겼다.
옆에 나비가 있으면, "야~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 했을 것 같기도.
그런데 영상에서 나비의 어머니께서
"니네들이 돈 좀 벌어 와~" 하는 대목도 재밌었다.
가정 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들이
그저 덤덤한 말 한마디로 던져지는 것,
별 대꾸 안 하고 심드렁하게 넘어가는 것,
아, 그게 실실 쪼개는 나비의 힘의 원천이었고
집안 내력이었구나 싶었다. ㅋㅋ
여러분, <송여사님의 작업일지> 볼 기회가 생기면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