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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뉴스에서 제작한 첫 번째 추모영상입니다.>

http://www.nodongnews.or.kr/Player/Vod.aspx?totalid=24740

 

설을 앞두고 이게 웬일입니까.

울산에서 금속 최 동지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거라 깨방정을 떨려고 하는데,

최 동지가 울먹이면서 박현정 위원장님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순간 먹먹해졌습니다.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위원장님. 제 나이 올해로 서른 아홉이 되었습니다.

따져보니 위원장님께서 효성노동조합 위원장이 되셨을 때가 서른 아홉이시더군요.

 

박현정 위원장님이 노조위원장이 되고 나서

2001년, 효성을 비롯한 화섬3사 연대투쟁이 벌어졌지요.

저희 후배들도 울산으로 달려갔지요.

대량 해고로 끝나긴 했어도 그해 가장 격렬했던 투쟁이었고

또 연대투쟁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줬던 투쟁이었지요.

나중에 울산노동역사자료실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지금은 번화한 자본의 거리가 되어버린 삼산 롯데백화점 앞길에서

쇠파이프와 꽃병을 들고 경찰들과 백병전을 치르기도 했더군요.

 

그 뒤로 위원장님은 해고되고 또 구속되기도 하셨죠.

이후 10년을 한결 같이 '해고자'의 삶을 사셨습니다.

출근 선전전, 노숙투쟁, 상경투쟁, 전해투 전국순회투쟁 등 말이죠.

 

해고노동자의 삶,

그건 무엇보다 자발적 가난의 삶입니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저들과 타협할 수 없어서, 무릎 꿇을 수 없어서 걷는 가난의 길입니다.

또 무엇보다 투쟁의 삶입니다.

해고된 채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삶인 것을 알기에

거리로, 농성장으로, 집회 현장으로 달려가

용역깡패들과 경찰과 몸으로 부딪히는 삶이지요.

무엇보다, 10여 년을 해고자로서 한결 같이 투쟁해온 해고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일하는 사람의 권리라는 것이 지켜지고 개악되더라도 최소한 저항이라도 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우리 모두 빚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위원장님을 처음 뵈었던 때도 그때였습니다.

2007년, 울산에 처음 내려갔을 때,

민주노총 지역본부 뒤에 있던 (우리가 '깡통'이라 부르던) 효성 해복투 컨테이너에서

위원장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엔 맨날 가서 쇼파에 몸을 던져 누워서 낭창하게 노닥거렸죠.

위원장님이 좀 친근하셨습니까.

유머 하면 박현정 위원장님 아닙니까.

만식이 형이랑 위원장님, 금속의 최 동지 등등이 쇼파를 주로 차지하고 놀았죠.

가끔 위원장님이나 여러 동지들과 함께 양장피를 시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죠.

전 사실 그때 양장피를 처음 먹어봤답니다.

(근데 어제 불현듯 양장피 생각이 나서 선배를 졸라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그날을 떠올렸지요.

깡통에서 동지들과 무척 정겨웠던 추억을요.)

 

2007년, 이랜드-홈에버 투쟁 때, 집회에 가면 맨날 "폭탄머리, 폭탄머리" 하시면서

"니 그 머리가 제일 잘 어울린다, 바꾸지 마라" 하셨죠.

 

얼마 전 정 변호사 아기 돌잔치 때, 울산에 내려갔었지요.

그때 뵌 게 마지막이었나 봅니다.

그날, 하도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느라 정신 없어서

위원장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날, 카메라도 들고 갔었는데, 허겁지겁 음식 먹느라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네요.

제가 만약,

카메라를 들고 그날 오신 분들 얼굴을 한 장 한 장 담았더라면

거기 위원장님 얼굴도 남아 있을 텐데요.

만식이 형만 기억이 나네요.

 

그게 아니라면 작년 봄,

울산에서 열린 결혼식 때 뵌 게 마지막인 건가요.

식장 앞에서 형들과 함께 담배를 태웠었는데...

 

위원장님이 보고 싶어서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 폴더를 뒤졌습니다.

2007년부터 사진들 말이죠.

어찌 된 일인지 위원장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없네요.

울산의 모든 집회, 서울의 주요 집회에 항상 오셨었는데요.

현중 앞에서 열린 노동해방선봉대 집회 사진들도 없고

동향원 재활병원 앞 집회 사진들도 없더군요.

위원장님을 보고는 사진 찍을 생각 안 하고 어울려 술만 마셨나 봅니다.

 

인터넷에서 위원장님 사진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지난 10년, 효성 해고자들의 지난한 투쟁들과 울산 동지들의 사진이 함께 나오더군요.

맨날 집회, 농성 사진들, 용역 깡패한테 끌려가는 사진들, 상경투쟁 사진들,

저들의 손아귀 감옥에서 나오는 사진들...

 

술 좋아하시는 위원장님.

세상 저편으로 가시거든, 맛난 거, 드시고 싶은 거 드시고 술도 많이 많이 드세요.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만나시고,

이쪽 세상 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마세요.

해고노동자 박현정, 이제 그런 거 이름 앞에 달지 마시고

마냥 즐겁고 개구지신 위원장님 모습으로 즐겁고도 즐거운 세상으로 가세요.

이 지긋지긋하고 짜증 만빵 나는 세상은 잊으세요.

우리 귀하고 든든한 동지들 기억만 남기시고요.

 

 

* 진보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울산으로 갔습니다.

설연휴, 9시간 걸려 내려온 동지들도 있었고 내려오자마자 다시 서울로 올라가 설을 쇠고

다음날 다시 내려오는 동지들도 있었습니다. 버스, 기차만 23시간 탔다는 동지도 있더군요.

 

그렇게 박현정 동지 울산노동자 장을 치러냈습니다.

지역의 동지들이 많이 울었습니다.

가시는 길, 외롭지는 않으셨을 겝니다.

하지만, 서럽기는 하셨을 겝니다.

보고 싶습니다.

 

장례식 사진을 올려봅니다.

울산노동뉴스 http://nodongnews.or.kr 에서 가져왔습니다.

관련 기사도 링크합니다.

 

고 박현정 효성노조 전 위원장 울산노동자장 치러

[조시] 인간에 대한 친절한 배려, 박현정 동지로 살겠습니다

고 박현정 효성노조 전 위원장 울산노동자장

"박현정 동지, 정말 이렇게 가시면 안되지 않습니까?"

[조시] 빛나는 자유를 위하여

효성노조 박현정 전 위원장 사망

 

그리고 아래는 박현정 위원장님 옛 사진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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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마이크를 잡으신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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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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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1월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노무현 정권 규탄 민주노총 수요집회에서 연설하는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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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1월 21일, 전해투 전국 순회 집회. 앞줄에 효성해복투 모습이 보이는데 박현정 위원장님 혼자 뒷줄에서 멀뚱멀뚱 계시네요. 저 표정, 기억납니다. "왜 안 해요?" 물으면 "낸 안 해도 된다." 하실 것 같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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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25일, 전해투 전국순회투쟁. 발이 부어 기브스를 하고서도 순회투쟁 일정을 모두 사수하시겠다고 나오셨다죠. 앉은 자리 앞에 놓여진 담배 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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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4월, 박일수 열사 영결식장에서 행진하시는 모습. 이제 열사 곁으로 박 위원장님도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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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4월 30일, 이때만 해도 어찌나 앳되 보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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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효성노조 창립행사 때 모습. 아마 효성해복투가 따로 공장 바깥에서 하신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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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효성 파업투쟁 3주년 기념행사. 울산 선바위 근처에서 열렸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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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효성 파업투쟁 3주년 기념행사. 족구하는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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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효성 파업투쟁 3주년 기념행사. 헤딩하는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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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옥동 법원 앞 집회. 또 딴 짓 하십니다. 담배 개비를 빼고 계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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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옥동 법원 앞 집회 같은데 인터넷에는 현대중공업 앞 집회 광경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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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부산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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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부산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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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앞 상경투쟁 때 경찰, 관리자들과 몸싸움 중인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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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앞 상경투쟁 때 인근 마포경찰서에서 연설중인 박현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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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2 10:47 2011/02/02 10:47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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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죄송합니다 동지,

    2011/02/06 13:41
    삭제
    울산에 내려갔을 때 머뭇머뭇하던 나와 양동지를 가장 반갑게 맞아주시던....故 박현정 동지, 누군가는 동지를 보면 항상 울컥 거린다고 하대요. 늘 살갑게 맞이해주시던 그 모습, 모두에게 귀감이 되곤 했는데... 이주노동자들, 얼마나 고생하냐고, 몇 번 조직되지도 못했던 출입국 집회에도 운전까지 도맡아서 함께 내려와주시고... 동지의 웃음이, 넉넉한 품이 차갑고도 건조한 울산 바닷바람에 통 적응을 못하던 제게, 정말 따뜻하고 살뜰한 정으로 와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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