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을 소개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꼭’ 보시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종로의 기적]의 상영시간표를 링크해야겠다.
중요한 건, 이 영화는 극장 상영 이외의 별도 다운로드 서비스를
(인디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서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아니고서는 볼 방법이 없다는 거다.
1. 드라마가 있는 다큐
[종로의 기적]이 다큐멘터리라는 점은 잠시 잊어도 좋다.
4명의 이야기가 어찌나 드라마틱한지,
그리고 절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독과 주인공들이 어떻게 유머를 잃지 않는지,
영화가 시작되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영화에 푹 몰입됐다.
나도 관객들과 함께 때로는 깔깔 웃고 때로는 펑펑 울었다.
주인공 4명은 각각 이러하다.
소준문 : 소심한 독립영화 감독
장병권 : 보건의료단체 및 동성애자인권운동연대 활동가
최영수 : 시골에서 상경한 스파게티 요리사, 게이합창단 G-Voice 단원
정욜 : 대기업에 근무하며 인권활동을 하는 로맨티스트
이들의 서울 종로구 낙원동을 무대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뼈대다.
‘소수자’로서의 삶, 영화의 장면, 장면을 보면서도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누구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소수자로서의 삶,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아마도 그 점이, 이 영화에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존재론적 배경’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졌다, 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관계 자체를 변화시키고
또 그 변화 가운데서 스스로 변해가는,
그래서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그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꽤 깊은 울림을 준다.
그 변화의 문턱이 ‘커밍아웃’이다.
2. 부단한 ‘커밍아웃’
커밍아웃은 성적 소수자로서의 자신을 주위에 드러내는 일종의 선언이자 존재론적 결단이다.
그런데,
그건 낮은 문턱을 넘는 것일 수도 있겠고,
거대한 장벽을 훌쩍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턱이라 해서 결코 가볍지 않고, 장벽이라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커밍아웃 이후에도 우린 또 다른 문턱, 또 다른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네 명의 주인공이 감동적인 건, 커밍아웃에서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계속 등장하는 문턱과 장벽을 유머와 사랑, 용기와 훈훈함으로, 낙관으로
지속적으로, 간단없이, 계속, 능동적으로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커밍아웃과 변화의 과정은,
홀로 하는 존재론적 독백이 아닌, 커뮤니티와 관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것을 우리는 운동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삶과 생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운동적 삶.
혹은 구성적, 집합적 커밍아웃 과정.
3. 종로의 기적, 우리의 기적
영화 시사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함께 극장을 빠져나온 관객들이 지하철에 타서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걸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와, 영화가 그냥 재밌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관객들이 이 영화를 게이 영화로서만 보는 게 아니라,
“내게도 어떤 결단, 웃음, 관계가 필요하고 나아가 축복 같은 삶으로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나”하는 울림을 줬다고 느꼈다.
[종로의 기적]을 보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기적들을 만들어 나가기를,
그 많은 기적 중에 내 문턱도 훌쩍 뛰어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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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적에서 나의 기적으로_영화 '종로의 기적'을 보고
from 감수성@이웃2011/07/06 09:13주말. 영화를 한편 봤다. 뭐, 영화를 보는 행위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무.엇.을. 봤느냐가 중요한거겠지. '종로의 기적'을 봤다. '잉? 무슨 영화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포스터를 보면 알수도 있겠다. 감독 : 이혁상 다큐멘터리 | 한국 | 115 분 | 개봉 2011.06.02 엇. 포스터 사진이 작다 ㅠ 이런 포스터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포스터를 보고도 또 '잉? 무슨영화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