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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나도 모른다, 박경원, 창비시선 255

새벽이 온다

           
저 별들이
병이 깊어 힘 잃은 눈꺼풀들이
얼마 남지 않은 어둠속에
스러진다
간절한 소원을 담고 흐르는 시간을 따라
검은 천에 스미는 물기처럼
자신의 흔적을
숨긴다
부끄러우니 사라져야지
그러나 그 말 나오기도 전에
이미 사라졌다
놀라운 탄식의 마지막 입김 속에
몸을 누이는
들꽃 더미처럼
어느 사랑하는 이의 발치에
바쳐지기 위하여
바쳐진 채
시들어가기 위하여
( 그래도 세상은
   기쁨으로 붉어진 뺨을 감추지 않는군)

/*

다른 사람도 읽었으면 하는 시가 있고 가끔 옮기곤 했다. 그런데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하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 걸려서인지 쉽사리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창비 양측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뭐 이따위 것이 있어'라는 생각과 더불어 개의치 않으리라 했지만, 자꾸 첫번째 문장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는 문장이 더 밉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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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1

자꾸 맴돌기만 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블러깅도 뜸해지고 자꾸 짧아진다.

고작 쓴다는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인데, 혹 당신도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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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필드 흉내내기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1951)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공경희 역 | 민음사 | 2001년 05월

 

 

'수백만년'전에 씌여진 소설의 주인공 콜필드(Holden Caulfield)를 마주하고 나면, '아보가드로수(Avogadro's Constant = 6.02214199 × 1023 / mol)' 만큼 웃음과 고통을 반복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플랑크상수(Planck's constant = 6.626068 × 10-34 m2 kg/s)' × /s 도 안되는 몸둥아리를 소중히 사리는 것은 웃기는 짓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흉내내기는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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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

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고전시리즈-01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
찰스 다윈 저/최원재 역 | 서해문집 | 1999년 11월

 

 


원제가 '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 이니 사실 '...에 대하여'는 역자의 의도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역자의 번역처럼 논문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다윈이라는 위대한 생물학자에 대한 존경이 묻은 번역이 아닐까 싶다. 다윈의 주장은 간단하다.

 

인간은 슬픔, 기쁨, 노여움, 분노, 수줍음, 놀람 등의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표출하는 감정표현 - 얼굴 표정에서 부터 몸짓 그리고 생물학적 이상 징후 - 은 먼 조상의 굳어진 습관이 유전된 것이다. 예를 들어, 불쾌하거나 역겨운 장면을 보거나 상상하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나는 것은 인류가 상한 음식을 먹다 토해는 버릇이 유전되어 발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진화론적 주장을 위해 유럽인과 전혀 접촉이 없는 원주민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다는 표정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나 귀머거리인 사람,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 어린아이에게서 나타나는 표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한다.

 

대부분의 감정에 대한 표현과 안면근육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들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갖은 표정을 연습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다. 다윈의 책은 처음인데,'종의 기원'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몇가지 특이한 사실
1. 인도, 호주, 아프리카, 북미의 원주민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는 계기는 결국 식민지배다.
2. 유럽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에게는 세계를 분할하는 하나의 잣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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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선생님이 떠났다

 

'자본' 수업으로 처음 얼굴을 봤던 정운영 선생님이 2005년 9월 24일에 떠났다.

삐적 마른 청바지 차림으로 '자본' 수업시간에, 수강생과 얼굴을 붉히며 뜨겁게 논쟁했던 그가.

불나비 김진균 선생님도 일찍 떠났고, 어제 그 분도 길을 나섰다.

다만, 어깨에 놓였던 무거운 짐은 털고 편히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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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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