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옮긴 방이 너무 삭막해 보였다. 그래서 너무 욕심을 부린게다.
한단만 샀어야 했는데, 아주 작은 꽃병에 두단을 넣었더니 그녀는 숨막혀한다.
그럼에도 내가 숨쉬는 구석을 화사하게 색칠하면서, 봄을 들고 찾아와 줬다.
단편을 읽는 건 아주 오랜만이다. 짧은 소설이 주는 강인한 인상은, 서서히 고삐를 조이고 푸는 장편과는 대조적으로 '울컥'하는 기분이다. 오정희의 단편 묶음인 '불의 강'(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10, 1977)의 몇편을 읽었다.
그 중에, 나이들고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이 써내려가는 '적요'는 압권이다. 집청소해주는 여인이 계속 머물기를 바라고서 일부러 월급을 숨겨놓을 때만 해도 뭐 그러러니 했는데, 소설의 내용은 따돌림당하는 동네 아이를 사탕발림으로 방으로 초대해 수면제를 타서 음료수를 먹이는 부분에 당도하니, 섬뜩하다.
혼자 지내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는 불완전함 혹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잔혹해질 수 있는 끝은 어디일까라고 되물어 본다. 그 노인과 같은 불안함을 잊기 위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12편의 소설이 실린 이 책은 더운 여름날에 제격이다. 인간군상의 어두운 여정 - 안개의 둑, 적요 - 에 간담이 써늘해지며 주인공의 격정 - 불의 강 - 도 함께 옅볼 수 있다. 5번째 소설을 읽는 중이다.아주 오랜만에 뒷편이 고대되는 흥미로운 소설을 만났다.
'노동과 사용은 착취를 두고 있어 본질적으로 대립적이다 혹은 반목한다.'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에에서는 아주 무력한 말처럼 보인다. 착취라는 단어는 노동운동의 맨 첫마디여야 할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공간에서의 양상은 사실 이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70%이상의 노동조합원을 보유한 조합인데도, 월급봉투를 두고 벌어지는 노동과 사용의 동거동락은 가히 압권이다. 아니, 사실은 노동이 일방적으로 '떼쓰고 엉겨붙는' 모양처럼 보인다. '회사 주식이 올라야 내 돈도 커지는데...'라는 생각은 사용자만의 것이 아닌, 내 동료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베른슈타인이 '사회주의의 전제와 사민당의 과제(1899)'에서 지적한 근대사회의 경제적 발전 양상중 하나, 즉 '주식(Stock)의 공유'라는 사탕발림으로 어느새 '노동'과 '사용'을 같은 편으로 아주 깊숙히 몰아넣었다. 잔업과 노동으로 얻은 임금이 주가의 급락으로 휴지조각이 되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또한 그는 임금하락이 법적인 장치나 노동조합의 보호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는 현실을 부각시켜 이론의 빈틈을 비판한다. 투쟁의 양상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는 선견지명 말이다.
베른슈타인 그가 적었던 100년전의 통찰이 왜 아직도 유효해야 하는지?
내가 속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복리후생과 그와 관련된 제도의 개선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삼는다. 물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간의 타협(?)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는 노조간부의 설명도 있었지만, 노동자의 돈봉투를 버린 임단협이 정말 가능키나 한것인지? 뼈아픈 현실은 바로 내곁에 있다.
댓글 목록
종하기
관리 메뉴
본문
꽃말: 아마도 순결,순진함? 향기가 쥑이는 프리지아의 유래에는 수선화와 함께 아주 슬픈 이야기가 전해 진단다...궁금하면 검색하시라..ㅋㅋ부가 정보
벋필
관리 메뉴
본문
꽃을 여성으로 보는 마초같으니. 반성해랏!부가 정보
redone
관리 메뉴
본문
종하기 / 봄인데, 빨리 좋은 일 생기시라. 이미 생긴건가?벋필 / ^^ 그거 좋은 건데
부가 정보
baesisi
관리 메뉴
본문
불량주부..매해 봄엔 그래두 프리지아 한다발 감상하던 여유를올해는 잊고 있었다..
부가 정보
redone
관리 메뉴
본문
baesisi / 일부러 챙기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쉽상인 것 같다.부가 정보
Park
관리 메뉴
본문
점점 집이 좋아지는거 같네요...다시 한 번 방문해야겠는데.....기다려요....불현듯~~~^^
부가 정보
redone
관리 메뉴
본문
Park / 언제든 그렇지만 맥주 몇개는 들고와야 환영받아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