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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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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8/22
    폭주(11)
    레니

폭주

문제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였다.

 

천성산 살리기 선전전에 갔다가 옆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렸다.

전에 국어교사를 하는 후배를 만났다가

보르헤스 단편집을 들고 있길래 재미있냐고 물어보니

재미있다고 하면서 같이 추천해 준 작가가 마르케스였다.

이 얘기가 떠올라 마르케스의 소설을 찾아보니

"외국소설" 코너에 몇 개가 검색되더라.

이 중 "칠레의 모든 기록"을 사기로 마음먹고 탐험을 떠났다.

성격상 일단 혼자 다 뒤져본다음 정 못찾을 것 같으면 점원에게 물어보는 편이라

"외국소설"의 전 서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교보문고의 교묘한 상술에 놀아난 건지

"외국소설" 코너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일본소설".

눈길을 주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만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하나씩 집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난 일본 소설은 웬만해서 두 권 연속으로 읽지 않는데,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서 습관처럼 그렇게 한다.

일본 소설을 두 권 샀으니 마르케스 이외의 책을 한 권 사야 한다.

이런 강박관념에 싸여 보르헤스를 하나 더 샀다.

(아직 마르케스는 못 찾은 상태. 이미 본말이 전도된지 오래다.)

 

대충 마음의 평정을 찾고 마르케스를 뒤지는데,

이건 신의 장난, 또는 악마의 장난이라고 할까.

"눈먼 자들의 도시"가 하필 검색 중에 발견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는 조금 심각하게 갈등이 되더군.

1-2분 정도 그 자리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이걸 사도 되는지 아닌지.

역시나 생각을 오래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속삭인다.

"이봐, 니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앉아있지? 단순하게 생각하라구."

순간적으로 책을 빼 들고 말았다. 이번에도 악마의 승리. 넌 정말 대단해.

 

결국 찾던 마르케스도 사고. 도합 5권의 "소설"을 한 번의 구매를 통해 얻었다.

아아 사회과학서적이여 당분간 안녕.

가을 맞을 준비는 다 끝났군.

 

난 교보문고 자본의 교묘한 상술에 놀아난걸까.

그냥 스스로의 욕구에 충실했다고 생각하는게 맘 편하겠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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