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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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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8/21
    하늘을 보는 습관(2)
    레니
  2. 2004/08/21
    덧글(6)
    레니

하늘을 보는 습관

 


 

 



♪ Pink Floyd - Goodbye Blue Sky ♪



살면서 장래희망은 수차례 바뀌는 것이긴 하지만

내 기억에 가장 처음 구체적으로 가졌던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였다.

어린 시절, "뉴턴"이라는 과학잡지를 몇 권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잡지에 실린 우주에 관한 그림/사진들이

어린 마음에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었나 보다.

아름다운 우주를 실제로 보고 싶어

부모님에게 천체망원경을 사달라고 수차례 조르기도 했지만

당시 부족한 예산 덕분에 지금까지 천체망원경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달랬었다.

언제나 서울시 외곽의 한창 개발중인 곳에만 살아서 그런지

밤엔 불빛이 거의 없었고 별도 잘 보였다.

초등학교 때, "등화관제훈련"이란 걸 가끔 했었는데,

적(북한이겠지)의 폭격에 대비하여 모든 가정의 불을 끄고

쥐죽은 듯이 한 시간 가량을 버티는 민방위 훈련의 일종이었다.

훈련 시간 중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지상은 암흑 천지인데에 비해 별들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은하수"라는 존재를 직접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어쩌면 마지막일런지도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하늘은 더 이상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입시 지옥을 빠져나와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땅 위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존재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것만으로 충분했었다.

단 한 번

매우 지쳐있을때 방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금새 잊혀졌다.

 

다시 하늘을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였다.

땅 위에 더 이상 눈 돌릴 곳이 없어 쳐다본 것이 하늘이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요즘은 일 년 중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때인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나의 습관 중 하늘을 보는 습관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몇 안되는 습관 중 하나이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며 멍하게 있을 때면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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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덧글에 대한 생각.

 

개인적으로 덧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블로그 기획을 하면서도 덧글의 영향력을 어떻게든 줄여볼라고

아둥바둥했던 기억이 나는데

역시나 트랙백에 비해 덧글이 더욱 활발하게 달리고 있죠.

 

블로그가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 하나인 것처럼

덧글 역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미 게시판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었으며

어떤 글에 대해 짧은 의견을 제시하는 용도로 기획이 된 거겠죠.

 

블로그에서도 덧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또 다른 포스트의 성격을 지닌 트랙백에 비해

덧글은 특정 포스트에 종속되는 것이므로

독립적인 자기완결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공간이 아닌 곳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원활한 피드백을 기대하기도 힘들죠.

 

제가 쓴 포스트 중 몇몇에 제가 스스로 덧글을 달면서

"바보같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에 스스로 덧글을 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굳이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비난/비하하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그 표현은 순전히 저에게 국한된 것으로

제가 가진 영역을 벗어나서까지 그런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 스스로 덧글을 달면서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는데,

일단 덧글이기에 포스트로 쓰면 좀 더 명확하게 쓸 수 있을 것을

500 바이트의 압박 속에서 썼다 지웠다 하는 것이 일단 마음에 안 들었고,

특정인의 덧글에 답하는 내용의 덧글을 쓰면서

과연 그 사람이 이 덧글을 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생기는 거죠.

다른 블로거의 블로그에 덧글을 달면

저의 경우 그 사실을 잊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일방적으로 내뱉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취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간 이 사람이 내 블로그를 다시 방문해서

내가 쓴 덧글을 읽어줄꺼야"...하는 막연하면서도 일방적인 기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통의 의지만큼이나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되기에

그런 기대가 싫었던 거에요.

 

이건 부차적인 이유지만, 덧글에 붙는 점수가 부담스럽기도 했었고;;;

 

별 거 아닌 내용을 장황하고 구차하게 쓴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제가 붙인 "바보같다"는 단어가 위험스러워 보여서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요즘 특히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저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이면서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직접적인 대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2인 또는 3인의.

말하는 이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내 의견을 제시하는 건

언제나 불안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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