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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우리의 과제

[기고] 대책위 한계 넘어 신망있는 대중적인 운동체를 만들어야

서른즈음에  / 2008년06월24일 0시06분

촛불투쟁의 경과

 

여중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 정국은 mb정부에 대한 대중의 거대한 저항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광우병 우려로 시작된 촛불은 수도와 의료 등 공공재와 공기업 민영화 반대와 언론장악(KBS, MBC, YTN 등) 시도 및 조중동 반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촛불을 든 첫날부터 100일도 안된 MB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명박퇴진의 구호가 나왔고, 며칠 전 특별회견에서는 대운하와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기만적인) 양보를 끌어내기도 했고, 지난 6.21. 추가협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3-4만 명의 시민이 광화문의 철야행동에서 강력한 항의와 저항을 보여줬습니다.

 

촛불투쟁의 현 상황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MB정부에 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고, 특히 대운하와 공공재의 민영화는 상당한 브레이크를 걸었다고도 봅니다. 그리고 여러 사회적 의제(공기업 민영화와 FTA 반대 등)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강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의 투쟁을 보면 중고등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이 MBC와 경향, 한겨레 등의 언론과 아고라를 통해서 학습하고 투쟁하면서 아고리언을 비롯한 네티즌들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투쟁이 발전되어 왔고, 비폭력 절대론자들의 회의를 극복하고, 비폭력이면서도 완강한 저항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대책회의는 투쟁을 선도하고 리드하기 보다는 의제를 축소하고, 시민들의 창조적인 투쟁을 억제하고 소부르주아적인 합법 혹은 준법투쟁을 강요하면서 관료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로 상당한 불신을 받으면서 항상 시민들보다 한걸음 내지 두 걸음 뒤에서 투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전망과 과제

 

추가협상까지 구걸한 정부가 재협상을 받아들이기란 참으로 난감한 일이고, 시민들 역시 광우병 우려의 완전한 해소없이 저항이 사그러들 것 같지가 않습니다. 결국 촛불의 규모는 상당히 축소되더라도 완강하고 지루한 장기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중투쟁의 폭발 앞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자괴감을 표출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분명 이 투쟁을 키워가고 승리로 이끄는 데에 우리의 역할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향후 정국에서의 의제는 민영화와 FTA비준이라고 생각되고, 특히 FTA비준안은 국민의 절반이 찬성하고 있고 야당마저도 2/3이 찬성하는 상황이라, 광우병 정국이 끝나면 곧바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은 투쟁과정에서 FTA반대 여론과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참으로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회의 절대다수가 보수에게 장악된 상황에서 명박퇴진이란 구호의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국민소환제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화물연대 투쟁에 대한 네티즌들의 지지에서 보듯, 이 투쟁은 보수언론에 의해 조성된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노동자와 시민의 이분법적인 사고)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시민들의 투쟁에 선봉에 서서 투쟁을 엄호하고 앞장서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집단이기주의적인 투쟁이나 귀족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불신을 극복하고 시민과 노동자의 통일로 나아가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개별 사업장과 산별의 이해를 넘어서 신자유주의 매국정권에 대한 투쟁의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참으로 중대한 과제일 것입니다. 민노총이 선봉의 결의를 하고 매 투쟁마다 1,000명에서 3,000명의 대오를 촛불의 선봉대로 조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물론 각목을 들 필요도 없이 맨손으로 아니면 촛불만 들고 시위에 앞장서고 시민과 함께 토론하면서 전투성을 보여주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책위의 타협성을 극복하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별도의 비타협적인 운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비타협성을 보여준 아고라와 안티 이명박을 포함하여 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등이 함께하는 가칭 ‘이명박 퇴진을 위한 시민행동’과 같은 명의로 느슨한 연대체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현장에서 긴밀히 서로 존중하고 토론하면서 투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파병반대 때에도 범대위를 불신하여 별도의 행동을 조직한 선례가 있기도 합니다만, 특히 시민들이 명박퇴진을 외치고 있을 때, 대책위가 고시철회만 외친다든지, 퇴진하라는 구호를 차마 못하여 심판하자는 구호나 외치면서 타협적인 합법성에 갖혀있는 현실 즉 시민들의 자발성과 투쟁성을 억제하고 때로는 배반하고 버리고 가는 범대위의 엠프(방송차)와는 별개로, 시민의 자주적인 발언과 선동의 장을 제공하는 엠프를 제공하는 일은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특히 당면 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투쟁처럼 일사불란 한 투쟁이 아니라 모두가 주권자임을 자각한 즉 각성되고 결의에 찬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로서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투쟁을 키워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정되지도 않는 권위를 가지고 이끌려는 투쟁이 아니라 대중의 자주성과 창조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밑받침하고 조력하려는 자세가 참으로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결어:과제

 

그러므로 현시기에 있어서 우리들의 과제는 대책위의 한계를 뛰어넘어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신망있는 대중적인 운동체를 만들어 내고, 이 투쟁을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서 발전시키기 위하여, 특히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반FTA 의제를 선전을 통하여 의제를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시민들의 촛불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당면구호는
이명박 퇴진
미친소 재협상
폭력진압자의 처벌
사회공공재 민(사)영화 반대
FTA 반대
공영언론장악시도 철회와 조중동 반대
국민 소환제 실시
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족) 20일 시청앞에서 모신문에는 취지가 명백하지는 않으나 공권력 해체와 민주공화국을 뛰어넘자면서 공권력 해체와 직접민주주의(소환제)를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대자보도 있었고, 사회화(국유화)가 대안이라는 모 조직의 유인물도 있었습니다.

 

이런 주제들이 항상적인 선전의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당면 현실에서 대중의 정서에 맞는 혹은 투쟁을 고취시키고 발전시키는 선전인가에 대해서는 저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도 아고라에는 대책위에 끌려다니다가 청와대 근처에도 못 간다면서 몇 사람만 낮에 모여서 돌파하자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맨 먼저 촛불을 든 여중생이건, 코엑스의 개념녀건, 20일 날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와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방문하여 항의의 피켓을 든 촛불 소녀들이건, 조중동 광고주들에게 매일 항의 전화하고 대검과 경찰청 홈피에 나도 구속하라는 넷티즌이건, 한나라당 의원에게 18원씩 입금하고 영수증 우송하라는 운동을 펴는 네티즌, 나아가 시위현장에 밧줄을 준비해오는 사람들이건, 혹은 커피와 김밥을 준비해오는 동호회원이건 간에 이 운동의 동력의 핵심은 자주적이고 창조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관성을 과감하게 극복하고 그들과 정서를 공유하면서, 가르치고 이끌려는 입장이 아니라 모든 권위와 타성을 버리고 그들과 대등한 동지로서,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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