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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고민중...

 

나는 그냥 송준기 아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 후배녀석은 또 나에게 떡밥을 던졌다. 며칠전 우연히 배우 송준기가 내가 졸업한 학교 학생인 걸 알고 인터넷을 좀 뒤져봤더니 눈에 익숙한 학회실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오기에... 심심해서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러고 그냥 빠이빠이 하려고 했는데...

 

아 놔, 그 학교 구조조정안 발표된걸 나더러 대체 어쩌라고?....................?

 

라는 기분이 들다가 계속 머릿속에 이러저런 잡 생각들이 돌아다녀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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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나에게 알려준 구조조정계획이라는 것은 대략 이렇다. 현재 계열제로 나뉘어져 있는 모집단위를 문리대학으로 합쳐서 그 안에 인문, 자연, 사회과학 등의 학부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지금 2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3학년 올라가면서 선택하는 것으로 하고, 선택한 전공도 특정 학과가 아니라 자신이 과목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이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오른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Descholling Society>에서 제기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탈학교론의 대표적인 저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억압적 학교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교육 바우처'이다. 나는 처음엔 '바우처'라는 말만 보고도 경기를 일으켜 '이거 완전 미친놈일세'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심성보의 역자해제에 따르면) 교육학자 마이클 애플도 그의 이런 주장을 교육을 슈퍼마켓에서 상품 고르는 것의 일종으로 전락시키는 시장주의의 또 다른 판본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란 느낌도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잠정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각각 서울과 경기에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곽노현, 김상곤의 대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곽노현은 그 자리에서 방통대 교수답게 자신의 평생교육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주장은 일리히의 '교육 바우처' 주장과도 어느정도 상통한다.

 

물론 교육 바우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도 주장한 바 있는 것이고, 평생교육 철학은 90년대 후반후터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과 함께 밀려들어오면서 사실상 21세기의 한국형 '자기계발 주체'의 탄생의 공을 세웠다는 점(이에 관해서는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중 특히 1,2장 참고)에서 둘 다 '훌륭한 대안'이라고 치켜세울만한 것은 못된다.

 

 

 

 

 

중앙대의 경우처럼 눈에 띄게 시장주의적인 대학개혁의 모습이 드러난다면(그런 면에서 중앙대의 구조조정 방식은 너무나 투박해 보임.) 강력한 행동으로 저항의 움직임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능력과 창조성 등을 강조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나온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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