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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1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7)
    구르는돌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

어제 우연히 아래 동영상을 발견했는데... 아, 김구라!! 정말 무섭고도 독한 놈이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개그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정말 독설의 神이다.

 

김제동, 정계유착 좌파? (SBS 야심만만)

 

YouTube 동영상을 어떻게 퍼오는지 몰라서 일단 링크를 걸어놓는다.

이 동영상을 보고 "김제동, 니가 어떻게 좌파냐?"라는 딴지는 걸지 마시길. 물론 나도 '학'적인 기준에선 김제동이 좌파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따지고보면 한국사회의 '정서상' 그를 좌파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김제동이 그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숨김없이 밝혀 왔지만, 그것이 한번도 웃음의 소재로 쓰인적은 없었다. 그런데, 구라신께써 이렇게 빵 터트려 주셨는데... 이거 뭐 웃기도 뭐하고 울기도 뭐하고... 그냥 썩쏘만 나올 뿐이다.

 

내가 이걸 보고 씁쓸한 이유는 김구라의 독설이 한국사회에서 '좌파'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에게 "이 사람 좌파에요 좌파"라고 낙인을 찍어놓고서는 그에게 이 사실을 인정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좌파 어때, 좌파?"김구라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는 김제동을 상대로 사상검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까발림으로써 하나의 완벽한 독설개그를 완성한다. 이건 뭐 요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연예인 사생활 까발리기랑 비견할 만한 시츄에이숀이다. "연예인 00씨가 △△씨랑 사귀었다 헤어졌다더라"라는 폭로 개그 비슷하게 "김제동은 좌파라더라"라는 폭로.

 

근데 더 안습인 것은 이에 대한 김제동의 대응이다. 내가 '안습'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김제동을 비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런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당혹감을 나 또한 이해하기 때문이다. 저렇게 사람들 많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너 좌파지?"라고 몰아세우면, 분명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어쩌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니?"라는 안타까움의 메세지를 담은 시선을 던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답은 기껏해야 두 가지.

 

1> "그래 나 좌파다. 그게 뭐 어때서?" : 요건 내가 많이 쓰던 방법인데, 스스로 당당했음을 자족할만 한 발언이지만, 경험상 이런 식이면 최소 2-3년은 친구없이 지낼 각오를 해야 한다.

2> "난 좌파 아니에요. 그냥 중도?" : 이런 말을 할땐 항상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져서 나같은 사람이 좌파로 보이는 거다... 뭐 이런 사족을 붙이곤 하는데 아무리 많은 사족을 붙인다 해도 옹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김제동은 "좌파인거 인정하는데 중도좌파다"라고 말한 것은 애매하지만 어쨌든 2번의 케이스를 따른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TV공중파에서 노정렬류의 정치풍자가 사라지니 김구라식의 정치누드가 판친다. 어쩌면 이것이 21세기판 색깔론은 아닐까? 김제동이 느꼈을 당황스러움은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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