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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쭉님의 [김명호씨의 아이러니] 에 관련된 글. (내 글에 트랙백)
별로 인기없는 내 블로그에 폭발적인 댓글이 달린 위의 글을 보면서 이유를 생각해봤다. 흠흠..
왜 이런 짦막한 단상이 사람들의 '분노'(내가 느끼기엔 그렇다)를 불러일으켰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사건에 대해 교수노조를 비롯한 지식인 단체들의 대응의 성격은, "(대학-제도권) 지식인들의 경제투쟁"이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같다. 사실 사법부의 전횡을 고발하려면, 더 분노할 만한 사건은 언제나 더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해도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사법부가 돈과 권력 앞에서 어떠한 입장을 갖는지 보여주는 너무나 적나라한 사례였다.
김명호 사건과 굳이 비교해보더라도, 이번 건에서는 삼성의 모든 범죄행위는 무죄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제기한 김성환 위원장은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에다가 집유까지 엎어서 곱징역을 살아야했다. 그냥 피고(성균관대)가 무죄가 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김성환 위원장의 옥중 투쟁과 부모님 상, 최근 엠네스티의 양심수 인정 등...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사건들이 전개되었다.
따라서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사법부의 권력-자본 유착과 전횡을 폭로하려면 김성환 위원장 사건이 더 심각하고, '극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명호 사건은 언론은 물론 지식인들에게도 다른 대접을 받았는데(물론 후자는 전자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언론도 만약 아무리 석궁 사건 할애비라고 해도 삼성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신속하게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그럼 지식인들에게는?
김명호 사건에 (대학의) 지식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학의 재임용제도의 불합리성과, 이 속에서 드러나는 대학권력의 전횡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법부의 문제로 보자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판결에서 반복된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고, 최근의 다른 사건에 비해서 그 정도가 심각한 것도 아니다.
(나는 "비해서"라고 했으니 오해 없으시길, 나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의 판결이 많은 사건에서 이미 일상적이라는 것. 다만 여기서 지식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일반화'하려는 속성이 작용한다. 지식인들은 어쩌면 자신의 특수한 문제인 대학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을 사법부의 문제로, 일반화해서 제기한다. 뭐, 나쁘지는 않지만 때로는 다소 뜬금없는 비약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솔직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오히려 솔직해지는 것이 좋다. 사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대중에게도 호소력을 갖는 그런 '대의'를 스스로 믿기 이전에, 이 사건에서는 대학 재임용제도의 문제가 결정적이라는 것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원씨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결론이지만 다소 다른 맥락에서.) 하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재임용제도'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지식생산과 공유의 민주화라는 문제의식으로 나갈 때 최소한 대학 내 지식인들의 경제투쟁을 넘어설 것이라는 점은 언급해두자.
나는 이제 김명호가 선생으로서 존경받을만 하지는 않다고 하는 말이 그런 입장에서는 분노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하지만 그가 대학에서 선생으로서 존경받을 만한지는 여전히 전혀 확신할 수 없다.) 재임용 문제가 쟁점이될 때, 그 사람이 교수 자격이 있느냐 아니냐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의미에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문제가 사법부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것이 핵심쟁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김명호의 교수로서의 자격에 대한 비판에 분노하는 입장들이다.
결국, 이 문제는 대학-제도 내의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문제'를 제기하려면 지식인으로서 스스로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사건과 같은 것에 그 만큼의 정력을 투자해서 공동대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글에 달린 댓글에 '징후'를 언급한 적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학제도권 內이든, 비제도권이든) 지식인들도 자기분석과 자기비판이 필요한 법이다. 무의식과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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