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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회운동에 실릴 공공산별노조 관련 글입니다. 아직 2월호인데 아직 안 나온 것같네요. (아마 편집과정에서 조금 수정은 있겠죠)
공공노조도 현재 노조운동의 산별노조 전환과 관련해서 (금속보다는 중요성이 덜 할지도 모르겠지만) 주목해야할 과정입니다. 하지만 금속과는 또 다르게 관심 대상이 아니거나 혹은 잘 소개가 되고 있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논쟁이 부재-과소결정되고 관료적인 건설과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가진 과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2대 직선임원, 대의원 선거가 진행중입니다. 처음하는 직선선거라 이 실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군요. 또 조합원들이 '직선'이라는 명분 하에서 표찍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도 됩니다. 어떤 선거구에서는 한 조합원이 30여명의 후보에게 투표해야하는데, 이건 거의 말 그대로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 합니다. (
직선제는 어쩌면 활동가들의 편리한 알리바이. 한 조합원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30여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지역본부와 함께 업종본부를 골간으로 이중적으로 인정하다보니 생긴 문제이기는 하지만서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초기업적인 활동이 개시되기도 전에 형식부터 규약-규정의 형식논리에 따라서 만드려다보니 조합원들에게 그 책임과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별의 내용보다 형식을 우선 만드려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잇는데, 더 큰 문제는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일 겁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넘어보려고 아둥바둥(이런 표현이 이렇게 절실한 적이 없습니다)하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군요. 제도의 한계에 여전히 제한됩니다. 이후, 공공노조의 지역활동을 조직하고 창출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야할 텐데 그것 역시도 쉽지만은 않은 과정. 그래도 아래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의미와 한계가 모두 공존하는 상황이니, 정세의 호기를 포착해야겠죠.
<공공산별노조 건설의 쟁점과 전망 본문
공공연맹을 중심으로 진행된 공공부문 산별노조 건설 노력은 작년 11월30일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이하 “공공노조”)가 출범 발기인대회를 개최하면서 실질적인 조직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1기 집행부 선거가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공공노조는 ‘건설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재 약 3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공공노조는 주로 공공연맹 가맹조직을 중심으로 기업별노조 혹은 (기업별 지부를 중심으로 한) 업종노조의 조직전환을 통해 구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기존 노조들의 조직전환을 통한 합병이라는 방식으로서, 산별 “전환”의 의미, 쟁점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를 규정하는 조건이 된다.
산별노조 출범 이전까지의 여러 쟁점은 산별노조 출범 이후에는 변화된 조건에서 다른 방식으로 전위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과정의 쟁점은 일관된 흐름을 갖는데, 이는 산별노조라는 하나의 조직형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한다. 특히 현재 시점은 11월30일 이후 2월 28일까지로 예정된 1기 과도기 집행부의 임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직선제로 선출되는 2기 집행부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쟁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는 산별노조 출범 이전의 쟁점들에 대해서 모두 언급하기는 힘들고, 다만 현재의 쟁점과 구체적으로 연관된 것까지만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별 노조의 조직전환과정이라는 특수성 혹은 한계
공공노조는 주로 기업별 노조, 혹은 기업별 조직을 골간으로 하는 업종노조(문화예술노조, 시설관리노조 등이 여기 속한다)들의 통합을 통해 건설되었다. 따라서 조직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은 기존의 활동단위였던 기업별 조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재편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산별노조 건설이란 기업별 노조를 넘어선 더 큰 단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시되지만, 많은 ‘산별노조’들에서 실제 활동은 기업별 조직단위를 기본으로 하는 방식을 넘어서지 못해왔다. 이는 노동자 의식을 기업 내에 제약하는 것으로 이해된 기업별 조직을 넘어서는 것이 산별노조의 실질적인 목표가 아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노조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결국은 기업 내부로 귀결되는)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산별노조 건설의 현실적인 이유는 기업별 조직과 활동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운동을 활성화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공공노조도 기업별 구조를 점차 극복하고 통합력을 증진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은 논쟁적이다. 산별노조 출범과정에서 △ 조직의 골간단위를 (광역)지역본부로 완전 재편하며, △ 200명 이하의 중소사업장은 초기업 통합지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은 3년간 유예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특히 조직의 골간단위를 (광역)지역본부로 완전히 재편하는 방안은 일부 노조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기본방침으로 ‘선언’은 되었으나 강제력은 없는 상태다. (현재 공공노조는 지역본부와 업종본부를 모두 골간으로 인정하는 이중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기업별 구조를 넘어서는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한 쟁점은 지역본부 강화냐, 업종본부 유지냐는 논쟁과 혼재되어 진행되었다. 장기적인 조직의 재편방향에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가 옳다는 것이 동의되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큰 이견을 보였다.
특히 주로 업종본부의 유지, 활성화에 관심을 갖는 동지들은 기존에 ‘소산별노조’(업종노조)를 구성하고 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공공산별노조 내부에서 기존의 조직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산별노조’들이 산별노조 건설과정에서 보여준 입장은, 소산별이라는 ‘과정’을 경과하면 산별운영을 더 차근차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산별노조로 전환한 소산별노조 조직들은 여전히 기존의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가졌으며, 지역에서 보다 폭넓은 단결을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데는 소극적이거나 역행했다. 또 공공연맹 내 대표적인 소산별노조였던 과학기술노조, 공공연구전문노조, 발전산업노조 등은 오히려 공공노조로 전환하지 못하거나 이를 위한 논의계획도 잡고 있지 못한 상태로 여전히 ‘소산별노조’(업종노조)로 남아있다.
지역본부와 업종본부
결국 조직형태는 절충적으로 구성되었다. 조직의 골간으로 업종본부와 지역본부를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다만,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을 발전시킨다는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의원, 사업비, 인력 등에서 지역본부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절충’은 조직 구조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향후 운영과정에서 권한의 충돌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집행기구, 대의기구의 선거를 이중으로 진행해야하며, 사업도 이중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 관료조직이 더 비대하게 구성되어야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논의 과정에서 업종본부는 그 규모는 크게, 개수는 적게, 지역본부는 가능한 지역에 최대한 설치하는 것을 방향으로 했다. 여기에는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업을 활성화하고자한 의도도 반영되었다.
지역중심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역중심의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조직구조에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산별노조 건설이 열어놓은 조직 재편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선 초업종 지역지부를 산별노조 안에 구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초업종 지역지부란, 조직의 구성과 활동에 있어서 기업별 활동을 넘어설 뿐 아니라 업종별 활동도 넘어서 통합조직을 구성하고 지역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지향으로 한다. 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사업장,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도 같은 지역 조직틀 안에서 일상활동과 투쟁을 함께 하면서 조직을 융합하는 것이다.
주로 기존에 “지역공공서비스노조” 등 지역노조들이 활동했던 광주전남, 대구경북, 전북, 서울 등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별노조의 활동과 조직형태가 지역을 중심으로 해야한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이를 우선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우선 함께 하는 단위들은 앞서 언급한 “(舊)지역공공서비스노조”들과 주로 보육, 자활,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복지 관련 노조, 학교비정규직 단위 등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이다. 전국에 지역별로 산재하고 있거나, 저임금,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고, 지방자치단체 등과도 직간접적인 사용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부문의 노동자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를 확장하는 것이 노조활동을 강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이들 조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을 조직자체의 지향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을 단위로 하는 적극적인 조직화 사업으로 나타난다.*1)
주1) (舊)지역공공서비스노조 활동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공연맹 서울지역본부 건설과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 박준형(월간 사회운동 2006.6)을 참고
이들 뿐 아니라 주로 보건의료노조에서 탈퇴한 병원사업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舊)의료연대노조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운동의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최소한 기업별지부를 넘어선 지역단위의 업종지부를 구성하고자하며, 각 지역에서 중소영세병원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핵심으로 배치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 전망으로는 초업종지역지부를 구성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각 지역에서 초업종 지역지부를 구성하고자하는 단위들(사회복지 관련 단위, 舊지역공공서비스노조, 舊의료연대노조)은 지역중심의 연대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별도의 업종본부 설치를 논의하게 된다. 현재 “사회연대본부”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이 업종본부에는 (舊)사회보험노조(국민건강보험공단), (舊)사회연대연금노조(국민연금공단)까지 함께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이런 과정에서 애초 골간조직의 한 축으로 규정되었던 ‘업종본부’는 사회연대본부, 통합본부, 환경에너지본부, 공공시설환경본부라는 4개의 업종본부가 설치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된다. (통합본부는 독자적인 업종본부를 설치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은 단위들이 함께 구성한 것으로, 정보통신, 문화예술, 경제사회단체 등을 포괄한다.) 사회연대본부는 물론 ‘통합본부’까지 ‘초업종 업종본부’인 상황에서 이들은 전체 조직의 2/3정도를 점하고 있다.*2)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를 직간접 사용자로 하기 때문에 지역중심의 활동이 필수적인 공공시설환경본부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업종본부 위상에 맞게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위는 아직 1만명 미만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환경에너지본부 정도에 불과하다.
주2) ‘초업종 업종본부’라고 내가 칭한 용어 자체가 업종본부 설치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업종의 노동자가 함께 조직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공공부문에 있어서 ‘초업종’이라는 것은 모든 조직단위 구성의 기본적인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결국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구조를 편제하고 활동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공공노조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조직구성>
o 지역본부(12개) : 서울본부, 경기본부, 인천본부, 강원본부, 충북본부, 대전충남본부, 전북본부, 광전제주본부, 대구경북본부, 울산본부, 부산본부, 경남본부,
o 업종본부(4개) : 통합본부, 공공시설본부, 사회연대본부, 환경에너지본부
일정에 쫓긴 건설과 현장의 부담
한편, 건설일정을 먼저 확정하고 조직형식적인 투표 절차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기 시작한 산별노조 건설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점차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산별전환 투표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거나 검토되지 못한 쟁점들이 현장에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조합비를 그렇게 많이 산별노조 중앙에 올리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현장간부도 있을 정도다.
현재 조직정비과정을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일단락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해진 일정을 중심으로 조직전환을 독려한 결과, 많은 무리가 나타나고 있다. 조직재편에 대해서 현장의 조합원들과 논의는커녕 이해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초의 직선제 선거가 준비되고 있지만, 각 집행단위, 대의원 선거를 위한 후보도 미달사태를 겪을 것이 우려된다. 이런 조건에서 2월초부터 선거일정에 돌입하면 조합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공동활동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생소한 조직출신의 후보들에게 투표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는 사업장 단위의 기본적인 노조활동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현장간부들이 임단협 준비, 현장간담회와 같은 기본적인 일정조차 소화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을 우선 형식적으로 통합하고 내용을 만들어가는 경로를 취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더구나 내용적 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 형식적인 준비를 하기에도 3개월이라는 과도기 집행부 임기는 너무 짧았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전망 ; 가능성과 한계의 공간으로서 산별노조
눈썰미 있는 독자들은 이러한 논쟁들을 살펴보면서, 과도하게 조직형태에 논란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공노조에서는 금속노조와도 다르게 과연 산별노조를 통해서 어떤 투쟁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거의 제기되지 않고 있다. 하다못해 올해 산별노조의 임금요구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1년차 산별노조의 핵심투쟁 의제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모두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혹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는 산별노조 건설이 투쟁을 통한 단결의 확대보다는 조직 통합에 더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2006년에 7월에 공공연맹이 집중하고자 했던 대정부 투쟁이 사실상 맥없이 마무리된 상황도 산별조직 하의 공동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활성화되지 못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렇게 조직형태에 논란이 계속 집중되는 이유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공장단위의 조직형태를 취하는 제조업과는 달리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조직형태가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점, 금속노조와는 달리 산별노조의 축적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직논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형태 논의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이를 통해서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노조운동을 재편하고자하는 다양한 시도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별노조 건설의 하나의 ‘효과’로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운동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초업종) 지역지부는 산별노조로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조차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노조의 지역조직들을 지역사업에 결합시키는 것도 산별노조로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서 새로운 조직적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별노조 건설과정에서 이렇게 새로운 운동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몇몇 공간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각급 집행단위, 대의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준비를 비롯해 산별중앙-업종/지역본부 등 상급조직을 구성하는데 많은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출범한 지 불과 2개월에 불과한 공공노조에 벌써 현장공동화, 관료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노조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건설과정’에서 몇 가지 점이 특히 강조되어야한다.
우선, 산별노조 건설 과정이 조직체계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 산별노조 차원의 투쟁과 일상활동 등 ‘사업’이 실질적으로 준비되어야한다. 조직체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준비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각급 조직의 구성이 투쟁, 사업과는 분리될 수 없다. 선거기간이라는 이유로 이들 논의가 서로 분리되고 연기된다면 조직형식주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역본부라면 지역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사용자로 하는 조직들의 교섭쟁취 투쟁, 지역공동 임단투와 지역교섭단 구성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사업들은 지역차원에서 ‘공공성’을 쟁점으로 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한다. 산별노조 중앙 역시 올해 임단투부터 시작하여 ‘공공성’을 쟁점으로 한 사회적 투쟁까지 나가기 위한 계획이 준비되어야한다.
두 번째로, 산별중앙, 지역본부, 업종본부 설치과정이 현장공동화 혹은 관료기구의 비대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매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이들 기구나 사업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주장은 아니다. 산별노조 건설은 기업별 현장의 활동을 지역,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상급기구의 구성과 강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각급 단위의 사업이 현장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집중되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상활동과 투쟁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인 지역본부 사업과, 이 사업과 각 지부 사업의 결합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야한다. 산별노조 안에서 지역차원의 단결을 확대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 사업에 대한 결합력을 강화하는 등 산별노조를 넘어서는 지역차원의 단결에 기여해야한다. 또한 지역적 단결의 확장이란 지역의 노동자 운동 뿐 아니라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확장-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지역사업을 강화하고, 지역 내 연대투쟁을 활성화하는 것을 조직적 목표로 해야한다. 이러한 과정은 조직재편 과정에서도 앞서 언급한 (초업종)지역지부의 구성, 지역본부의 강화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공공노조의 건설과정은 다른 이미 건설된 산별노조들과 마찬가지로 분명하게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강력한 현실적 제약 속에 놓여있다. 따라서 이 노조는 이전의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기업별조직의 연합체의 역할을 반복할 수도 있으며 그럴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노조는 ‘보다’ 지역에 가깝게, ‘보다’ 사회운동에 가깝게 운동을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을 지적해야한다. 따라서 이미 건설된 산별노조 가 이러한 운동적 지향을 강화할 수 있는 산별노조의 사업을 수립하고 지역적 거점들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적 거점을 강화하는 노력은 일부 공간에서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일부에서는 운동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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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운수산별노조와 공공-운수 4개 연맹 통합>
공공연맹, 화물통준위, 민주택시연맹, 민주버스노조 등, 4개 공공-운수 연맹 조직의 통합은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건설 논의 과정의 결과이다. 애초 공공연맹 내에서 산별노조 건설의 경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쟁점은 결국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를 별도로 건설하고 이를 재통합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되었다. 이는 최소한 공공연맹이 포괄하는 업종을 하나의 노조로 통합해야한다는 주장과, 몇 개의 업종노조를 우선 건설하고 이를 재통합하자는 주장이 경합한 결과였다. ‘몇 개의 노조’를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정도로 정리해서 합의된 셈이다.
이러한 건설경로에 관한 논쟁은 이미 금속산업에서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해 벌어진 논쟁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대산별조직을 건설하고 이를 지역중심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입장과, (비록 대산별노조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업종별 조직을 활성화하고자한 입장이 서로 대립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2005년 5월, 민주버스, 민주택시, 화물통준위, 공공연맹 4조직 대표가 회합하고 ”운수노동자들의 대단결과 산별 건설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합의한다. 이는 공공연맹 내외의 운수조직과 산별노조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논의는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2006년 안에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를 별도로 건설하되 2007년 말까지 재통합한다는 합의를 만들게 된다. 이에 따라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각각 2006년 11월30일과 12월26일 창립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다. 조합원들은 오히려 ”1년 후에 합칠 조직을 왜 따로 만드냐“고 묻는다.
그러나 운수노조 출범은 공공-운수 4연맹 통합과 밀접하게 연관된 과정으로서, 연맹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출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통합과정은 각 조직의 이견으로 인해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민주택시연맹 등이 통합예정 1주일을 앞두고 제출한 새로운 입장은 기존의 통합관련 논의를 모두 혼란에 빠트리면서 통합대의원대회 하루 전까지도 개최 여부가 결정되지도 공지되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12월26일 통합대의원대회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성원미달로 회의 중간에 유회되었다. 해를 넘겨 1월23일 다시 개최되어 비로소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이 기간 동안에도 현장토론 등은 거의 진행되지 못하였다.
운동의 역사들이 서로 다른 조직들이 공동투쟁의 과정도 없이 ‘통합준비위’ 몇 명의 논의를 통해서 조직을 통합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지지부진한 논의과정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조직통합에 대한 각 단위노조, 현장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사실상 운수노조를 출범시키기 위해 진행된 연맹통합과정은 기존의 조직적 질을 상승시키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하향평준화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공공연맹의 지역본부는 통합연맹에서는 모두 해체되고 지역협의회 수준으로 격하되었는데, 이는 별도 의결기구, 상근자, 예산도 없다는 의미다. 기존이 연맹 기능도 대폭 축소된다.
공공-운수 4연맹 통합은 조직통합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자하는 시도가 얼마나 조직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직적 단결의 확대가 공동사업, 공동투쟁을 전제하지 않고 추진될 때에는 최소한의 민주적인 토론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결과, 조직적 질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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