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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7
    사직하면서;부치지 못한 편지(5)
    겨울철쭉
  2. 2007/09/03
    [SMF3일차]노동운동,정의의 무기로 부활하라
    겨울철쭉

사직하면서;부치지 못한 편지

우여곡절 끝에 노조에 복귀한지 열흘이 지났다.

병가와 휴직이 끝나는 마지막 시기에는 복귀를 하지 않고 다른 활동을 하려고 생각을 했다. 결국, 결국은 복귀하게 되고 말았지만, 그것도 노조 활동을 하는 동안 끝까지 피하려고 했던 정책업무를 하게 되었다. 노조 정책실에서 쓰는 혹은 써야하는 글의 태반이 허구적이라는 점에서, 또는 정치적으로 그릇되거나 그도 아니면 엉터리라는 점에서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덜 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안 하고'도 아니고 말이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같은 느낌. 하지만 어떻게 진실을 유능하게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겠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의미가 없지는 않은 일이니까.

휴직이 끝나는 마지막 주에, 사직하면서 노조 활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 보내기 위한 몇개의 글을 썼다. 아래는 그 중에 하나. 전반적으로 이제까지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이렇게해달라라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린 글이다. 결국은 보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내가 나의 유언집행자가 되어야할 상황이랄까.

앞 뒤에 인사말과 개인적인 소회(그것도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부분을 빼고 운동적 쟁점과 관련된 부분이다. (마지막 가는 인사에 이런 것이 적당하냐고 누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남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최선의 선물은 이런 비판들이 아닐까?)

다만, 이른바 "사회공공성"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노조운동의 어느새 '지배적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전면적이라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점 정도는 언급해야할 것이다. 다른 부분은 더 솔직하다.
(더 개인적인 일부분은 조금 수정)

전반적으로 '사회공공성' 투쟁이라는 것의 문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 대한 노조사업이 변해야할  지점에 대한 의견이다.
 


(전략)

말씀드릴 것은 우선 사회공공성 투쟁에 관한 것입니다.
사회공공성 투쟁은 최근에 민주노조 운동 전반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한계에 봉착한 노동자운동이 나가야할 방향으로 제시되곤 합니다. 특히 노조-연맹에서 사회공공성이라는 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죠. 그런데 죄송하게도 저는 사회공공성이라는 과제가 몇몇 중요한 전제가 빠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하나마나 하거나 혹은 안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현재 제기되는 사회공공성에 대한 여러 측면의 비판이 있지만, 이 슬로건을 인정하더라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 과제에 비어있는 측면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사회공공성은 노조 안에서는 주로 "사유화반대(국유화)-지배구조민주화"로 이해되고 있고, 노조-연맹 밖에서는 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이해됩니다. 대선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마 대선 이후 당선될 이명박이나 이회창의 주된 공세가 다시 사유화로 연결될 것같기도 하니, 사유화 반대 투쟁만 해도 아직 중요하죠.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어야할 네가지 문제 중에 실제 운동과정에서 전혀 논의되지도 못하고 빠진 것이 세 가지가 있다는 겁니다.
1) 소유관계 2) 노동자, 민중통제 3) 국가성격, 권력 4) 노동자운동, 노조의 변화

1) 소유관계에 대해서는 사유화 반대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문제는 있겠지만 이건 일단 넘어가죠.(국가소유라고 그것이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기만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2)는 "지배구조 민주화"라는 식으로 제기되는데 이건 왜곡된 방식이라는 것이고, 여기에 3) 국가성격, 권력 4) 노동자운동, 노조의 변화는 아예 언급도 없다는 겁니다. 공공부문이 사유화되어서는 안된다고 할 때, 대안이 뭐냐는 게 문제이기도 하죠. 그럼 지금처럼 국가의 관료적 지배구조를 온존시키고 공기업노동자들은 IMF위기 이후 불안한 상황의 지대를 지키는데 몰두할거냐는 겁니다. 기득권 지키자, 이렇게 가면 그럼 그게 무슨 운동이냐는 것이구요.

결국, 변혁적인 전망 속에서 공공부문이 사고되어야한다면, 마치 "이해당사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공공부문 번역판인 "지배구조 민주화"가 맞냐는 것이죠. (Stakeholder Capitalism는 한편으로는 주주자본주의로 번역되기도 하는 말이니, 그 의미는 자명합니다.) 오히려 노동자의 생산과 관리통제(따라서 인사경영참여를 넘어서는 작업장-현장권력의 문제로 접근해야합니다), 그리고 민중통제가 문제입니다. 특히 민중통제는 결국, 기업에 개입할 노동자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민중연대-사회적 연대를 구축할 것인가가 문제겠죠. 그렇게 보면 결국 4) 노동자운동, 노조의 변화라는 것이 동시에 이야기되지 않고서는 사회공공성은 허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3)국가성격과 권력" 문제는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넘어가죠. 결국 정치운동에서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문제일텐데, 지금처럼 민주노동당 선거기금 모아주는 방식의 운동으로 그게 되겠냐는 이야기부터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저런 정책대안들은 있지만 사회변혁을 위한 정치적 전망도 함께 갖고 있냐는 질문이죠.)

공기업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서 '귀족노동자'라고 언론에서는 주장합니다. 이미 비정규직노동자가 '일반화'된 상황인데다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빈곤화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반박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공기업정규직노동자들이 자본주의적 착취에 노출되어있지 않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다소 위험할 수 있는 말이지만) 공기업정규직노동자들에게 임금가이드라인 분쇄라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일까하는 것을 묻고 싶은 겁니다. 오히려 운동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조직 내 운동", 노조의 이념과 조직을 혁신하기 위한 운동이 매우 의식적으로 진행되어야할 겁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공공성이라는 것이 국가소유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야한다면, 그것이 지배구조민주화든 노동자, 민중통제이든 소유를 넘어선 관리와 운영에 개입해야한다면, 여기에 개입하는 주체인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노조)에게 사회적 정당성이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노동자통제'가 되기 위해서라도 사내하청을 포함한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열려있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중통제라는 문제의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민중연대, 사회적 연대가 결정적일 겁니다. 하다못해 '노조의 경영참가' 정도로 이해된다고 해도, 그 노조가 조합주의, 경제주의에 빠져있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닐까요? 조합주의와 경제주의가 지배적인 공기업정규직노조를 내부에서부터 변혁하는 과제가 같은 '사회공공성' 슬로건과 무게로 취급되어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사회공공성을 이야기하려면 그것을 주장하는 만큼, 동시에 노동자, 민중통제, 정치운동, 노동자운동의 내부적인 변화라는 것이 패키지로 함께 제기되어야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듣기만 좋은 슬로건 몇개 제기하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를 한발짝도 넘어서지도 못하는 국가소유, 관료적 통제를 넘어서지도 못하는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설사 된다고 해도 만들어지는 것은 결국 퇴행적인 공공부문 판 '노사담합체제'겠죠.) 그게 운동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러니 아예 사회공공성 슬로건은 폐기하거나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할 것입니다. (그나마 이런 정도로 사회공공성 슬로건에 반성이 가능하고 그것을 주도할 수 있는 조직은 공공노조 정도밖에 없습니다. 사회공공성이라는 것이 이런 모양새인 조건에서 '사회공공성 선전전' 같은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답답해집니다.)

그래도 공공부문 노조운동에 '주도적인' 슬로건인데 너무 심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떠나는 마당이지만 애정이 있으니 이렇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네요. 아제 이 다음 이야기는 제가 해왔던 활동과도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비정규직 투쟁과 조직화에 대한 측면입니다.
저 도 조직실-비정규직-지역본부를 거치면서 비정규직관련 사업을 여기저기서 해왔기 때문에, 이것은 더더욱 자기비판의 성격이 강한 이야기입니다.(지금 활동하시는 동지들 비판하고자하는 것은 전혀 아니니 양해해주세요. 그보다는 자기비판.)

제가 하던 시기부터 이제까지 비정규직 사업은 주로 신규조직화와 조직확대, 단위사업장 투쟁, 제도개선 투쟁 등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중심적으로 진행해야할 사업들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 지만, 애초에 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이라는 과제가 중요하게 판단되었던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주체를 형성한다는 측면이었죠. 그러나 돌아보면 조직확대, 사업장 투쟁을 넘어서 매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형성"(새로운 운동주체의 형성)이 거의 간과되어왔다는 점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년간의 비정규직 운동을 평가하면서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정규직 노조운동의 경제주의와 조합주의를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비정규운동을 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공노조(연맹) 역시 비정규직노조운동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운동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형식적인 실험(지역지부) 정도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계가 많고 전략적 투자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해있죠. 그것을 넘어서 이들 주체가 지역적 연대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운동과의 결합, 활동가 육성, 조합원교육 등등등에서 주체를 형성하고 운동의 '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당면한 투쟁에 항상 밀려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긴급한' 과제를 진행한 것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과제를 수행했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따라서 이후에 노조의 어떤 부서 혹은 지역본부가 업종본부가 하든, 비정규직 운동주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특별하게 배치되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없이는 비정규직사업은 '앙꼬없는 찐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면해서는 이런 노력은 몇몇 지역지부 조직들에서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나마 진행되고 있습니다.(중앙조직에서 직접 주체형성에 기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지역-현장의 몫일텐데, 그렇다면 중앙조직에서는 이러한 지역-현장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집중적으로 고민되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00, 00, 00같은 지역에서 이런 측면의 노력들이 의미있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의 전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이들 지역지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더 과감한 가중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건 지역지부 간 형평의 문제가 전혀 아니고 전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본부들도 대승적으로 양보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이들 지역에서 어떤 '전형'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후 조직의 전체 발전, 공공노조 내 비정규직 사업, 투쟁, 조직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건, 이제 떠나는 마당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전혀 없으니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것들은 소중한 불씨이지만 너무 꺼지기 쉬운 상황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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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F3일차]노동운동,정의의 무기로 부활하라

오늘(자정이 지났으니 이미 어제군) 사회운동포럼이 사회운동총회와 폐막행사로 모두 마무리되었다. 많은 사람들(워크샵들에 연인원 2500명이 했다고 한다)이 함께 했고 의미있는 쟁점들을 논의했다. 마지막날 모습과 결산은 이 다음 글에 올리는 것으로 하고, 일단 3일차 이야기를 해보자. 박래군 집행위원장이 참세상에 인터뷰한 것처럼, “안 갔으면 후회할” 행사였다고 평가.

 

[특별강연] 피터 워터만 ; 노동운동, 정의의 무기로 부활하라

 

워터만은 “사회운동 노조주의”라는 개념을 제기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대안세계화 운동의 일부로서 노동자운동의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노동자운동이 보편적인 해방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급진적 사회운동, 국제적 정의운동과 동행해야한다는 점, 이 속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등을 강연에서 언급했다.

 

워터만이 하나의 경향으로 강조한 것은 최근 우리 운동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지역”과 관련된 부분이다.

워터만은 노동운동과 지역운동(community)과의 연대를 말한다.(community, 통역한 동지는 '지역운동'이라고 번역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공동체'라고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심부-주변부 모두에서 이러한 경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가 다른 것에 종속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이익, 상호보완의 관계로서.

 

특히 남아공, 남미, 미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운동을 예로 든다. 작년 미국의 메이데이 시위를 보라, 이것은 가장 빈곤하고 소외된 이주노동자의 운동이었는데, 노조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이주노동자 공동체들) 조직화되지 않은, 조직화 될 수 없는 노동자들이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노동자운동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제기되는 쟁점 ; 비공식노동자 등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혹은 노조로 조직된 것만 노동자운동인가?) 워터만은 “노조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떤 자치적인 조직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취약한 층의 노동자들이 기존의 노조 조직 안에서도 억압될 수 있으며, 자신의 전략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의 노점상을 예로 드는데 이들은 노조 조직 안에 있기도 밖에 동시에 있기도 하다. 미국노총은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를 조직하기도 했다.(이주 일용직 노동자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한 합의)

 

이러한 고민은 불안정노동자, 이주노동자, 비공식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노조형태가 아니라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쟁점이다. 이랜드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한 지역운동(민주노동당의 지역조직)과 이랜드 월드컵 분회가 분별되지 않은 어떤 조직형태-조직화전략도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은 이날 저녁 지역운동 워크샵에서 논의된 주제이기도 하다.)

 

워터만은 조직화된 노동자를 넘어선 보편적 운동, 조직화 전략이 노동자운동에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노조를 넘어서는 조직화 방식에 대한 언급은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노조를 넘어선 확장되고 유연한 (조직화)전략이 필요하다는 점.

 

그밖에도 세계사회포럼에서 노동자운동의 위치, 인종주의 반대운동으로서 노조의 역할 등등 쟁점이 더 있었다. 아마도 발제문이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에는 올라갈 것같으니 참고들 하시라.

 

** 벌써 올라왔네 ; 피터 워터만 초청 강연자료 링크

 

“사회변혁적 노동운동”

 

노동자운동과 관련해서는 사회운동포럼의 중심워크샵이었던 자리. 나는 사회진보연대 토론자 역할을 맡았다. 주발제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김진억 국장.

 

전반적으로 노조가 경제주의적 투쟁, 기업 사업장에 갇힌 투쟁을 넘어서 사회변혁적, 사회운동적 성격을 복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의 보편적 해방운동으로서 성격을 회복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한 이념적 대안, 대안세계의 이념을 형성하기 위해서 페미니즘, 국제주의의 결합하고 또한 실천적으로, 사회공공성 운동, 사회운동의 의제로의 확장 등도 필요하다는 등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이라는 개념은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라는 개념이 한노사연 류의 소개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측면, 정치적 지향을 보다 강조해야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서 선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워크샵에서는 새로운 노동자운동을 위한 조직적 대안들도 언급되었는데 토론에서 깊이 논의되지는 못했다. 이후 논의 필요한 부분일텐데, 노동자 사회운동체 혹은, 노동운동-사회운동의 안정적 지역적 네트워크(연대구조) 같은 것들.

 

한편, 내가 주로 제기한 쟁점들은 토론문을 참조할 수 있다. 다운받기;링크

 

“사회운동 노조주의”는 여러 “의제”들을 노조에 도입하는 것인가?

 

한편, 토론 과정에서 사회운동노조주의가 마치 노조에 여러 가지 운동의 ‘의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해될 경우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을 제안하면 현장활동가들은 "다양한 운동을 하기에는 노조도 힘들다, 지금하는 투쟁으로도 가랑이 찢어진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게 된다.

 

심지어 사회운동 노조주의를 제기하는 것이 민주노총 1기 집행부의 “사회개혁적 노동운동”과 같은 것 아니냐는 식의 발언도 나온 상황. 토론자였던 노동전선의 김태연 씨의 토론 중 발언인데, 대단히 불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새흐름이나 사회진보연대가 “사회운동노조주의”를 주장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사회운동 노조주의에 대해서는 전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왜곡한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운동 노조주의라는 것을 통해서 제기하고자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이, 특히 노조가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운동이어야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 워터만의 표현으로는 지구적 정의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이 자기 사업장의 경제적 이익을 수호하는 활동을 넘어서, 보편적인 해방운동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노조의 이념도 혁신되어야하는데, 특히 남성노동자만을 노동자운동의 주체로 규정하고, 민족국가 안에서 타협을 추구했던 역사를 넘어서 페미니즘과 국제주의라는 보편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페미니즘과 국제주의를 제기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을 보편적 해방운동으로 만들기위해서, 역사적인 보편적 해방운동이었던, 그러나 현재는 실패-소진된 역사적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을 개조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좀 더 쟁점적으로 말하자면, 노조가 백화점식으로 사회단체들의 운동에 모두 결합하자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세에 따라서 결합할 필요가 있는 공장밖 운동의제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운동에 대한 강조는 <사회공공성 투쟁을 제기하면서 많은 비노조 운동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과 경향적으로 혼동된다는 점을 이번 토론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노조들의 경제주의, 기업별 이기주의에 비판적인 활동가들은 그 돌파구를 공장밖 운동의제인 다양한 사회운동 혹은 소비자-시민으로 조합원들이 마주치는 문제들을 상대하는 ‘사회공공성’ 의제(교육, 의료, 교통 등)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다른 대안이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대안이념, 변혁전망 자체가 취약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은 현재 노조운동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는 정당하지만 한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공장 안-밖에서 동시에 보편적인 해방을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 문제다. 그것은 어떤 시기에는 이랜드비정규직 지원을 위한 현장조직화 운동일 수도 있고, 평택미군기지 반대투쟁일 수도 있고 한미FTA반대 투쟁일 수도 있다.(이랜드비정규직 연대투쟁은 노조에게 사회운동이 아닌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노조 안에서도 사회"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지침"에 따라 간부들 집회참석하는 것을 넘어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랜드비정규직 지원, 연대를 위한 말그대로 "운동"을 벌여야한다.)

 

사회운동으로 노조를 개조하자는 주장을 노조 외부에서 ‘의제들의 도입’으로 생각하게 되면, 사회운동-노조운동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소 도식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운동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 대중조직이 보편적 운동이라는 쟁점이 아니라 △사회운동단체라는 조직들과 노조라는 조직들의 조직간 관계의 문제로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사회운동 노조주의'는 대중운동 스스로 운동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연대단위”를 불러오는 것으로 이해된다. (첫날 대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반복되는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대안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운동들을 (외부적 결합이라기 보다는) 노조운동 안에 도입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운동 노조주의를 제기하는 맥락은 노동자운동이 보편적 성격을 회복하고, 경제주의/현장주의를 넘어서 대안세계를 건설하기위한 운동에 나서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사회운동 노조주의”라는 개념이 가진 어떤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용어의 성격 때문인지 다양한 운동의제들을 병렬적으로 도입하자는 식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운동 지형에서는 '사회운동'이 '비노조 사회운동 단체들의 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히다보니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따라서 주장하는 바를 잘 드러내는 다른 용어를 쓸 수도 있고, 이번 워크샵에서 사용한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념적 대안?

 

울산에서 온 어떤 활동가는 “볼세비즘도 아니고 사민주의도 아니라면 어떤 길인가”라고 묻는다. 한편에서는 구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운동이 가져왔던 역사적 한계, 한편에서는 시공간적으로 우리에게 적용불가능한 사민주의가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보편성을 가지는 대안적 사회를 구성하는 운동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제기가 핵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사회공공성과 같은 쟁점을 넘어설뿐더러 “노동해방”, “사회변혁”이라는 것이 그냥 외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해야하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질문은 앞으로 계속 될 필요가 있다.

 

한편, 토론과정에서 플로어에서는 자본주의 위기와 체제붕괴를 예상하는 것은 (1) 몇 년 전부터 항상 하던 이야기 이거나 (2) 파국론이다라는 식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2010년대 전자본주의적 금융위기에 대한 예상은 신자유주의 경제비판을 통해서 도출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경제적 분석을 정세분석에 어떻게 반영하는가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냥 ‘위기가 올 것이다’라고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전제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분석에 따른 정세예측이 ‘파국론’은 아닌데,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우리가 맞을 객관적 위기라는 제한조건 속에서 운동주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 이와 관련해서는 사회운동포럼 노동운동 사전워크샵 중 2차,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참고할 수 있다.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지역운동의 쟁점들


* 이 부분은 오전과 저녁에 있었던 지역운동워크샵의 내용이다. 쟁점과 내용이 좀 되는 만큼 별도의 글에서 따로 언급하는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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