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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1
    좋은 게 좋다는 방식의 최후!
    장작불-1

좋은 게 좋다는 방식의 최후!

약 두 어달 전 사건이나,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사건.

 

복지관 이용 시간이 끝날 즈음, 복지관 직원이 문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복지관 이용자 (장애아동 아머니)와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사소한 이유였다. 휴게실에 복지관 이용자 몇몇이 있었는데, 이 직원이 문단속을 한답시고 휴게실 문을 닫아버렸고, 이 어머니가 '안에 사람들도 있고, 날도 더운데 문을 왜 닫냐?' 라고 말을 하면서 감정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감정적 충돌이 늘 그러하듯이 어느 누가 말리거나 스스로 자제하지 않는 이상, 충돌하는 감정의 농도가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고성이 서로 오가는 와중에 이 직원이, '내가 언제까지 장애인들 똥이나 닦아주어야 하느냐?' 뭐 이런 식의 부적절한 발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어머니의 분노 게이지 상승은 당연지사. 당장 복지관 관장까지 호명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복지관 관장까지 뒤늦게 들어왔다. 그는 해당 직원을 질책하고 부모에게는 사과를 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고자 하였고, 어머니도 얼마간 수긍하는 듯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다음 날.

 

그 어머니는 해당 직원이 아무런 제재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발끈하여 관장과의 면담을 다시 가졌고, 이 자리에서 해당 직원을 해고하지 않을 시, 당장 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부산시나 언론, 장애인 단체등에 이 사건을 알리겠다고 하면서 강력하게 문제제기하였다. 관장은 어머니의 지나친 문제제기 앞에서 적이 당황스러워하면서 일단 어머니의 요구대로 해당 직원의 사직서를 받기로 하고,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공개 사과 등을 하기로 어머니와 약속하였고, 이에 대한 내용을 각서로 써서 넘겨주었다.

 

문제는 관장의 이런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해당 직원이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잘못은 공적 절차를 통해 징계가 이루어져야지, 이용자 요구에 못 이겨, 혹은 이용자의 성난 감정을 임시적으로 무마시킬 요량으로 각서를 써 주고 게다가 직원의 사직서까지 받는다는 것은 공정치도 온당치도 않다는 점이다. (관장은 어머니에게 각서까지 써 주었으니, 설마, 진짜 직원을 해고시키라고 할지는 몰랐다고, 나중에 토로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직원은 쫓겨나다시피 복지관을 떠나야 했고, 그 직원이 제출한 사직서는 여전히 처리되지 못한 채, 관장의 책상 안에 놓여 있다. 하지만 어머니를 비롯해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장애자녀 부모들은 이미 그 직원에 대한 사표처리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복지관 측에서는 이런 사정 때문에 내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나로서도 이 일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서 타진해보아야 한다)  어머니를 만나서 '해당 직원에 대한 용서'를 부탁했으나, 어머니는 완강하였다.

 

"그럼 사람은, 더 이상, 이런 복지 쪽에 일을 해선 안 되요"

 

나로선 어머니의 그런 태도가 일견 이해가 가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우선 하나는, 어머니가 받은 상처와 고통이 매우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해당 직원에 대한 해고는 그 과오에 비해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관장의 일처리 방식에서 드러나듯이 사표 수리 절차도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오늘, 복지관 측은 이용자 다수를 모아서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고, 아직 해당 직원에 대한 사표 수리를 하지 않았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어머니의 격한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해고 처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다만 다른 이용자 어머니들 다수는 직원에 대한 해고 처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자칫 이 사건은 부모끼리의 갈등으로 확전될 상황이기도 하다. (복지관이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미숙한 일처리의 결과라 할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복지관 관장이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부모의 요구가 아무리 드세다고 하더라도 징계위원회를 통해 진행했어야 할 일이고, 설령 부모가 인권위나 장애인운동단체에 문제를 제기하여 공론화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관장은 이런 상황이 두려워 '좋은 게 좋다' 식으로 일단 미봉하려 들었고, 지금은 그 가혹한 결과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관장이 나서서 '내가 각서를 쓰거나 임의로 직원에 대한 사직 요구를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그 대목은 나의 잘못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라고 나서야, 그나마 상황이 올바르게 전개될 수 있는데, 그리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오늘과 같이 부모 이용자들을 함께 모아서 결국에는 부모끼리 갈등이 조장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지, 나로서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내가 간접적으로 나서서 해당 직원에 대한 용서를 요청하기도 한 만큼 그 어머니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직접 인권위에 진정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그 어머니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의제화 하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 사건과 연루된 나의 처신은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이 일에 대한 개입의 의도와 그 과정, 그리고 방법에 대한 타당성까지,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 혹시 또 '오지랖' 아니었나 하는, 그런 의구심이 내게서 강하게 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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