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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5/20
    똑같다
    산초
  2. 2008/05/14
    2008/05/14
    산초
  3. 2008/04/01
    물은 기름과 섞이지 않는다
    산초
  4. 2008/02/16
    숭례문과 남대문
    산초
  5. 2007/09/30
    바보이반을 다시 읽고
    산초

똑같다

매핵기 증상의 환자다. 그것도 아주 오래되었다.
언어표현은 불분명하지만 어느정도 알아듣고 글쓰기도 가능한 분이다.

증상은 전형적인 객불출연불하(목에 솜뭉치같은게 탁 걸려있어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느낌)인데, 오래된경우 치료는 쉽지만은 않다.

치료를 시작한지 1달반 지났고  약물처방도 세번했다.  복진상으로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증상의 변화는 별로 없는것처럼 보여졌다. 그래도  환자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본인이 느끼기에는 조금 차이가있을것이라고 속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늘 이렇게 근거없이 긍정적이다.

엊그제 진료를가서 경과를 살펴보며  목의 느낌이 어떤지 써보라고 했다.  기대반,걱정반 지켜보는데...
또박또박 쓴다.

"똑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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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4

산에 다녀왔다.
산은 언제나 산이다.

1.
* 소는 풀을 먹는 동물이다
*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어 발생한 소의 병이다
*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인간이 먹어 발생한 질병이다
*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죽는다

답은 간단하다. 소에게 동물성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된다.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한 '30개월미만'이니 'srm제거'니  하는것은 그 위험의 양적 차이일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동물성사료를 먹여서 이익을 보는사람들'의 힘이 세기 때문일것이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2.
자본론 1장1절 첫부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상품은 우선 우리 외부에 있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속성들에 의해 인간의 온갖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물건이다. 이 욕망의 성질은 어떠한가, 예컨대 욕망이 위(胃stomach)로부터 나오는가 또는 환상(fancy)으로부터 생기는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않는다."

사람은 굶으면 죽는다. 먹는것은  욕망중 가장 근원적인 것이다.
즉 환상(fancy)으로부터 나오는 욕망은 조절가능하지만,
위(stomach)로부터 나오는 욕망은 충족시켜야된다.

소고기를 먹고싶은 욕망은  위(胃)로부터 나오는가? 환상으로부터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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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기름과 섞이지 않는다

물은 기름과 섞이지 않는다

농경문명은 초록의 에너지전환에서 비롯된다.
논밭을 보라.  온통 초록색이다.  오히려 산은 검거나 하얗거나 붉거나 할때가 많다.
인간은 특정식물을 작물로 선택하여 일정지역에 집약적으로 재배하여왔다.

재배는 식물의 초록(엽록체에서의 에너지전환)을 인간의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자연생태가 아닌 특정장소(논,밭)에 대량의 식물(작물)을 키울때 가장 중요한것은 물의 충분한 공급이다.
무한하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햇빛,공기와는 달리 물은 일정지역에 일정량이 시간적 제약을 갖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농업기술은 곧 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급하느냐의 문제이다.

물은  살려야 한다.
기름이 떨어지면 산업사회이전의 물에 기반을 둔 농경시대로 돌아갈 희망을 가질수 있지만,
물마저 망가지면 더이상 돌아갈곳도 없다.

산업문명의 에너지원이 기름이라면
농경문명의 핵심은 물이다. 
물은 제한되있다. 치수의 문제,물꼬의 문제 다 이러한 물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물의 문제는 기름의 문제보다 더 근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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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과 남대문

 
문화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양식,표현,관계.
문화재 :문화활동이 담겨져 남아있는것.
.
.
숭례문은 조선왕정의 권부를 둘러싸고 있는 서울도성의 남쪽관문이었다.  숭례문을 지키던 수문장은  왕정을 지키는 도성의 수비대,검문부대다. 도성이 없어지고난뒤 숭례문은 문화재가 되었다.

문화재 '숭례문'은 지난 수십년간 대로한가운데서 우리네 사람들과 같이 일상에서 부딪혀왔다. 그래서 우리곁의  '남대문'이된다. 서울에 살던,사는 사람은 버스를타던,걸어서든 살벌한 도시한복판에 올곧이 살아남아있는 '남대문'과 함께한 삶의 부분이 있을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의 문화이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불타는것을보고 마음이 짠한것이지, 예전 왕정을 지켰던 권부의 관문이 사라진것을 슬퍼하는것이 아니다.

 

숭례문이 불탔다고 '600년을 이어온','5000년 문화민족'하며 과잉반응하는것을 보고 '저건아닌데'하면서도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
'왜 안좋은 마음이 들까?'하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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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이반을 다시 읽고

 

내 손을 물끄러미 들여다 본다. 매끄럽고 굳은살이 없는 게 험한 일 안해본손이다. 혹시 몰라 자세히 구석구석 살펴보니 첫째, 둘째, 세째 손가락 끝마디에 약간의 굳은살이 박여있다. 다행이다. '바보나라'에 가면 식탁 끝자락에라도 끼어줄지 모르겠다.
톨스토이가 단편 '바보이반'에서 그리는 '바보나라'는 왕도 바보이고 백성도 바보이다. 그곳에서는 누구라도 찾아오면 식탁에 앉혀 대접을 하는데 다만 손에 굳은살이 박인 사람은 "식탁에 앉게 되지만,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자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  

바보이반은 공주의 병을 고치고 공주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장인이 죽자 왕위에 오른다. 바보이반이 나라의 왕이 되자 사람들은 왕이 바보라는 것을 알고 "똑똑한 사람은 모두 이반의 나라를 떠나 버렸고 남은 사람은 그저 바보 뿐이었다. 돈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일을 하며 스스로 살아감과 동시에 착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아갔다."

바보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잘 살자 옆에서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도깨비들은 첫번째는 군대의 힘으로 바보나라를 없애려 하였다.  바보나라의 주민인 바보들은 군대가 와서 약탈하면 모두 다 내어주고, 집이며 곡식을 불태우자 그저 울 뿐이었다.
" 왜 우리들을 괴롭히는 겁니까? 어째서 우리 재산을 빼앗아 가는 겁니까? 필요하거든 차라리 그냥 가져가면 될 것을..."
군사들은 침울해져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도깨비들은 두번째로 금화로 바보들에게 도전한다. 자기밑에서 일을 하면 금화를 준다고 하였지만 바보들에게 돈은 그저 노리갯감에 불과하다. 돈으로 지불하는 것도 없고 세금도 없는 바보나라에서 금화는 아이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다. 도깨비는 결국 금화로는 밥 한 그릇 사 먹을 수 없어 식탁옆에서 남은 찌꺼기를 얻어 먹어야했다. (물론 손에 굳은살이 박여있지 않으니까...)

가장 통쾌한 장면은 세번째 장면이다. 바보들이 손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본 도깨비는 머리를 써서 일하면 힘들여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장면은 밑에 옮기니 직접 느껴 보시라...

<이하 옮김> ----
                ('톨스토이단편선', 톨스토이저 박형규옮김 인디북 244p-245p)

이반은 신사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그 곳으로 안내했다.
바보들은 손을 쓰지 않고 머리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신사가 실제로 보여 주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큰 도깨비는 그저 말로만 어떻게 하면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칠 뿐이었다. 바보들은 뭐가 뭔지 통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저마다 제 일을 하러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큰 도깨비는  하루종일 망대위에 서 있었다. 다음날도 내내 서 있었다. 그리고 줄곧 지껄여댔다. 그는 무엇이라도 좀 먹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바보들은 만일 저 사람이 손보다 머리로 훨씬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면 제 머리로 빵쯤은 실컷 만들겠지 생각하고, 그에게 빵을 가져다 줘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 (중략) ......

큰 도깨비는 하루종일 단위에 서 있었고, 조금씩 쇠약해지기 시작하더니 비틀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는 그만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다. 한 바보가 이것을 보고 이반의 아내에게 알리자, 그녀는 곧 들에 나가있는 남편에게 달려갔다.

" 자, 가시죠, 구경하러. 신사가 드디어 머리로 일을 하기 시작한 모양이옵니다."
" 그게 정말이오?"

이렇게 말하고 이반은 말을 돌려 망대로 갔다. 큰 도깨비는 굶주리다 못해 이제 완전히 쇠약할대로 쇠약해져 비틀거리면서 머리를 기둥에 박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반이 도착한 그 순간, 도깨비는 쿡 거꾸러지더니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한층한층 발판을 세기라도 하듯 사다리를 따라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이반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 언젠가 머리가 빠개지는 수도 있다고 훌륭한 신사가 말하더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인 걸. 하지만 저렇게 일을하다가는 머리가 남아나지 못할 게 아닌가."

<이상 옮김> -----

돈과 힘(권력)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지속적으로 믿음이 모이고 쌓이면 그것은 하나의 신화가 되어 아무도 그것을 부정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이 신화를 무너뜨리려는 사람조차 그 권위를 내면으로는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신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바보'이다. 스스로를 바보라 칭하는 사람은 '진짜 바보'가 아니다. 바보가 되고 싶다는 사람, 남들이 자신을 바보라 부른다고 힘겨워하는 사람도 '진짜 바보'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에 '진짜 바보'들은 장애인이 되었다.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기는 커녕 살던 마을에서도 내몰리고 있다. 자기의 권리는 자신이 주장해야 되는 시대에, 스스로 조직도 만들지 못하고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정신지체인)이라 불리우는 '진짜 바보'들은 가장 사람대접을 받지못한다. 언론에 고발기사로 나오는 '20년 노예노동'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지적장애인이다.

10여 년전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속이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이었다.
그때 '바보나라는 힘들어도 바보마을은 만들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주변사람에게 이야기하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내가 생각했던 바보는 '진짜 바보'가 아니라 바보처럼 살려는 '자칭 바보'일 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자칭 바보가 아닌 '진짜 바보'들을 만나면서,  톨스토이가 그린 바보나라는(바보마을은) 바보처럼 살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곳이 아니라, '진짜 바보'들이 마을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진짜 바보'들도 한 곳에 모여 살고 있기는 한다. 그곳은 마을이 아니라 외딴 곳에 위치한 시설이고, 그들은 마을의 주민이 아니라 시설의 생활인으로 살아간다. 예전 동네마다 한 두 명씩은 살았던,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그들은 지금 그곳에 다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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