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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번역]선거로는 긴축조치와 싸울 수 없다!

  • 분류
    국제
  • 등록일
    2012/06/26 15:08
  • 수정일
    2012/06/26 15:24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5월과 6월에 걸쳐 열린 그리스 1,2차 총선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차 총선에서 긴축조치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제시한 SYRIZA(급진좌파연합)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고, 2차 총선에서도 원내 제 1당(신민당, 29.66%의 지지율)은 아니지만 26.89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즈음, 프랑스에서도 우파 사르코지 정권이 사회당의 올랑드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각종 언론들은 이러한 선거 결과가 대중들의 급진화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과 그리스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 역시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유럽 각국에서 있었던 선거결과의 맥락 속에서 그리스와 프랑스 총/대선 결과를 살펴보는 것 역시 의미 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ICC(국제공산주의흐름)의 기사를 번역해서 싣는다.

 

*이 기사의 입장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르코지 정권이 올랑드 정권으로 교체되고, 그리스에서 기존에 정권을 잡았던 정당들이 선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긴축에 대한 반란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가디언지(2012.5.8)의 시사평론가뿐만이 아니다. 좌파들은 “유럽 전역에서 긴축에 대한 반감이 점증”(socialist worker, 2012.5.12)하고 “긴축조치에 대한 대중적이고도 뿌리 깊은 적대감”(wsws.org 2012.5.12)을 목격하였다. 심지어는 “유럽이 좌선회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workers' power, 2012년 5월호)

 

그러나 선거기간에 어떠한 수준의 불만이 체감되었든 간에 현실적으로 지배계급인 부르주아지는 긴축정책을 계속해서 부과하고 심지어 심화시킬 것이다. 정권에 대한 반대투표 현상은 뿌리 깊은 불만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 노동자 계급을 위한 어떠한 성과도 노동자 투쟁을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거는 전적으로 부르주아지에게 유리한 조건 하에서 진행되는 게임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아직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할지라도) 투표소에만 모여 있다. 이는 그들에게 선거를 통해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이 아직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사회변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거나 자본주의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경제 정책이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선거들을 둘러싸고 이야기되는 것과 같은 유럽에서의 ‘반란’은 없었다. 이러한 선거들에서 매운 큰 분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다양한 민주주의적 메커니즘으로 잘못 조준되었고 무기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선거들을 둘러싼 현상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자본가 계급과 이 계급의 정치적 기구인 국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적인 시소가 아닌

 

2008년 가을의 금융위기 이후, 많은 수의 정치지도자들과 정당들이 교체되었다. 이는 공공지출 삭감과 실업, 임금과 연금 삭감, 경제적 ‘가혹함’과 긴축과 관련된 측면에 대한 그들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었다. 부르주아지의 전반적인 전략은 없었다. 기존 정권이 좌파든 우파든 연정이든 간에 개별 리더들과 정당을 내쫒고 다른 사람과 정당으로 교체했을 뿐이다. 미래에는 정치세력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생각 없이 지배계급은 단지 현안들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리더는 전임자들과 연속선 상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빠르게 신뢰를 잃기 시작할 것이다.

 

2008년 11월 존 메케인은 버락 오바마와의 대선에서 패배했다. 메케인이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 연계되어있다는 사실과 1930년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흐름 속에서 미국 경제가 2007년 말부터 불경기였다는 것이 패배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2010년 5월 총선 결과 노동당이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합정부로 교체되었다. 이 연정은 2차 대전 이후 최초다. 보통 그들의 정치적 술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영국 부르주아지는 예년과 같이 노동당과 토리당 간의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또한 선거 이후로 노동당을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포장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벨기에에서는 2010년 6월 선거 이후 정부가 완전히 구성되는 데 18개월이나 걸렸다.

 

2011년 2월의 아일랜드 총선에서 1920년대부터 최대의 정당이었던 공화당(피나 페일)은 득표율이 42%에서 17%로 떨어지는 것을 목도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현재 노동당과 통일당(피네 게일)의 좌/우파 연립정부다. 아일랜드는 2008년과 2009년에 불경기를 겪었는데 2011년 3분기에 다시 불경기로 들어섰다. 새로운 정부는 자신이 이전의 공화당, 녹색당 연정과 다르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켈틱 타이거’(‘켈트족 호랑이’라는 뜻으로 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잘나가던 당시 스스로를 지칭하던 별명)의 신화는 예전에 사라져버렸다.

 

포르투갈에서 있었던 2011년 6월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인 사회당의 지지율이 37%에서 28%로 떨어졌다. 투표율은 역대 투표율 중 낮은 수준인 58%로 떨어졌다. 2002년 6% 미만이었던 실업률은 13% 이상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포르투갈은 1970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2011년 EU와 IMF의 구제금융 조건은 일련의 극심한 정부 지출 삭감이었다.

 

2011년 스페인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 득표율은 44%에서 29%로 급락했다. 그리고 소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증가했다. 보수적인 인민당의 집권 하에서 스페인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서 증가했던 실업률은 24.4%(25세 이하의 청년실업률은 50% 이상이다)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이 수치는 EU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2011년 11월,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권이 경제학자인 마리오 몬티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마리오 몬티 내각은 선출되지 않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상하원 대다수의 지지 하에 일련의 긴축조치들을 도입했다.

 

2011년 12월, 슬로베니아에서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010년 10월 말에 창당된 ‘긍정적 슬로베니아’라는 당이 가장 높은 득표를 했다. 책략과 협상의 시간이 지나고 기존의 4정당 연정은 5개 정당 간 연정으로 바뀌었다. 이 두 번의 연정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는 정당은 연금생활자 당밖에 없었다. 하지만 ‘긍적적 슬로베니아’ 당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5월 11에는 의회에서 새로운 긴축조치 프로그램이 채택되었다. 긴축조치 프로그램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주요 노동조합들은 국민투표를 통한 긴축정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국민투표로 4개의 법안통과가 거부된 바 있다.

 

올해 1월과 2월에 있었던 핀란드 대선에서 오랜 기간 하향세였던 사회민주주의당 득표율은 새로운 최저치를 찍었다. 30년 만에 처음 들어선 사회민주주의당원 소속이 아닌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1950년대 이래 최저치였다.

 

2012년 4월 네덜란드 연립정부는 558일의 집권 끝에 사임했다. 연정 내부에서 각 당 간에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분쟁이 있었다.

 

최근의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의 승리는 여러 측면에서 단지 사르코지가 아니라는 점에 기인한다. 그가 투자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생활조건과 노동 조건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올랑드는 앙겔라 메르켈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성장, 일자리, 경제 활동의 선물”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물질적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정치인들의 허풍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프랑스의 상황은 그리스만큼 절박하지는 않다.

 

난장판인 그리스 정치

 

최근의 그리스 선거를 살펴볼 때 PASOK(그리스 사회당), 신민당, LAOS(대중정교회 연대) 연정이 대다수의 지지를 잃어버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연정이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정부를 교체하고 IMF, EU,유럽중앙은행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취하기 위해서 작년 11월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32개의 당 중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현저하게 감소하여 65%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던 2009년의 71%의 투표율과도, 70대 후반, 80%를 넘고는 했던 기존의 수치와도 대비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선거결과가 사르코지에 대한 반대가 주요하게 표현된 것이라면 그리스 선거결과는 연립정부와 그들이 집행했던 정책에 대한 반대를 보여주었다. PASOK과 신민당에 의해 지배되었던 그리스 의회에 4개의 좌파 정당과 3개의 우파 정당이 있다는 것은 부르주아지의 정치세력이 쪼개진 정도를 보여준다. 새롭게 선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연정의 가능성은 한정적이다.

 

SYRIZA의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

 

 

 

 

 

 

 

 

 

 

 

 

언론에서는 좌익 연합인 SYRIZA(급진좌파연합)를 그들의 협력과 용인 없이는 정부가 기능할 수 없는 신진 세력으로 보도하며 SYRIZA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SYRIZA는 긴축조치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했고 한 동안 지지도를 계속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업하는 노동자와 정부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거나 실제로 연립정부에 참여하게 된다면 SYRIZA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대표하지 못할 것이다. SYRIZA는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발언들을 하면서도 그리스가 EU와 유로에 남아있어야 하며 부채는 그냥 탕감될 수는 없고 최근의 구제금융에 대해서 조금 더 완화된 조건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SYRIZA의 등장이 부르주아지에게 남아있는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그리스 자본주의 정치 기구의 해체는 LAOS(대중정교회 연대)의 득표감소를 대가로 한 황금새벽당의 득표율에서 잘 드러난다. 예전에도 그리스에는 우익정당이 있었다. (대중정교회연대라는 정당은 가장 최근의 예이다.) 그리고 1930년대 후반,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 살라자르와 동시대에 메타사스라는 진짜 독재자도 있었다. 그러나 황금새벽당은 좌파에 의해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인종주의적, 우익 정당이 아니다. 그들의 반 이민자 정책은 외국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공격하고 언론인들을 위축시키려고 한다. 또한 나치 단체들과 연계되어 있다.

황금새벽당은 “더러운 땅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후보들은 정치인보다 많은 군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들은 네오 나치보다는 메타사스의 뒤를 이은 그리스 국가주의자로 자처하고 있다. 그들의 당기에서 붉은 배경에 그려진 검은 심볼은 나치의 깃발과 혼동하기 쉬울 정도다. 그들의 당기는 실제로는 ‘미앤더’ 혹은 ‘그리스 번개무늬’지만 스와스티카(나치의 깃발)와 매우 유사하다. 어떠한 이름표를 붙이든 황금새벽당은 부르주아 정치의 심화된 쇠퇴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왕정복고를 외치는 그리스의 정당들의 출마로부터 배제되어있지만 황금새벽당은 새로운 의회에 21명의 의원들을 배출했다.

 

그리스 선거는 유럽전역의 부르주아지들이 이번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은 긴축조치에 대한 진정한 경제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러 정당들은 돌아가면서 경제적 위기의 영향을 문제 삼지 않는 정책들을 실행하면서 정치적 대안을 소진하고 있다. 어떠한 특별한 정치적 전략도 없고 사안에 대한 나날의 대응만이 있을 뿐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기능하고 있으나 지배계급의 정치기구 활용방법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새로운 정당들과 연합들은 변화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정권을 다른 정권으로 바꾸거나 민주주의 게임에 참가해서 노동계급에게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정당들은 국가 자본가 계급의 분파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부르주아지에게 민주주의가 그렇게나 중요한 이유다. 바로 민주주의가 다른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에게 그들 스스로의 방식으로 하는 투쟁이야말로 계급 간의 교착상태를 깰 수 있는 세력을 만들 수 있다. 부르주아지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선거에서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노동계급은 그들의 투쟁에 무엇이 걸려있는지에 대한 자각과 자기조직화에만 의존할 수 있다.

 

 

2012년 5월 20일 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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