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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민주노총의 혁신?

노동운동 진영에 선거 열풍이 뜨겁다.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다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때문이다. 그 동안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던 민주노총 지도부를 70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 전체의 투표로 뽑겠다는 것이다. 

최초의 직선제 선거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얼마 전까지 7~8명의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기세를 보인 끝에 후보 등록을 앞두고는 4파전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와 중앙파가 연합후보를 냈음에도 여러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것은 정파적인 세력구성이 고착된 대의원 구조에 비해 뭔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승철 현 민주노총 위원장에 따르면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직선제를 통해 민주노총이 강한 지도력을 회복하고 진보진영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의 위상이 직선제를 한다고 그리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민주노총이 오늘날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지 못하고 쇠락하고 있는 것은 지도부의 문제도, 선거 방식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들의 구성과 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7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대부분은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이며 민주노총은 그들의 이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직선제 준비를 하는 동안 금속노조는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의 8/18 합의를 추인했다. 여전히 정규직노조들은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어용화된 상급단체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징계에 처하는 일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좌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운동세력들은 이러한 일들에 은근슬쩍 눈을 감고 있다. 껍데기가 된 계급적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조합원들의 이해를 거슬러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과감히 받아들이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편에 단호하게 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혁신이란 말뿐인 조직놀음로 전락할 것이다. 예전에 그렇게 떠들던 산별노조는 과연 민주노조 운동에 무엇을 갖다 주었는가? 

더욱 안타까운 일은 혁신을 가장 열심히 부르짖는 선본조차 성폭력 가해조직의 손을 잡고 ‘선거’와 ‘몸집 불리기’에 목을 매는 혁신과 거리가 먼 구태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내가 민주노총이다. 산자여 일어나라!”를 노동자대회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노조 운동이 산자가 되려면 이제 그 “나”를 버리는 것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일이 아닌지.

2014년 11월 8일
사회주의노동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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