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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야만

생생한 우리의 현실 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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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승근  (2005-05-19 02:53:26, Hit : 204, Vote : 6)
Subject  
   가면 뒤의 야만


점심식사를 하러 들른 어느 식당에서 굴러다니는 동아일보를 보았습니다.
유난히도 큰 사이즈의 사진이 시선을 모읍니다.

'시위대에 포위된 경찰'

폭력적인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포위된 전경 하나가 엎드린채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사진은 동아일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 밑에 달린 기사가 눈에 들어 오겠습니까?

울산플랜트노조가 무엇때문에 투쟁을 하는지, 그들의 소박한 요구조차 모르쇠로 일관한 자본과 정부로 인해 그들은 막내동생뻘되는 아이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인간이하의 대접을 견디다 못해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만큼이라도 존중해달라고 외치는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냉소와 경멸뿐이었습니다.

한국사회가 여전히 야만의 형태인 이유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존재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탓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존재들로부터 학습받고 그들을 닮아가려는 한심한 군상들이 늘고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곳 진보누리가 국적불명의 방언들로 넘쳐나는 이유도 여전히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저당잡힌 서글픈 영혼들이 '내 방언도 이성적이다!'라고 외쳐대는 이유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얼마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정책을 발표하면서 심각해지고 있는 부도임대아파트 피해와 관련하여 무려 '300채'를 구제하겠노라고 포효했습니다.
현재 부도난 임대아파트로 인해 고통받는 가구수가 전국적으로 12만세대를 넘어서고 있고 임대아파트중 3/1이 부도가 나있는 상태입니다.

주택복권판매등으로 조성된 국민주택기금으로 대선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었고 심지어 노무현조차도 국민주택기금운용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여 "서민들이 최소한 집걱정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외쳤었지요.

국민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을 영세건설업체에 대출해주고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면 임차인들을 거리로 내몰아 경매에 부쳐 대출금을 환수하고 또한 그동안 수수료로만 한해에 수천억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건설업체들은 '눈먼 돈'을 노리고 너도나도 임대건설사업에 매달렸고 대출금상환이 도래하는 시점에 대부분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하거나 바지사장을 앉혀 부도난 아파트를 다시 싼가격에 낙찰받아 되파는 악질적인 사기극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지어 생색을 내고, '지역의 영세건설업체들을 살려 지역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도 쌓고, 국민은행은 전혀 자신들의 자산이 아닌 기금을 운용하며 수수료도 챙기고 부도난다해도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있으니 손해 볼 일 없고..., '정부 - 건설업자 -  국민은행'이 벌인 3형제의 사기극에 죽어나가는 것은  임차인들뿐이었습니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보증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한 할머니는 "20년동안 유리공장에서 내가 피땀흘려 번 돈이었다!"며 절규했습니다.

이것이  '엄청나게 진보한 민주화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의 생생한 현실입니다.

손에 쇠파이프를 쥔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닫힌 이성으로 '쇠파이프'만을 보지 말고 쇠파이프를 들게 만든 과정을 살피길 바랍니다.

그것이 자본이든 공권력이든 가면 뒤에 숨은 야만으로 대화를 거부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짓밟을 궁리만 하고있는 기층권력의 문제점들을 세밀히 살펴보라는 권유를 하려는 겁니다.

속칭 천대받는 '노가다'일을 할 지언정..., 몇채씩 아파트를 주무르며 부동산투기를 하는 존재들이 보기에는 하찮아보일지라도 임대아파트나마 발뻗고 고단한 하루의 삶을 쉬는 '나와 내 가족의소중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소박한 꿈을 꾸는 대신에 쇠파이프를 드는 세상은 모두가 나서서 변화시켜야 하는 겁니다.

이 곳에서 '제 것이 아닌 남의 눈과 입'으로 난장을 죽이는 이들은 이제 온전히 '제 삶 속에서 나오는 말과 글'을 사용하는 방법을 학습하기 바랍니다.

굳건히 "이게 내 삶속에서 터득한 진실이다!"라고 외쳐댄다면야 별수 없는 노릇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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