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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의 단지(斷指)에 대한 단상(斷想)

절절한 글...... 결론은...

다음 지방선거 열우당은 반드시 필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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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2005-05-21 08:50:29, Hit : 327, Vote : 10)
Subject  
   이광재의 단지(斷指)에 대한 단상(斷想)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단지(斷指)에 대해 소란이 있었다.
나는 그가 단지(斷指)를 했었는지 조차 몰랐고
남의 손가락 문제를 놓고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는 언론의 태도에 놀랐다.

그런데 그저께 밥을 먹다가 이광재 의원이 단지(斷指) 문제에 대해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는 뉴스기사를 처음으로 들으면서
대략 무슨 소리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그와 학번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 단지(斷指)하는 사람들 보지는 못했지만
학생운동을 처음 배우던 1,2학년때 단지(斷指)를 통해 '파쇼군대', '양키용병'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입대전날 자기 팔목을 부러뜨리는
사람을 보았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들은적도 있었다.

나는 이광재 의원을 옹호한다.
그가 단지(斷指)를 하던 시절, 그 시절의 처절함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단지(斷指)는 커녕 손톱조차 뽑아볼 용기조차 없었던 이들이
비열하게 시대를 비틀고 말을 비틀어 문제삼는 태도에 분노가 인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것은 단지 보수언론만이 아니다.
애초에 단지(斷指)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 이광재 의원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그는 군입대 문제로 오해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그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았고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어도 뒤에서 이광재와 그 동지들을 응원했던
수십만명의 학생들, 수백만명의 시민들을 믿고 있지 못한 것이다.
언론이 비틀더라도 이광재의 솔직함이 있었다면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그들이 이광재의 단지(斷指)가 담고 있는 가슴아픈 이유에 대해 언론 대신 이야기 해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을 믿고 손가락을 자르는 용기를 내었을 이광재가
그들을 믿지 못한 건 이제는 어찌보면 이광재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하나 실망스러운 것은
단지(斷指)를 결심할만큼 시대의 과제에 철저했던 이광재가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살육전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과 이 시대를 한없이 침몰하게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무관심과 함께 정부여당의 편에서 한몫 거드는 형편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이광재는 기껏, '오일게이트'의 의혹이나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처지이다.

시대를 앞지르던 지혜와
시대의 요구를 끌어안던 열정은 간데없고

남은 건 단지(斷指)에 대한 구구한 변명과
민중의 반대편에 선 집권실세의 자탄 뿐이다.

그는 단지(斷指)의 각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을 탓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순한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굳어버린 심장을 반성해야 할 이 아닌가 한다.

* 진보누리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5-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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