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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성우, '장포스' 김기현

음... 디시 인사이드...

여전히 polically correct하다. 기자들은 또 왜이리 이쁘단 말이냐?!

글발 안보고 얼굴보구 뽑냐? polically correct한 그뇨덜...

 

 

만능 성우, '장포스' 김기현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니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제5공화국 갤러리 네티즌들이 만든 MP3파일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이젠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 이 몇마디 대사로 '장포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가 성우 김기현이다.

  언뜻 성우라는 직업을 생각할 때 탤런트와 배우 이상의 묘한 매력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은데. 연기면 연기, 목소리면 목소리. 그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를 얼굴을 맞대고 듣는다니 평소 인터뷰와는 다르게 얼굴이 상기됐다.


 '장포스' 김기현, "내 마음은 장태완과 같아" 



-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장태완 역을 맡아 열연하셨습니다. 장태완 역에 캐스팅됐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따로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김기현 : 기분 좋았지. 장태완 역을 하려고 특별히 신경 쓸 건 없었고. 나보고 군인 스타일이라고 많이 그래. 내가 원래 군생활을 논산 조교생활 했거든. 사격같은 것도 특등사수고 125점 만점에 124점 받았으니까. 제대하고 나오니까 교련 교관 해달라고까지 연락을 받았어. 군대같은 틀에 내가 잘 맞아요.

- 만일 자신이 장태완 전 사령관과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아요?

김기현 : 마음은 장태완 전 사령관과 똑같았을 거야. 그런데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있었는지의 차이겠지. 그건 정말 대단한 용기야. 남들은 다 눈치보는데.



- 혹시 장태완 전 사령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거나 직접 대면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기현 : 만나 보고 싶어. 전화해서 알아보려고요. MBC에서 12.12 사태를 ‘제5공화국’으로 방송하는데 지금까지 방송에서 세 번째로 다루는 걸 거야. 처음에 할 때부터 장태완 역할에 욕심이 있었어. 나랑 성격이 잘 맞는 거 같고. 이번에 하면서 마음 먹고 해봤지.

 

 "나는 죽을 때까지 성우"

- 성우로 시작하셨는데 어떻게 드라마에 출연하시게 되었나요?

김기현 : 연출자들 중에서도 기존에 있던 사람 말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연출자가 MBC 탤런트실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성우를 뽑았는데 그게 나였지. 일을 맡고 연구를 많이 했어. ‘이 연출자가 나에게 원하는 게 뭘까’ 하고 말야. 열심히 하다 보니 그 연출자가 또 찾고 하면서 자꾸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어. ‘수사반장’ ‘남자1’같은 것도 하고. 처음으로 드라마에 고정출연한 건 '한지붕 세가족'이었어. 고정배역이 아니라 '현석친구1'이었는데 재밌다고 해서 계속 고정출연했거든. 나중에 그 연출자가 갑자기 캐나다로 공부하러 갔는데 4년 후에 돌아와서 나를 찾더라고. 그게 '질투'야 최수종이랑 최진실 나오는. 최진실 있는 항공사 부장으로 나왔고. 그 이후 ‘파일럿’에도 나왔는데 교관역을 맡으면서 인기가 좋았어. '손자병법', '카이스트', '여인천하' 등에도 출연했고.


- 성우란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기현 : 옛날 17살쯤 변성기 때 여동생한테 수학문제를 풀어주고 있었어. 그땐 책상이 없어서 방바닥에 엎드려서 했는데 구들장 있잖아 거기에 배를 붙이고 설명하고 있었거든. 한참 설명하는데 동생이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고. "왜 그래!" 그랬더니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거야. "오빠 목소리가 왜 그래? 방바닥이 울려" 그러더라고. 내 목소리가 백만불짜리야.(웃음) 그때 라디오드라마가 한참 잘 나갔을 때니까 남들이 나보고 성우해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시험을 봤지. 1,500명 정도 왔는데 경쟁률이 100대 1이었어. 그런데도 한번에 MBC 4기로 붙었어.

- 처음 맡았던 배역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기현 : 하하하. 신입들 발표작이 있었는데. 그건 이제 기억도 잘 안나. 그 다음에 방송 탄 게 6.25 전쟁 얘기였는데. 피난민1인가 그랬어. (웃음) 라디오 드라마였지. 1970년이었어.

- 방송사고나 큰 실수를 하신 적은 없으세요?

김기현 : 갑자기 얘기하라니까 생각이 안 나는데 많이 있었을 거야.

- 그럼 목소리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는 있었나요?

김기현 : 통금이 있던 시절이었는데 아마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였을 거야. 대전 고향에 내려갔는데 기차가 자정에 도착했어. 합승을 해서 막 가려는데 기사한테 어디어디 가자고 하니까 같이 합승하던 대학생이 갑자기 나를 보고 "성우 김기현씨죠?" 그러더라고. 소름이 확 돋았어. 지금은 택시타면 보통 뒤에 앉는데 기사들이 안 쳐다보고 있다가도 "어디 갑시다" 그러면 바로 뒤돌아봐. 36년이나 내 목소리를 들었으니 익숙해졌나봐.

 

- 성우생활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김기현 : 난 성우란 직업에 아주 만족해. 내가 경험한 것 중에 최고고. 앞으로도 성우라고 말할 거야. TV에 많이 나오니까 탤런트냐 뭐냐 그러는데 난 항상 내 직업을 말할 때 성우라고 이야기해. 옛날에 배역이 없어서 힘든 때도 있었는데 내 고집대로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 힘들어하고 있을 때 우연히 CM을 하게 됐는데 CM쪽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 프로들끼리 한다는 느낌도 들고. 내 기질이 프로 기질이거든. 적당히는 안돼. 프로들끼리 모여서 광고 일을 하니까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 CM을 10년 하면서 다시 방송도 하게 되고 그랬어.

-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단점도 있나요?

김기현 : 자기가 어느 정도 자기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해.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그걸 탈피해 나온 사람은 넓은 게 보여. 그러면서 자기를 자꾸 걸러내야 해. 단점이라면 말을 참 못하는 거야. 공식석상같은 데 나가면 말을 잘 못해. 매일 대본만 봐서. 그게 오래도록 몸에 배서 그런 습관이 생겨.

- 어떤 사람이 성우가 되나요?

김기현 : 옛날에는 목소리가 좋으면 성우하는 사람이 많았어. 그런데 농촌사람 역을 하려면 그런 목소리를 내야하고 그렇잖아. 잘생긴 사람도 필요하고 못생긴 사람도 필요한 것처럼. 지금은 목소리보다 캐릭터가 문제지. 자기개발이 필요해.




- 성우와 배우 중 어느 쪽에 더 애착이 가세요?

김기현 : 난 죽을 때까지 타이틀을 성우로 가져갈 거야. 지금은 성우의 시장성이 너무 좁아졌어. 외화도 자막으로 많이 나가고.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계속 갈 수 있지. 일본 같은 경우는 애니메이션이 많이 발달해서 성우분야가 확고하잖아.

- 저도 옛날에 ‘은하철도 999’ 즐겨 봤는데 선생님이 연기하신 ‘차장’역 목소리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에 많이 출연하신 걸로 아는데 애니메이션 좋아하세요?

김기현 : 재밌지. 내가 했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 '카우보이 비밥' 녹음한지 엄청 오래됐는데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를 해. 4~5년 됐나? 기억에 많이 남는 거지. ‘머털도사’ ‘왕질악’ 한 게 벌써 몇년인데 사람들이 나보고 왕질악 왕질악 그래. 지금은 너무 오래 안 해서 감각이 떨어졌는데 그때는 작품을 보면 '아!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감이 왔어. 기회만 되면 아직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 '레옹'의 장 르노 목소리 더빙을 맡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를 연기하기 위해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김기현 : 장 르노를 내가 다 했었는데 스케줄 안 맞아서 몇 번 못 한적도 있어. SBS에서 레옹을 계속 했었는데 '딥 블루 시' 같은 것도 하고. 최근에는 장 르노와 내가 잘 연결이 안 되고 있네. (웃음) 장 르노 배역 하려고 특별히 신경쓰는 건 없어. 모든 배역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거지. 옛날에는 안소니 퀸, 존 웨인 같은 목소리도 많이 했어.

 

- 성우도 애드립을 하나요?

김기현 : 예전엔 못하게 했어. '저', '아' 이런 것도 못했지. 지금은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하고 있어. TV드라마가 나오면서 라디오 드라마의 리얼리티가 떨어지잖아. 대사를 평소 이야기하는 것 처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애드립도 필요해. 이제는 연구를 많이 하고 애드립도 적당히 쓸 줄 알아야지. 많이 넣으면 지저분해져.

-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김기현 : 많지. 요즘 투니버스 보면 아이들 상대로만 한 애니메이션이 많더라고. 난 강한 역할이 맞는데. 예전에 삼국지를 하는데 중국에서 80부작으로 제작된 게 있어. 그때 거기서 '관우' 역을 했는데 나중에 MBC 라디오 드라마에서는 '장비'를 했어. 애니메이션 삼국지에서는 '조조'를 했고. 나는 다 소화가 됐어. 셋 다 강한 캐릭터잖아. 그런데 유비는 나랑 안 맞아. 그런 게 아니라면 다 좋아.


 성우생활 36년. 익숙한 목소리

- CM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김기현 : 김벌레라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찾다가 나를 찾았어. 그게 ‘르카프’ 광고였지. 나중엔 CF모델도 하게 됐잖아. ‘베스킨 라빈스’ 기억나? 파격 캐스팅이었어. 나도 그렇게 광고가 잘 될지 몰랐어.

 



- KBS 스펀지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착각을 많이 하세요.

김기현 :내가 했던 건 스펀지가 아니고 2003년도 가을에 나갔던 SBS ‘TV 장학회’였어. 지금도 CM 녹음하려면 스펀지처럼 해달라고 하는데 난 스펀지가 아니야. 기억하는 사람은 알 거야. 스펀지랑 아주 비슷해 '라쿠카라차는 스페인어로 ~를 뜻한다' 이런 식이었지. 되게 웃겼어. 개그맨들도 웃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MBC ‘브레인 서바이버’랑 맞붙으면서 사라졌어. 그런데 스펀지가 아주 비슷하게 하더라고. 내가 원조인데.(웃음) 내가 운이 없는 거야. 더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 다른 프로그램에 목소리 출연 하고 계신 건 어떤 게 있나요?

김기현 : 브레인 서바이버에 '누구 탈락' 목소리랑. 상상원정대를 하고 있어. SBS 접속무비월드 '테마록'에도 나가고. 그게 인기가 좋다더라고. 시청률이 안 나오다가도 테마록 나가면 시청률이 쭉 올라간대.

- 혹시 축구선수 최성국이 나오는 '치킨나라 피자공주'에 나오는 목소리도 연기하셨나요? 출연하신 CF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요?

김기현 : 그게 방송에 나가고 있어? 누가 목소리를 따가긴 했어. 재밌어?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베스킨 라빈스’지. 그거 할 때 원래 콘티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였는데 그게 아닌 거 같은 거야. 그래서 새벽 두시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생각난 게 아이스크림 통 들고 "맞잖아 삼십일" 이러는 거였어. 2탄 만들 땐 부담이 많이 됐어.




- 목소리는 타고나신 건가요, 아니면 연습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김기현 :목소리는 원래 그런 거고. 캐릭터에 만들어서 하는 게 문제지. 캐릭터가 나랑 안 맞으면 안 해.


- 목소리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김기현 :옛날에는 목소리 관리 한다고 '용각산' 같은 것도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안 해.


- 본인의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기현 : 내가 생각해도 괜찮아.


- 자기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녹음해서 듣는 것이 많이 다르잖아요.

김기현 : 그건 처음에만 그래. 녹음된 목소리가 낯설어 보이긴 하지. 일례로 아는 사람이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하는데 방송에 나가게 된 거야. 그런데 방송을 보고 엉엉 울었대. 매일 거울 앞에서 예쁜 모습만 봤는데 방송으로 다각도의 자기 모습이 나오니까 당황한 거지. 목소리도 마찬가지야. 자꾸 들으면 익숙해져.

- 목소리만 들으면 노래도 잘 하실 것 같아요. 혹시 노래도 잘 하시는 편이신가요?

김기현 :연기자가 할 수 있는 게 8가지 정도 돼. 그 중 두 가지만 못했네. 연극, 영화,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 영화 더빙, CF 모델도 했잖아. 그 중 음반취입이랑 MC를 못했어. MC는 순발력이 없어서 못하고. 지금은 노래 안 한지 오래되어서 모르겠는데 나 노래 참 잘해. 지금은 잘 안될 거야. 노래 참 잘하지 내가.(웃음)

- 키는 얼마세요? 크신 것 같던데.

김기현 : 181cm 그때 키로는 상당히 큰 거지.



- 사루만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기현 : 인터넷에서 누가 <반지의 제왕> 배역에 잘 어울리냐 설문조사를 했대. 내가 간달프였다더라고. 악역인 사루만 닮았다는 것보다 선한 역인 간달프 닮았다는 게 더 좋아. 사람이란 다 그런 거야.


- 혹시 징크스 있으세요?

김기현 : 그런 거는 이제 아무 것도 없어. 그건 다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야. 강박관념이 생기는 거지. 징크스도 자기가 생각할 때 생기는 거지 무시해버리면 되는 것 같아. 처음에는 무시가 안 되지. 옛날에는 녹음하기 전에 ‘켁켁’ 거리고 '아에이오우'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없어.

- 주량은 어떻게 되세요? 혹시 흡연하시나요?

김기현 :옛날에는 말술 먹었지. 지금은 많이 안 먹고. 지금은 운동하거든. 40년 동안 헬스장 다니고 있어. 담배는 끊은 지 오래됐어. 목에도 안 좋고.

- 혹시 인터넷 하시나요?

김기현 : 아냐. 나 컴맹이야. (웃음)

 

-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김기현 : 5공갤러리 화이팅!!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 약간 정신이 나가 있다가 '아! 인터뷰'하고는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성우 생활을 이야기 하는 그에게서 일말의 후회는 없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성우"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성우가 아닌 다른 모습의 그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인터뷰를 마친 후 같이 버스를 타자고 했다. 버스 안에서도 이어진 대화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 약간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즐거운 데이트를 할 수 있어 더욱 좋은 날이었다.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부터 '장포스다!'라고 외칠 것만 같다.


손영숙 son@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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