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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이명박 대통령? 상상만으로도 잠이 안온다”

 

 

진중권 “이명박 대통령? 상상만으로도 잠이 안온다”
[시사프로그램의 주역들②] “조중동의 비판은 대책 없는 비난”
입력 :2005-10-02 18:49   유성호 (bonjourpoem@dailyseop.com)기자
오전 6시 새벽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시간대, 모든 이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바로 그 시간, 라디오에서는 어김없이 그전날의 뉴스메이커들을 초대, 이슈를 확대재생산한다.

때론 자신들의 주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때론 변명에 가까운 자기방어에 주력하는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달래는 한편으로 논리로 파고들며 청취자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게 만드는 라디오 아침방송 시사프로그램의 주역은 단연 진행자들이다.

청취자들은 출연자들을 요리(?)하는 진행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발언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현안을 가장 정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본보는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와 시대를 움직이는 힘의 향배를 들어보기로 했다.<편집자주>


▲ SBS 전망대를 진행하고 있는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방송에 있어 외압은 없고 도리어 방송사측에서 더 세게(?) 해달라고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유쾌, 상쾌, 통쾌. 요즘 진중권 씨에게 따라다니는 말이다. 그의 컬럼은 간이하면서도 핵심을 잘 찌른다. 기존의 정치평론가들이 지니고 있지 못한 순발력도 진중권의 글은 가지고 있다.

진중권 씨에게 붙어 다니는 직함은 두 개다. 먼저 그는 중앙대학교 독문학과에서 미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러나 교수라는 직함보다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SBS 전망대’의 진행자라는 것이다. 그의 방송은 아침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도 매우 높은 청취율을 자랑한다. 쾌도난마 식의 진행과 인터뷰 상대의 빈틈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질문이 그의 방송의 인기 비결이다.

그런 진중권 씨를 지난 9월 30일 홍대 앞의 한 찻집에서 만나 정국 현안과 청계천 복원, 그리고 한국 좌파운동의 현실에 대해 견해를 들었다.

-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이라는 게 ‘공정성’을 뜻하는 것인데, 공평하지 못하다. 특히 입법부와 입법부는 수장들이 선출이 되는데,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 또 사람들만 안갈리는 것이 아니라 낡은 사고방식이 안갈린다. 황당한 거 아닌가. (조승수 의원의 경우) 아무리 양보를 해도 즉,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형량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가 저질렀다는 일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일인가. 검찰에 의한 괘씸죄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너무 심하다고 했겠는가.”

-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별 견해가 없다. 경찰 쪽의 입장에 대해서 공감하는 편이지만,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 의견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 지금까지 방송에서 다뤄진 주제들의 폭이 넓다는 평가가 있다.

“원래 한 주제를 가지고 한 주를 이끌어가는 시스템이 SBS에는 없다. 아이템 회의를 아침에 하는데, 대개 중요한 이슈들은 오후에 터진다. 하루도 예측이 안되는데 일주일씩 미리 잡을 수는 없다. 장관 등은 미리 인터뷰 신청을 한다. (핵심을 잘 집는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본다. 아직은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아서 평범한 내용 밖에는 짚지 못한다.

여타 매체에서는 내가 하는 코멘트 위주의 기사가 나가는데, 제대로 되려면 그 부분이 줄고 인터뷰 내용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모든 게 부족하다. SBS가 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 아닌데다가 내 자신의 역량도 부족하다.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는 부분과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좀 더 공부해야 한다.”


- 특유의 문체는 매우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한데...

“(방송과 관련해서) 외압은 없고, 오히려 색깔을 더 드러내길 원한다. 중요한 것은 비판의 초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조중동의 비판은 대책 없는 비난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왜 집값 안잡느냐’해서 집값을 잡아놓으면, ‘세금폭탄이다’ 하는 식으로 (조중동은)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비판이라는 것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도 잘못한 것이 있다. 연정 제의 같은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그런 건 비판하되 그렇다고 잘하고 있는 다른 것까지 덤태기로 비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같은 경우에는 어떤 식이냐 하면 ‘연정 제의는 황당하다’면서 지역구도 극복과 같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정당한 의도까지도 싸잡아 끌고 가려는 ‘물귀신 작전’을 쓴다.

결국 방송은 공정성의 문제인데, 사회자가 어떤 의도를 갖는 것과 방송의 공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방송이 색깔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 색깔이란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당파를 가리지 않고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 지난 8월 2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인터넷뉴스 그린박스제 도입에 관한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가, 토론하고 있는 진중권 교수.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 현 정권이 역대 정권 중에서 최악의 언론환경에 싸여 있다는 주장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건 정권에서 잘못한 것이다. 한겨레나 경향은 현 정권에 적대적이지 않은데, 최근 그 두 신문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저 같은 경우에도 웬만하면 받아들이겠는데,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섞여 있다. 내각제 개헌, 선거구제 개편, 지역구도 극복 등이 그것인데, 한마디로 헷갈린다.”

- 그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이 정치적인 계산을 하시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봐서 선거구제 개편의 경우 아젠다 세팅에 성공한 것 아닌가. 대통령은 욕먹을 때 신나게 먹더라도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이 턱 없이 자신만만해 하는데 국가경쟁력 상승했고, 집값 어느 정도 잡혔고,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고 북핵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된 게 이유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보기에 언론환경 때문에 민심이 악화되어 있는 거지, 지표들은 잘 나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게 경기가 풀린다고 해결될 문제냐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양극화 문제인데, 그 문제는 경기회복과 같은 순환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턱 없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핵심은 고용의 질의 저하 즉, 비정규직 문제다. 다만 한나라당은 정권을 안잡았다는 이유만으로 현 정권을 씹어댄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통합 선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힘들지 않겠는가.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다.”

- 한국의 노동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노동조합이라는 것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자체가 천박하다. (노조는) 해서는 안될 것으로 낙인찍혀버렸다. 노조들의 요구가 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 자체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이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기업 노조가 어느 정도 기득권화됐다. 문제는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가는 비정규직인데, 대기업 노조라는 건 이들(비정규직)에게 배부른 소리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전체 노동운동을 아우르는 정치의식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대기업노조에 이기주의가 남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과 자본은 이간질을 시킨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동귀족’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버리고. 그렇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주는 것도 아니고.”


-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자신들의 문제라고 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금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최고인데, 더 늘리겠다고 하니, 더 이상 어떻게 비정규직을 늘리란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회적인 의식이 없다. 무차별적인 경쟁이라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모른다.”


- ‘교육의 문제는 강남 부동산의 문제’라는 인식에 관해 견해는?

“잘못됐다고 본다. 교육의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강남의 문제가 단지 교육적인 환경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철학 전반의 문제라고 본다. 논술이니 본고사니 하면서 아이들의 재능이 평가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신 성적이 좋은 것과 대학 성적이 좋은 것은 인과관계가 있지만, 입학시험 성적과 대학 성적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다. 철학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의 교육 3불(不) 정책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문제는 경쟁논리인데, 핀란드의 예를 보면 거기는 내신 등급이 ‘잘함’ ‘중간’ ‘못함’ 3개뿐인데, 왜 교육경쟁력이 최고인가. 교육은 공공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시공부가 제대로 된 학력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뭘 하든 간에 ‘입시’라는 게 걸려 있는 한 창의력을 절대로 가질 수 없다.”


- 현재의 교육구조를 개선하려면?

“기본적으로 고등학교는 풀어주고 대학을 조져야 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애들을 뽑을 생각만 하지, 가르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 고등학교 애들 실력이 OECD 1위라는데 대학에 들어오면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 지금 그게 문제지,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것저것 가르치는가. 과목은 또 좀 많은가. 그렇게 뽑아놓고는 애들을 놀린다.

그게 뭐냐. 그래놓고는 ‘애들 실력이 떨어졌다’는 둥, ‘애들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둥 한다. 성적 10% 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거기서 더 이상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무식한 일이다. 교육철학의 부재고, 과학적이지 못한 미신적인 것이다.

내가 서울대 다녀봐서 아는데 얼마나 꼴통들이 많은지 아는가. 대학에 가서 공부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애들을 방임한다. 세미나 같은 걸 해보면 질문 하나 제대로 하는 애들이 없다. 그게 교수한테는 편할지 모르지만, 애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교수들이 너무 편하다. 거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철밥통들이다. 교수 선발부터 다시 해야 한다. 통합논술형 고사를 도입해서 5년마다 다시 뽑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애들을 대학에 보내면 뭐 하는가. 똑같은 꼴통들만 만들고, 교수한테 ‘출세하는 법’ 따위나 배우는데.

프랑스식으로 고등학교는 풀어주고,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사립대는 교육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니까 포기하고 국공립대를 재편해야 한다. 엘리트 학교는 따로 만들면 된다. 그것도 시험 점수로만 뽑으면 안되고 잠재적 재능을 보아야 한다.”


▲ 지난 3월 10일 CBS 저널 '친일 비판자는 좌익?'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진중권 중앙대 교수.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 ‘문화의 위기’라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잘못된 시각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문화가 빛을 발하는 때가 어디 있는가. 매체환경의 변화 즉, 패러다임의 변화인데 그 사람들이 납득을 못하는 것. 지금의 문화 코드는 두 가지. ‘제2차 영상성의 문화’고, ‘제2차 구술성의 문화’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적으로 위대한 시기다. ‘개똥녀 사건’의 경우 미국에서 계속 논의가 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이라고는 뽑힌 것밖에 없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게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도 인터넷으로 지도자를 뽑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활자매체의 권력이 무너진 것이다. 거기에 대한 밥그릇의 위기를 느끼기 때문에 ‘문화의 위기’라고 말한다.”


- 창작자들은 위기의식이 없는데, 평론가들이 위기라고 주장하는데...

“한마디로 ‘낡은 인문학의 위기’다. 인문학이 거듭나야 한다. 오늘날처럼 인문학이 ‘돈이 되는’ 시기가 없었다. 나의 경우, 인문학으로 먹고 산다. 인문학은 영상 영화 게임 등의 컨텐츠와 결합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대중화되기 좋은 토양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낡은 문화의 아우라로 바라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한나라당은 주로 조중동 등의 활자매체인데 비해 노무현은 영상과 인터넷 등에 기반하기 때문에 훨씬 대중적일 수 있다. 대통령 어법도 문제가 되는 게 그는 구어체적 어법을 사용하는데, 한나라당 등은 문어체적 어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틀 속에서 봐야 하는데, 그들은 그걸 못보니까 기껏해야 전여옥 식의 마인드 즉, ‘고등학교밖에 못나와서 그런다’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 현재의 한국 좌파 운동에 대해서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

“예를 들어 노회찬 의원은 코드를 잘 읽고 있고, 대중과 호흡하는 것을 잘 한다. 정확하고 적합하고 영리하고 유연성도 있다. 그에게 ‘대중 영합주의’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반면에 좌파운동가들은 패러다임 변화에 많이 못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주의적 마인드가 대중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그들이 이해를 못한다. ‘보다 나은 미래’라는 것에 대한 규정이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틀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많이 사라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다양해졌고 단지 비판만이 아니라 대안들을 생산해내야 하는데, 그것들을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좌파운동가들을 보면) 조선시대 사림들을 보는 것 같다.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자신의 사상만이 순수하다는 독단주의가 있다. 소통구조가 낡았다. 마르크스 주의 패러다임이 무너진 후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해 이른바 ‘보수세력’ 반발하고 있다.

“보수층이 반발하는 것은 자신들의 과거 즉, 정체성을 이루는 부분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사 청산의 핵심 열쇠는)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의 문제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내에도 ‘안개모’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들은 고향만 그 쪽이면 한나라당으로 갈 사람들이다. 이것 때문에 과거사 청산이 안되는 것. 안개모만 봐도 안정도 못하고 개혁도 못하고 그냥 모여만 있는 상태가 바로 지금의 열린우리당이다.”

- 친일인명사전의 박정희 수록에 대해서, 그리고 젊은 층의 보수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박정희 체제 하에서 살라고 한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박정희 추종자들)은 단 하루도 못 살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대통령 씹기를 밥 먹듯이 하지 않는가.

그들에게 ‘박정희 세상에서 살아봐라’고 한다면 우리는 살 수 있지만 그들은 못살 것이다. 박정희가 나오는 것은 신화고 경제가 어려울 때 나온다. 그게 고도성장의 문제인데 어느 나라나 초기에는 고도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가진 게 없으니까.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전쟁으로 초토화된 지 10년 만에 경제건설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뭐든지 하면 100% 성장 아닌가. 아무 것도 없는데. 예를 들어 사과 하나 팔던 사람이 두개를 팔면 100% 성장 아닌가, 다시 세 개를 팔면 50% 성장이다.

▲ 지난 3월 10일 오후 케이블채널 cbs TV 의 CBS 저널 '친일 비판자는 좌익?' 프로그램 녹화현장에 패널로 최근 한승조 교수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군사평론가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과 토론을 벌이고 있는 진중권 교수.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박정희가 죽었을 때 국민소득이 1000 달러가 채 안됐고 사람들이 잘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전두환 정권 때 ‘3저 호황’을 겪으면서 경제가 잘 풀렸다. 아주 운이 좋았다. 잘 산다고 생각한 것은 90년대 IMF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때 내가 ‘사람들이 미쳤다’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서 2040년이 되어야지 일본의 GDP의 3분의 2가 된다고 한다. 아직 멀었다. 각종 성장 신화는 다 허구다. 사람들이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는데, 만 달러가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저성장의 시대로 들어섰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을 보라.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데도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서구의 경우 3%면 경이적인 성장이다. 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박정희 신화’의 허구에 집착한다.”


- 베스트셀러 <미학 오딧세이>의 저자인데

“미학은 그냥 철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철학의 여러 분야 중의 하나다. 예술을 안다루는 것은 아닌데, 예술과의 직접적인 결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은 예술학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다. 철학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굉장히 일반적이다. 미학은 솔직히 이름이 예쁘고 커트라인이 낮았기 때문에 선택했다. 하다보니까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학오딧세이는) 쉽게 쓴 책은 아니다. 자료를 직접 다 찾아서 쓴 책이다. 이중 코드가 있는데, 아까 ‘2차 구술성 문화’에 대해 말했는데, 이 구술성이라는 게 예전처럼 문자가 없던 시절의 구술성이 아니라, 문자문화를 기본으로 한 구술성이다.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미학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이 보면 재미 삼아 볼 수 있는 책이고, 미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보면 하나의 이론서다.

미학은 모든 사람에게 다 필요하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 하이데거 등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냥 웃고 재미있게 즐기고 써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써먹으라고 쓴 책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이기도 한데, 이인화 교수 등의 ‘박정희 영웅 만들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인화의 경우는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다. 박정희를 숭배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장사하려고 쓴 책일 거다. 이인화는 책은 열심히 읽는데 정리가 잘 안되는 사람이다. 그가 논리를 구성한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대신 시류에는 아주 빠르다. 돈 되는 게 뭔지를 잘 안다. 다만 ‘뉴라이트’는 이인화만도 못하다. 뉴라이트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언론들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잘 나가면 쑥 들어갈 존재다.”

- 최근 강정구 교수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강정구 교수는) 아주 위험한 사람이다. ‘6 ·25라는 통일전쟁을 하느라고 수십만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럼 지금도 통일하자고 전쟁하자는 소리냐. ‘통일전쟁을 결심해야 한다’는 조갑제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일전에 ‘SBS 전망대’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대화가 안통했다. 낡은 사고방식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해방 직후에는 단독정부보다는 통일이 먼저였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임정이나 통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강정구 식의 인식은 박정희와 김일성 둘 중 하나를 편들라는 논리인데, 내가 왜 그 둘을 편들어야 하나. 둘 다 개 같은 인물들인데 말이다. 정통성은 남이냐 북이냐가 아니라, 누가 잘 먹고 잘 사느냐와 누가 민주화를 했느냐에서 찾아야 한다.”


- 청계천의 복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청계천 복원의 경우)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가. 다른 사람이 낸 것 아닌가. 돈은 누가 댔는가. 시민들이 낸 것 아닌가. 그런데 업적은 누가 가로챘는가. 이명박 씨다. 생태고려도 재대로 안했고, 문화재 복원도 엉망이다. 이상한 디즈니랜드 같은 거 만들어놓고 자기 업적인 양 떠들고 있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면 전국이 공사판이 될 것이다. 그가 한다는 건설은 국민 모두를 자신의 공범으로 만들겠다는 것. 친일파의 논리와 하등의 다를 바가 없는 전형적인 ‘개발논리’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그 법이 ‘상상력’을 억압하기 때문인데, 이명박의 정치 철학이라는 것이 바로 정치적 상상력을 무시한 ‘밀어붙이기’ 아닌가. 그가 대권 후보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잠이 안올 지경이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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